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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의 일기: 정원(le jardin)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29. 18:13
# 낮의 길이가 빠르게 길어지는구나 실감하고 있었지만, 그저께부터 이곳에 서머타임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몰랐다. 오늘은 비 예보가 있었던 날로 오후 두 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라고는 해도 억세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어서 우산이 필요하지는 않다. 오늘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화요일에 있던 오전 수업은 지난 주로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텅 비지만, 도서관에서 필요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미 마무리된 수업이 있다고는 해도 학기 초에 수업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편이어서 시험 전까지 비는 시간에 부족한 공부를 해둘 필요가 있다. 오늘은 결정 이론을 공부하고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 그렇다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 머물렀던 건 아니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는 중국인 친구와 함께 센 강변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생 루이 섬을 지나 캬흐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을 가는 친구를 보낸 뒤, 나는 시테 섬을 거쳐 되돌아왔다. 중간에는 자연히 파리 시청사, 그러니까 오텔 드 빌(Hôtel de ville)을 지나게 된다. 그 동안 진료소 역할을 하는 가건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몇 주 전부터 가건물이 사라지고 온전한 광장이 개방되었다. 날씨가 쾌청한 날 버스를 타고 오텔 드 빌 옆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풍경이 퍽 화려한데, 오늘은 날씨가 흐리니만치 멋진 풍광이 보이지는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걀리마흐 서점에 들러 다 쓴 필기구들을 샀다.
# 파리에는 커다란 공원(parc)도 많지만 놀이터만한 크기의 작은 공원(square)들은 그 이상으로 많다. 어느 쪽이든 봄이 되니 공원마다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의 조경방식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다. 뭐든 번듯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꽃들을 일렬 종대로 쭉 심거나 특정한 패턴이 생기도록 심는 반면, 이곳에서는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한 조경을 해 놓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리 시내 한복판에 튤립 한 포기, 수선화 한 포기, 제비꽃 한 포기 조금씩 심어져 있는 걸 보면 사람의 손길이 갔다는 걸 모를 정도는 아니다. 조경을 전문적으로 하는 담당 인력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오늘 점심에 시간을 보냈던 사뮈엘 파티 공원(Square Samuel Paty)에는 가지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세 명씩 모여 걸어다니며 작업을 한다. 보통 장비를 이용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우리나라 방식과는 달리, 작업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수풀에 몸을 파묻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간 수작업을 하는 모양인데 그 나름대로 부산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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