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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잔시역에서 동분서주(No- Problem!)여행/2017 북인도 2017. 2. 28. 15:03
역 안에서 동물이 이러고 다닌다는 자체가 상식을 뛰어넘는다..
아그라에서 카주라호로 오는 길은 고생길이었다.
J는 이미 남부와 서부 인도를 3주간 여행을 한 상태여서, 기차를 이용하는 데 능숙했다. 인도의 철도역에는 어느 등급의 좌석을 구매했느냐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대합실이 구분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VIP 대합실―실제로 명칭이 그렇다―이 따로 있는데, 열차티켓을 검사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이후 철도역을 이용하면서 VIP 대합실을 이용하곤 했다. 문제는 아그라를 경유하는 열차가 너무 많았다는 것인데, 나와 J가 예매한 열차의 현황이 도무지 전광판에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연이면 지연이다, 취소면 취소다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열차 도착시각을 한 20분 쯤 넘겼을까, 우리가 찾던 열차가 전광판에 떴다.
그렇지만 익숙치 않은 이런 열차시스템 때문에 잠시 방심을 했던 모양이다. 열차를 탔으니 이제 침대를 찾을 차례인데 내 자리에 이미 누가 누워 있다. 침대의 주인이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장황하게 설명한다. 뭔지는 못 알아 들었지만 긴급한 느낌이 든다. 승무원을 찾아가 우리가 예매한 침대 번호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승무원은 열차를 잘못 탔다고 했다. 오마이갓..이렇게 허무하게 카주라호는 못 가게 된 것인가...... 그렇다. 현황이 뜨지 않아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열차 번호도 확인하지 않은 채 열차에 오르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예정에 없던 잔시역 하차..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열차가 막 출발한 참이어서 아직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J에게 지금이라도 뛰어내리자고 했다. J가 잠시 제정신이냐는 듯이 쳐다봤던 것 같다'~' 그런데 진심이었다. 인도에 왔으니 인도 법을 활용해도 되지 않을까? 레일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나는 내 제안이 그리 비현실적이라 생각지 않았다. 한 5분 정도 걸으면 될 거리밖에 열차가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J가 승무원과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알고보니 우리가 잘못 탄 열차와 우리가 원래 타야 했던 열차가 경유하는 간이역 중 겹치는 역이 있었다. 바로 잔시역.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오르차에 가기 위해 들렀어야 할 곳이었다. 여하간 천만다행이었다. 잔시라면 아그라에서 그리 멀지 않다. 1시간 반쯤 달렸을까 잔시역이 나타났다. 열차에서 내린 뒤 같은 플랫폼에서 다음 열차가 진입하기를 기다렸다. 뒤이어 또 다른 야간열차가 서서히 들어온다. 이번에는 열차번호를 확실히 확인했다. 우리가 찾던 열차가 맞다.
열차에 오르니 이미 소등이 되어 어두컴컴하다. 내 빈 침대를 찾을 수 있었다. 열차를 잘못 탄 탓에 1시간 반 가량 수면할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열차에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나는 금새 단잠에 빠져들었다. 반면, J는 나와 반대로 잠을 설쳤다며 다음날 초췌한 얼굴로 아침인사를 했다. 여하간 아침인사를 카주라호에서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잘못탄 열차 위에서 나와 J는 자리도 없어서 열차의 널찍한 공간에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두 명의 승무원이 갑자리 우리 앞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는 곧바로 잔다..열악한 근무환경이다ㅠ
잔시역을 놓치면 이젠 정말 끝장이었기 때문에, 나나 J나 눈붙일 새 없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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