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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드라마, 스릴러/폴 버호벤/미셸(이자벨 위페르), 파트릭(로랑 라피트)/130>
<그녀>라는 작품의 제목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라는 작품이었다. 발레하는 여학생과 남자 간호사간에 벌어지는 엽기적 로맨스인데 묘하게 이 영화와 오버랩되었다.
또 한 가지 떠올랐던 영화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미카엘 하케네의 <피아니스트>다. 병들고 왜곡된 욕망의 뒤엉킴, 그들 스스로도 천박하다고 부르는 욕망들. 완전 막장이라며 나온 관객도 있었지만, 나는 과장됨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물론 <피아니스트> 속 이자벨 위페르와는 다르고, 감독의 연출도 다르다. 개인적으로도 <피아니스트>의 인상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더군다나 스토리라인이 비교적 단순한 <피아니스트>에 비해 <엘르>는 인물관계도 꽤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연출기법-컴퓨터 그래픽의 합성 또는 등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큰 차이는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도 아닐까 싶다. <엘르>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죄다 트러블메이커다. 철부지 아들, 폭행을 가한 전남편, 성도착적인 애인, 가학적인 이웃주민 남성, 게다가 사이코패스인 아버지까지... 좀 등장인물들이 극단적이기는 하다. 어찌 됐든 점점 가해자로 변질해가는 <피아니스트> 속 에리카의 제자(월터)와 달리, <엘르> 속 남성들은 설정이라고는 해도 타고나기를 문제가 많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키려는 미셸. 그러한 어느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제목은 바로 <엘르>이다. 요즘 볼만한 영화가 딱히 없어서 본 영화인데, <다가오는 것들> 이후 이자벨 위페르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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