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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의 일기: 헤퓌블리크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9. 19:27
쾌-청한 날씨 # 오전에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카페를 나와 향한 곳은 무프타흐 시장의 Fournil de Mouffetard라는 빵집이다. 평소에 가장 자주 찾는 빵집이기도 하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피자를 조금 샀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어디라도 나들이를 가면 좋으련만, 몸이 좋지 않아 기숙사에서 낮잠에 들었다. 눈을 뜬 뒤 창문 밖을 보니 여전히 하늘이 맑았고 비행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학교에 머무르며 논문을 읽었다.
# 늦은 오후 기숙사를 나서 버스를 타러 생테티엔 뒤몽 성당 방면으로 이동했다. 버스정류소의 전광판을 보니 운행이 중단된 노선이 있는 것으로 보아 파업은 현재진행형인 모양이다. 메트로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바로 근처의 꺄흐디날 르무안(Cardinal Lemoine) 역으로 향했다. 전날과 달리 메트로 노선은 거의 대부분 정상운행을 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나비고가 개찰구에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1주일권을 구매했으므로 일요일까지는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개찰구가 계속해서 오작동을 일으켰다. 결국 매표소 직원에게 승차권이 작동하지 않는다 말하고 역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승차권을 교환해줄 수 있냐는 말에는 다른 말만 하고 바꿔주지 않아서 오늘 하루 메트로를 이용할 때마다 매표소에 얘기를 해야만 했다.
Cardinal Lemoine 아우스터리츠 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탄 다음, 오베흐컹프(Oberkampf) 역에서 하차했다. 5호선에는 프랑스어 같지 않은 역명이 참 많다. 일단 종점인 이탈리아 광장(Place d'Italie)과 보비늬-파블로 피카소(Bobigny-Pablo Picasso)에서부터 컹포 포흐미오(Campo Formio),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오베흐컹프(Oberkampf) 스탈린그라드(Stalingrad) 등등등.
Place Olympe de Gouges # 개인적으로 파리 안에서 기분전환을 할 때는 마레 지구의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북부가 좋다. 에티엔느 마흐셀 가(R Étienne Marcel)나 헝뷔토 가(R Rambuteau) 일대는 여러 문화예술 공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갈 일이 생기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붐빈다. 반면에 브흐타뉴 가(R de Bretagne)와 비에이으 뒤 텅플르 가(Rue Vielle du Temple), 튀헨느 가(Rue de Turenne)가 별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역 일대는 비교적 조용하고 특색있는 가게들이 툭툭 튀어 나와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오늘은 샤흘로 가(R Charlot)로 들어간 다음, 베헝줴 가(R Béranger)를 따라 헤퓌블리크 광장까지 걸어갔다. Drapeau Noir, Twin Concept Store, Les Vilains Parisiens처럼 재미있는 이름의 가게들을 들어가서 구경해 보았다. 대체로 옷가게들로 평소 옷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지만, 패션의 도시라는 후광 때문인지 한 번 더 관심이 간다. 아기자기한 초콜릿 가게, 와인 가게에도 사람이 몰렸다.
Place de la République(rouge) Place de la République(bleu) # 우리말로 하면 공화국 광장이라 할 수 있는 헤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은 차량도 많고 오가는 사람도 많아 분주한 풍경이다. 헤퓌블리크 광장은 3구와 10구,11구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전까지 샤토도 광장(Place du Château-d’eau)으로 불렸던 이 지역이 지금과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된 건 1879년 파리 시정부가 공화정을 기념하는 사업을 벌이면서부터라고 한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시위가 많이 열리고 특히 진보 또는 생디칼리슴 진영을 중심으로 한 시위가 많다고 한다. 15년도 샤를리 엡도 총격 사건이 있었을 때 추모집회가 있었던 것도 바로 이 헤퓌블리크 광장이다. 2015년 이래 유난히도 헤퓌블리크 광장 일대에서 많은 테러들이 발생했었다.
Canal Saint-Martin 헤퓌블리크 광장을 지나 보흐페흐 가(R Beaurepaire)를 따라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가 나올 때까지 걸었다. 근래에 파리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지역이라고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Maison Standards, Hircus 등을 둘러보다가 Balibaris에서 초록색 풀오버를 하나 구입했다. 지금 시즌에 세일 가격이 적용되고 적당한 사이즈(L)가 남아 있는 보기 드문 물건이었다. 너무 물건이 많아 고르기 어려울 때는 가성비라도 건지기로 했다. 파리는 겨울이 길다보니 아직 두께감 있는 긴팔 옷들이 주를 이뤄서, 어떤 옷을 사는 게 좋은지 조금 헷갈린다. 조만간 평상시 입을 옷을 몇 벌 더 구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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