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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가 되지 못한 사나이일상/film 2017. 6. 6. 17:58
<헤디/드라마/모하메드 벤 아티아/헤디(마즈드 마스투라), 림(림 벤 마사우드)/88>
88분 영화 치고는 꽤 밀도 있게 전개된 영화였다.
"그건 프로젝트잖아. 꿈이 아니라.(It's a project, not a dream)"
림(여자주인공)이 헤디(남자주인공)에게 건넨 말이다. 림이 헤디에게 꿈을 묻자, 언젠가 자신의 그림을 화집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헤디. '하늘을 날고 싶다든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 꿈이지'하고 되받아치는 림. 아마도 '꿈'이라는 게 요원(遙遠)한 무언가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 이루어낼 수 있는 무언가―프로젝트―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망망대해나 무인(無人)의 황량한 초원에 홀로 서 있는 '헤디'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나는 당신에게 한 번도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어요!"
스물다섯 먹은 다 큰 어른이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서 외치는 말이다. 헤디는 정작 자신의 삶에서 소외되어 왔는지 모른다. 자기 뜻대로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는 남자다. 남들처럼 영업사원이 되고,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면 남들만큼은 산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남자. 그랬던 그는 림을 만나면서부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조르바 같은 여인 '림'처럼 '헤디'도 조르바가 될 수 있을까?
한때의 방황과 충동으로 끝날 것인가?
영화에서 지중해의 에메랄드 바다를 끼고 있는 거대한 공동묘지가 두 차례 등장한다. 아마도 헤디는 공동묘지를 바라보며 '삶의 유한함'을 느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 그러나 '삶'은 다르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기대와 환경,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번민(煩悶)이 잘 드러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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