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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곳으로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8. 19. 02:23
베들레헴에서
여행을 다녀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이번 여름 이스라엘에 다녀왔다는 말을 주위에 꺼내기가 껄끄럽다.
여름휴가 어디서 보냈냐는 질문에 보통 중동을 다녀왔다고 뭉뚱그려서 얘기하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물어서 이스라엘이라고 대답하면 열에 아홉은 다음과 같은 반응이다.
아홉 중 아홉이 하는 첫 질문 : 도대체 그런 곳은 뭐하러 가? 거기 위험한 데 아니야? 이스라엘 간다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 굉장히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슈퍼마켓에서 마주친 아주머니는 검게 그을린 내 얼굴에 놀라고 이스라엘을 다녀왔다는 말에는 경을 쳐서 아직까지도 나를 보면 이스라엘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 말로 하진 않지만 마음속으로 드는 생각 : 저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지, 알려진 것처럼 위험한 곳인지 외국 책까지 뒤져가며 꼼꼼히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스라엘은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종전상태가 아닌데 수도인 서울은 북한에서 무척 가까울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라는 곳은 UN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그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은 땅이랍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북한 때문에 골치가 아프기도 했죠. ···이쯤 되면 내 자신이 유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어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살짝 바꿔 넣기만 해도 이야기가 살벌하게 들릴 것이다)
대충 얼버무리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 혹시 종교 있는 거 아니야? 응? 없다구? 그럼 도대체 왜 가는 거야?
(그건 말이죠... 사실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원래 가려던 곳이 이집트이기는 했지만 여름철에 관광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높아서 차안을 택했다고 구구절절 부연설명하기도 이상하다. 원래 중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괴짜 같아 보인다. 가장 낯선 곳에 나를 놔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간 정말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렇게 저렇게 계산을 해보다가 '지구상에서 해발이 가장 낮다는 사해에 가보고 싶었어요!'라는 천진난만한 대답으로 대화를 넘긴 적도 있었더랬다)
그러다 대화의 '주거니 받거니'가 잘 되지 않으면 마침내 쐐기를 찍는 상대의 마지막 한 마디. 엄청 탔네!!! (=_=...하하..하.....네..ㅎ..ㅎ그쵸?!!ㅎㅎㅎ)
실제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사해가 아닌 기자의 피라미드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가고 싶었던 곳은 이집트의 해안도시 알렉산드리아였다. 그러나 알아본 바 이집트의 여름철 폭염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고, 대안을 알아보던 중 텔아비브로 가는 항공편이 꽤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 이스라엘 행을 택했다. 여기에는 이미 이스라엘을 다녀온 적이 있는 J의 강력한 추천도 한몫 했다.
우리는 때로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매우 아득히 먼나라의 일처럼,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되새긴 것으로 충분하다면 그만이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여행에서는 미진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글쎄 이스라엘에 발을 디딤으로써 매우 낯선 환경에 나를 툭 던져 놓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여행의 관점에서 이스라엘을 쭉 돌아다닌 것이 늘 즐겁고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는 여행을 돌아온 지금도 이스라엘을 다녀온 것이 과연 최선이었던가 하는 혼란스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스라엘과 우리나라간에 공교롭게도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 우리 인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류애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 왠지 모를 찝찝함에 대한 분석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끼리의 코를 만지는 장님과 다리를 만지는 장님이 서로 다른 코끼리의 모습을 그리듯 어설프게 여행을 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차 글을 정리하고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려나 싶다. 모든 여행이 그랬듯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여행에 대해서도 적고 싶은 말이 참―많다!! 일단 여는 글부터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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