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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의 일기: 라파예트(Lafayett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8. 19:08
# 프랑스어에는 영어와 모양은 같지만 쓰임새가 꽤 다른 단어들이 있어서 자칫 단어의 의미를 잘못 이해할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호텔(hôtel)’이라는 단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듯이 고급 숙박시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관공서를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작은 마을들에서는 그냥 시청사(Mairie)를 두고 있지만, 파리를 비롯한 큰 규모의 도시에서는 시청사를 일컬을 때 오텔 드 빌(Hôtel de ville)이라는 표현을 쓴다.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에는 어김없이 오텔 드 빌(Hôtel de ville)이라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걀레리(Galerie)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화랑(畵廊)’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 Lafayette)’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일단 무언가가 진열되어 있다면 상점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영어와 관련은 없지만 집을 뜻하는 ‘메종(maison)’이라는 단어도 상당히 넓은 의미로 쓰이는 편이다. 예를 들어 출판사는 ‘maison d’édition’이라 표현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메종은 단순히 주거공간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 즉 회사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 오후 마지막 결정이론 수업이 끝나고 센 강을 가로질러 오페라까지 쭉 걸어갔다. 조금 거리가 되기는 하지만 갤러리 라파예트 전망대에서 파리 시내를 보러 가보기로 했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전망대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종종 한국어가 들렸는데 나이가 지긋한 한국 분들도 보여서 다시 관광하는 분들이 꽤 되나보다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 한국 식재료점에서 장을 봤는데, 가게 안에서도 한국인 일행을 만났다. 내 바구니에 담긴 고추장이며, 소면이며, 쌀을 보고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오신다. 곧 출국을 앞두고 있는데 PCR 검사를 하는 방법에 대해 아느냐고.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이어서 얼마전 왓츠앱에서 외국 학생들 간에 오고갔던 내용을 찾아 가능한 방법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고마워 하신다.
# 오페라 근처 튈르리 공원 옆 옷가게에 들렀다. 최근 날씨가 매우 더워졌는데 한국에서 챙겨온 반팔티가 하나도 없다. 원래는 갤러리 라파예트에 간 김에 반팔티를 좀 살까 했지만, 부분적으로 할인행사에 들어갔음에도 부담되는 가격이기도 하고 일단 매장이 너무 많아 발품을 파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매장을 들락날락하는 자체가 내게는 스트레스다. 일단 복잡한 갤러리 라파예트는 빠져나와, 한인 식자재점을 가러 피라미드로 가는 길에 매장을 몇 곳 확인해두었다. 이곳에도 한국인 직원이 가게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일단 티셔츠 한 벌을 사고 파리에서 여름 세일이 언제 들어가는지 확인해둔 뒤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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