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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의 일기: 르 셩포(Le Champo)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0. 01:13
# 오전에는 학교에서 다음 주에 있을 발표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게임이론 수업을 들었다. 안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생제르망의 파리대학까지 발걸음을 했는데, 뒤늦게 교수 사정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다는 걸 알았다. 나처럼 모르고 교실로 온 데미와 그대로 교실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내용은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관한 내용으로, 지난 학기에 잠깐 다뤘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지만 최근 연구를 가미하여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지난 학기에는 카네만과 츠버스키의 아주 고전적인 논문만을 읽었었다.
# 생제르망 일대의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조금 일찍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빨래를 했다. 일찍이라고는 해도 일곱 시가 다 되어서 식사를 했지만, 이곳 기준으로 일곱 시는 저녁 식사를 하기에 약간 이른 느낌이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소르본 대학 앞의 르 셩포라는 영화관에서 60년대 일본 흑백영화를 봤다. Les Écoles 정류장 앞을 지날 때마다 항상 은근한 분홍색 간판이 눈에 띄었던 영화관이다. 상영관이 두 개라는 점이나 별도의 좌석 배정이 없다는 점이 무프타흐 시장의 L’Épée de bois와 비슷하다. 다만 좌석은 르 셩포가 훨씬(!!) 편하다.
영화는 <여자들뿐인 밤(女ばかりの夜)>이라는 1961년 작품으로 다나카 키누요(田中絹代)라는 일본의 여성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프랑스어로는 <La nuit des femmes>로 번역이 되었는데 유곽에서 매춘을 하던 쿠니코라는 여성이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갱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상 속 대사는 일본어로 되어있고 자막이 프랑스어로 나오기 때문에, 빠르게 지나가는 프랑스어 회화 자막을 볼 수 있어서 나름대로 언어 공부(?)가 된다.
사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온갖 종류의 억양이 들어간 영어와 프랑스어를 접하다보니 종종 이래서야 언어가 늘까 싶기도 하다. 이곳은 유럽이다보니 내 귀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미국식 영어를 접할 일도 흔치 않거니와(당연하게도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영국식 영어를 쓴다), 이탈리아 학생들이 쓰는 프랑스어를 들으면 거의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문장구조가 같기 때문에 무언가 말을 유창하게 하기는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이탈리아어 방언 같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어찌저찌 알아 듣는 것 같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결국은 내 실력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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