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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Fall in Love일상/film 2016. 10. 1. 01:45
<우리도 사랑일까/사라 폴리/로맨스/마고(미셸 윌리엄스), 루(세스 로건), 대니얼(루크 커비)/116>
저번에 올린 가을 로맨스 영화에 관한 포스팅이 영 부실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 그간 두 편의 영화를 또 봤다...ㅋㅋ 그 첫 번째 주자는 2011년도에 우리나라에 개봉해서 올해 가을 재개봉한 '우리도 사랑일까'. 원제는 <Take This Waltz>다. 두 사랑 사이에서 이리저리 갈팡질팡하고 저울질하다 결국 본인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결정을 내리는 여주인공을 보며, <300일의 썸머>에서 자기중심적이었던 여주인공 썸머가 연상됐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이기적이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헌신적이기도 하다. 또한 조심스럽기도 하고 대담하기도 하다. 사실 여주인공인 마고의 양자택일(정말 양자택일이란 말밖에...;;)로 인해 버려진 다른 하나는 평생을 안고 갈 깊은 상처를 받았을 터. 그러나 감독은 사랑의 이러저러한 단면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감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캐나다 영화도 색감이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특히 마고와 대니얼이 놀이기구를 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어둠 사이를 오가며, 둘은 서로 밀착하지도 떨어지지도 못한 채 놀이기구의 흔들림에 몸을 내맡긴다. 갖가지 빛깔이 그들의 머리 위를 슥슥 지나는 동안,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휘청휘청거릴 뿐이다. 그렇게 놀이기구는 종료된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감독은 극중에서 닭(Chicken) 요리 전문가로 나오는 '루'를 혹시 겁쟁이(Chicken)라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어떠한 변화도 시도하지 않고, 상대의 변화에도 무심했던 '루'라는 인물..그러나 그가 마지막에 마고에게 보여준 모습은 무척 용기있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는 한결같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보다는 루 자신도 의도하지 않은 사이, 여주인공 마고가 '루'와 '대니얼'을 일종의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대결구도 위에 올려놨다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닐지...개인적으로 승패를 떠나 루가 겁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에서 치킨게임이 웬말인가. 게임의 끝에 누구 하나는 패배자가 되거나 아니면 둘 다 끝장이 나는 법. 그래서 알콜중독자이자 마고의 시누이인 제럴딘(사라 실버맨)이 영화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고에게 쏘아붙인 따끔한 한 마디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게 한다. 과연 마고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다른 이의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우선한 그녀의 선택은 바람직했던 것일까. 마지막 선택을 내린 후에도 그녀는 웃으면서도 울고, 울면서도 웃는다. 이 역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사랑이라는 미묘한 실체의 단면인 것일지..여러모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다가오는 것들/미아 한센-러브/드라마/나탈리(이자벨 위페르), 파비앙(로만 콜린카), 르 컹크(에디뜨 스콥)/102>
바통을 이어받아 두 번째 주자는 <다가오는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어지간해서는 트레일러나 시놉시스를 확인하지 않는 편이다. 이 영화 역시 포스터만 봤을 때는 로맨스 영화겠거니 했는데,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였다. 그래서 포스팅의 제목과는 걸맞지 않지만, 어쨌든 로맨스 영화로 오해한데다 최근 본 김에 함께 포스팅한다.사실 이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기도 하고,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영화가 다루는 알맹이가 기존의 영화와는 남다른 면이 있어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영화였다. 특히 영화의 종반부에서 딸이 엄마(나탈리) 앞에서 흐느낀 장면은 아직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순히 삶에 위기를 맞이하는 중년여성의 이야기라기에는 그 이상의 불가해한 인생의 흐름 같은 게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영화였다. 분명한 사실은 지루하지 않게 시종일관 몰입해 있었다는 사실이다.프랑스어로는 'L'avenir', 영어로는 'Things to Come', 우리나라말로도 '다가오는 것들'로 소개된 이 영화는 일관되게 '다가오는 것들'보다는 '떠나가는 것들'을 이야기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과연 영화의 제목이 반어법이 아니라면 여주인공인 나탈리에게 다가온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녀를 떠나간 것들로 인해 그녀에게 다가온 것들은 상실감, 노쇠함, 추함, 완고함 따위의 것들 뿐.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생각할 게 많아지는 영화다. 사상과 행동의 일치를 중시하며 급진적인 철학을 옹호하는 것 같다가도, 취업난에 거리에 몰려나온 학생들에게 냉담한 그녀. 한때 진보활동을 했으면서도, 애제자가 전개하는 대안활동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녀. 그런 그녀를 힐난하는 애제자 파비앙. 젊음이라는 꽃이 지고 나니 열렸던 생각은 닫혔고, 닫힌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사랑하는 이의 상실, 배신 뿐이었다. 내가 철학에 조예가 깊었다면 좀 더 다양한 메타포를 읽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는 정말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인용구가 등장한다.
영화에는 하나의 대척점이 등장하는데 브르타뉴의 바다에 위치한 남편의 별장과 파리 근교의 산에 자리잡은 파비앙과 친구들의 허름한 가옥이 그것이다. 해안가에서 유유자적 휴식을 보내는 부르주아와 외지인의 발길이 드문 외딴 곳에서 머리를 맞대고 사회변혁을 논하는 프롤레타리아의 구도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녀는 브르타뉴의 별장을 떠나, 산속의 가옥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도 자리잡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한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소극적이게 만들었을까. 철학교사인 나탈리는 용기있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 사랑에 당당한 여자로서의 모습, 어엿한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바로세우지 못하고 속으로 역할 갈등만 겪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애완 고양이 '판도라'는 그녀의 신발에 잡아온 쥐를 집어넣음으로써 존재의 변치 않는 본질을 열어 보여준다. 그러나 어쩐지 그녀는 망설이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녀의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를 이렇게 몰아세운 환경 때문일까. 이건 결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뭐랄까...홀로 남겨진 외로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 속절없는 세월에 대한 한탄? 그런 것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삶은 흘러간다'는 쓰디 쓰면서도 담담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칭얼대는 갓난 아기를 어르고 달랜다. 새 생명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젊은 한 때에는 온 세상이 자기 것인 양 한껏 부푼 마음으로 살다 늙어가면서 자신의 무기력을 발견하고 마는 평범한 삶을 살게 될까? 한편 그 사이 세상은 변할까? 파비앙의 말처럼 세상은 좋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문제가 혼재해 있는 듯 해도 인생은 결국은 다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쉬워 보였던 것은 어렵고, 어려워 보였던 것은 사실 단순한 해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였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된다고 해도 퍼즐조각을 맞춰나가듯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철학 베이스가 좀 더 늘어 있으면 좋으련만...철학이랑 거리가 멀으니ㅠ여튼 추천이다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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