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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의 일기: 집중(集中)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4. 18:51
# 기분 탓이겠지만 수업이 가장 몰려 있는 월요일에 항상 날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3일간의 궂은 날씨도 끝나고 아주 시원하게 봄볕이 내리쬔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와 목에서부터 통증이 올라오는 걸 보아 한동안 잘못된 자세로 계속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그저 쉬고 싶지만 이른 아침부터 비대면으로 연구지도가 있어 몽롱한 정신으로 컴퓨터를 세팅했다. 지도가 끝난 뒤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데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부터 프랑스 정부 방침으로 마스크 의무착용이 크게 완화되었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시설을 제외하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TV를 볼 수도 없고 안내 메일도 따로 받지 못한 나로서는 교실에 도착했을 때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어안이벙벙했다. 처음에는 교수가 마스크를 안쓰고 강단에서 수업을 하길래 왜 이러나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얼떨결에 나도 따라서 마스크를 벗었다. (처음에는 뭔가가 달라졌는데 뭐가 달라진 건지 한참 생각했다=_=) 아침에 한 여학생이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봤는데 그 이유를 그제서야 이해했다.
# 월요일 수업은 두 개 모두 훌륭하고 재미있다. 다만 6시간 통으로 수업을 듣는 게 약간 버거울 뿐이다. 오늘 두 수업은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들었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장기요양보험(long term caring)을, 두 번째 수업에서는 국가 채무에 관한 동태식(debt dynamics)을 다룬다. 유럽에는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우리 시각에는 대단히 실험적인 복지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들도 있고, 이들 국가에 대한 언급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넓지 않은 유럽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사회제도가 존재하고, 이웃국가들끼리는 옆나라의 사회제도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여하간 앞선 두 주제 모두 한국에 있을 때는 그리 깊이 공부했던 내용들이 아니지만, 대단히 유용한 내용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특히 두 교수 모두 친절해서 좋다.
마스크 없이 진행되는 수업은 지난 2년 동안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이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현장감이 있어서 좋다. 감염 확산이 크게 느려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조심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고 아직까지는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나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런 구애없이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더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프랑스에 도착한 이래 이곳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의 흐름을 얼굴로 읽는 게 쉽지 않았던지라 더 자세한 표정을 마주하고 보니 뭔가 더 어색하고 난해하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유별스럽게 보는 경향도 분명히 있어서 학생이 많은 수업에서는 어째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위생에 소홀한 편이 아니지만, 마스크도 여전히 철저히 쓰고 손잡이에 쓸 위생장갑까지 따로 챙겨서 다니는 S를 보며 일본사람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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