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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미니 타지마할에서 메탑 박까지(From Itimad-ud-Daulah, to Mehtab Bagh)여행/2017 북인도 2017. 2. 25. 00:00
'이티마드-우드-다울라'와 '메탑 박'을 가기 위해서는
저 멀리 보이는 철교를 지나 야무나 강을 건너야 했다
릭샤 위에서 #1
릭샤 위에서 #2
J는 아그라성을 들른 뒤에 미니 타지마할이라고도 불리는 이티마드-우드-다울라(Itimad-ud-Daulah)로 갈 계획이었고, 나는 아그라성을 들른 뒤에 메탑 박을 갈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J와의 동행은 계속되었고, 아그라성과 미니 타지마할, 메탑 박까지 함께 다녔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는데, 처음에는 절대 불가능한 스케쥴이라고 생각했던 동선을 체력 소모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J와 크고 작은 대화소재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베이비 타지 마할', J는 '미니 타지마할'로 알고 있던 '이티마드-우드-다울라'에 도착했다!
인도 대부분의 유적지들이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었다면
이티마드-우드-다울라는 '예쁘다'라는 형용사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옛 인도사람들은 색을 사용하는 방식이 탁월했던 것 같다
노랑색 톤의 커다란 그라데이션을 보는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해 이곳은 이티마드-우드-다울라의 묘(Mausoleum)이다
'보석 상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아기자기하다
인도에는 화려한 묘역(Mausoleum)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왕릉이랑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타지 마할을 만족스럽게 관람하지 못한 탓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미니 타지마할이 오후에 들른 세 관광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아그라성의 테라스 너머로 바라보는 타지마할의 풍경은 또 다른 감흥을 주었지만, 한낮이 되어도 짙은 먼지 때문에 타지마할이 맑게 보이질 않았다. 메탑 박 역시 타지마할을 조망하는 곳인데, 정원도 평범한 데다 마찬가지 이유로 짙은 먼지 때문에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이 반감됐다.
가까이에서 본 건물
건물의 천장
또 다른 천장의 문양
묘역의 바로 옆으로는 야무나 강이 흐른다
인도의 물이 대개 그러하듯 깨끗하지 않다
멀리 물소떼가 보인다
메탑 박 일정이 끝났을 때, J와 나는 더욱 불가능으로 보일 것 같은 일정을 소화해냈다. 론리 플래닛에 주요 관광지로 소개된 곳 가운에 아직 들르지 못한 나머지 두 곳까지 들르기로 한 것이다. 바로 자마 마스지드(동명의 사원이 많은데, '자마 마스지드'란 도시의 중심이 되는 사원으로 델리, 아그라 등 무슬림이 거주하는 어느 도시에나 있다고 보면 된다)와 키타리 바자르(Kitari Bazar)였다.
릭샤 타고 메탑박으로 이동!
입구에 웬 낙타가 보였다
동물원 간지도 오래 됐는데 인도에서 못 보던 동물들 다 보고 가는 것 같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혹사당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론리 플래닛에서는 메탑 박의 정원을 되게 그럴 듯하게 소개해놨던데 그냥 평범했다
메탑 박은 이른바 '검은 타지 마할'이라는 별칭으로
샤 자한이 흰 색의 타지 마할에 대칭하는 건물을 지으려 했다는 둥 여러 가지 썰이 있지만
어느것도 확실하진 않다
실제로 터를 보면 검은 색 건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타지 마할의 '동쪽 게이트'
강 맞은 편에서 타지 마할을 보기 위해 메탑 박을 꼭 들르고 싶었기 때문에, 여행을 오기 전 메탑 박 가는 길을 알아보았다
어디에선가 동쪽 게이트로 나온 뒤 야무나 강으로 나오면 메탑 박을 오가는 보트가 있다고 했는데 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야무나 강은 한강처럼 정비가 되어 있는 그런 강이 아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줌인해서 타지 마할을 보니 아침보다 사람이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원래 메탑 박은 석양과 함께 타지 마할을 보러 가는 곳인데 날씨를 보니 좋은 풍경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일찍 이동하기로 했다
이때에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이 또한 릭샤 운전수에 관한 것이다-_-
메탑 박을 나서니 대여섯 대의 오토릭샤가 대기중이었다. 구글맵으로 거리를 환산해보니, 메탑 박에서 키타리 바자르까지 가는 데에는 꽤 비용이 들 거라 예상했다. 일단 야무나 강을 건너온 데다, 목적지인 키타리 바자르는 아그라 성의 북서 방면에 있어서 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전수들과 흥정을 하다보니 예상비용보다 훨씬 비싼 금액을 요구했다. 대여섯 명의 운전수들은 사전에 말을 맞추기라도 한듯 최초 금액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이 J의 승부사 기질(?)을 건드린 듯했다. J 또한 한 치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심 어느 쪽이든(더 정확히는 J가..) 타협하길 바랐지만, 결국 흥정은 결렬되고... 어디서 찾았는지 J는 마침 떠나려던 개인차량을 히치하이킹했다;;
차주인은 네덜란드 중년 여성이었다. 운전석에는 그녀가 고용하는 인도인이 핸들을 잡고 있었다. 외국에 와서 현지 기사를 고용하는 것으로 미루어, 재력가인가보다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J는 좀 전의 상황에서 화가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차를 태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나라에든 흥정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 사람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른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떠나가는 손님을 붙잡기는커녕 아쉬울 것 없다는 듯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인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상도덕을 말아먹었다는 얘기였다'~'
교통수단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사람인데 나까지 가세하면 안 될 것 같아서(더 정확히는 영어가 안 돼서..) 잠자코 있었는데, 네덜란드인의 대답이 의외다. 당신은 몇몇 인도인들은 대단히 영리하다는 것을 모른다. 당신은 아직 그러한 인도인들을 못 만났을 뿐, 인도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나라다. 인도를 두둔하는 한편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사소한 언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J 역시 그녀의 답변을 쉬이 납득하기 여러웠는지, 구체적으로 인도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하는지 장소로 설명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되돌아온 답변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 네덜란드인은 델리의 파하르간즈가 인도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델리의 하고많은 곳 중에 다른 곳도 아니고 파.하.르.간.즈.라니.....
여기서부터는 그녀의 말에 신빙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게 파하르간즈는 혼돈의 끝을 맛보여준 곳이었다. J는 차에서 내린 후, 아무래도 네덜란드인이 인도를 제대로 겪어보지 않고 하는 얘기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보기에도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이 네덜란드인이 경험한 인도는 극히 좁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 말대로 파하르간즈에 엄청난 장소가 숨어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편, 그러니까 타지 마할의 동쪽에 또 다른 성벽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메탑 박에서 한가로이 오후햇살을 즐기는 젊은이
날개 색깔이 특이해서 한 컷!
메탑 박을 둘러보는 내내 새끼강아지들이 무리지어서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얘네들은 너무 귀여워서 한 컷.
어쨌든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쉽게도 네덜란드인이 말한 영리한(clever) 인도인을 짧은 여행중에 만나보지 못했다. 아마도 헝가리가 그러했듯, 인도 역시 재능이 있거나 부유한 사람들은 다들 모국을 떠나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해보았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잠재력이 많은 이 나라가 아직까지도 최소한의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여하간 우여곡절 끝에 J와 나는 아그라 포트 역의 북쪽 어느 도로에 남겨졌다. 이제 서쪽으로 좀 더 걸어가면 키타리 바자르가 나올 터였다.
차에서 내린 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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