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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 악코(Akko) : 로쉬 하니크라(Rosh HaNikra)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8. 26. 01:20
숙소 나오는 길에
구글맵에 의지해 대중교통 수단 물색中
휑한 거리
인적도 드물었는데 마침 트레이닝복 차림의 젊은 여성에게 대중교통으로 로쉬 하니크라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로쉬 하니크라 도착!
시외버스와 미니밴 (예루살렘의 경우 트램)은 물가가 비싼 이스라엘에서 매우 경제적인 이동수단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라브(Rav) 카드 (우리의 티머니 카드)를 발급 받으면 더욱 경제적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단 라브 카드는 택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레바논도 이스라엘 못지 않게 가고 싶은 곳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레바논은 갈 수가 없다
이스라엘 출입국 기록이 남은 사람은 레바논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양국은 외교가 단교된 상태다
나름 한국에서 이스라엘을 올 때 계획해둔 것이 있다. 소소한 지중해 프로젝트인데 가이샤라~하이파~악코~로쉬하니크라를 쭉 따라 여행하는 것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었다. 각설하고 이날 첫 행선지는 로쉬 하니크라였다. 로쉬 하니크라는 레바논과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자연공원으로 바다에 면한 천연동굴이 유명하다. 그런데 보통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후까지를 샤밧으로 잡으니, 아무리 비유대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토요일 오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소문 끝에 미니밴 택시—미니밴 택시는 개인택시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시외버스비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이다—를 타기는 탔는데 나하리야(Nahariya)에서 모든 승객을 차례차례 하차시켰다. 그러고 나니 나만 멀뚱히 남은 상황. 운전기사는 잠시 뜸들이며 고민하더니 로쉬 하니크라까지 150셰켈을 요구한다. 나하리야까지 왔는데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떡하랴 그러마 하고 로쉬 하니크라까지 운전을 부탁했다.
운전을 하면서 기사가 연신 통화를 하는데 잘은 몰라도 일반적인 히브리어는 아닌 것 같다. 억양도 세고 발음도 삼키는 발음이 많다. 그러고 보면 이스라엘 지역 어디를 가나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동시에 표기하는데, 사실 버스 같은 곳에서 안내 방송을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보면 히브리어랑 아랍어랑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오늘날 이스라엘에서는 히브리어를 다시 부흥시키고자 사어에 가까웠던 히브리어 교육을 추진하고 있어서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익숙하게 히브리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새빨간 케이블카를 타면..
투박하게 점토로 다진 듯한 해안절벽이 나타나고
탐방로를 따라 경사진 동굴 아래로 내려가면 곧바로 해식 동굴이 나타난다
보통 로쉬 하니크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
마치 트림을 하듯 좁은 구멍으로 파도를 내뱉었다 삼켰다 하고 있다
해식동굴 #1
해식동굴 #2
샤밧기간에 교통수단을 찾아 헤매느라 우왕좌왕하기는 했지만 일찍 도착했는지 공원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입장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케이블카를 타고 천연동굴이 위치한 해안가로 내려가게 된다. 스텔라 마리스 교회로 올라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탈 때에는 고소공포증이 들었는데, 두 번째 케이블카를 타니 나쁘지 않다.
로쉬 하니크라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접경지역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큰 지역이고, 동굴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동굴보다 훨씬 독특하다거나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천연동굴을 특징짓는 것은 바로 동굴 내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다. 이른바 해식 동굴이라고 해서, 대개 바닷물에 의한 침식으로 구멍이 뻥뻥 뚫린 절벽들이 있는데 로쉬 하니크라가 바로 그러한 지형이다. 파도가 천연동굴에 부딪칠 때마다 웬만한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헤비메탈보다 강력한 전율을 온몸에 전달한다. 소리가 귓바퀴에 감겨들어오는 게 아니라 주파수를 살갗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좁은 공간에 빌려들어온 파도가 무서운 기세로 부딪치는데, 부딪친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것 같다.
해안절벽과 지중해 #1
해안절벽과 지중해 #2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
출렁이는 바다
코끼리 바위
청량한 바다의 색깔처럼 파스텔빛 절벽의 베이지 색깔이 지중해의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철조망과 레이더가 보이는 바로 그 너머가 레바논이다
레바논 역시 헤즈볼라로 인해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으면서 치안이 매우 불안정했었다
이곳의 바위는 석회로 인해 새하얀 데다 해풍으로 인해 울퉁불퉁 굴곡이 져 있는데 이곳에 비둘기들이 참 많이 산다. 그러면서 안내된 내용이 비둘기의 똥을 맞으면 행운이 따른다는데 이건 좀 억지이지 않나^~^;; 로쉬하니크라에는 애당초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연결하는 철도를 놓기위해 뚫어놓은 인공터널도 있다. 그러나 예상할 수 있다시피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외교가 단절된 이상 이 인공동굴은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 마치 경의선이 단절되어 도라산역을 애매하게 종착역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 이스라엘은 왜 이리도 적이 많은 걸까?
아쉬운 마음에 탐방로의 초입에 있던 해식동굴로 다시 가보았다
참 안타까웠던 것은 이곳 역시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물을 맑지만 버려진 페트병들이 이곳 해식동굴 안에 조그많게 떼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시 바깥으로
보다시피 절벽에 움푹 파인 공간이 많기 때문에 많은 비둘기들이 집을 짓는다
이곳은 원래 철로를 놓기 위해 뚫었던 터널
그러나 끝내 철로는 놓지 못했다
북이스라엘의 철도는 나하리야 역에서 끝을 맺고 만다
숨쉬기 운동을 하듯이 지중해의 푸른빛을 마음에 담아갔다
공원을 빠져나와서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찍은 사진
야자농장과 내일 여행하게 된 나사렛 방면
보드라운 절벽의 베이지톤을 깨고 흉물스럽게 하늘로 솟아오른 송신탑
돌아오는 길에는 관광버스를 히치하이킹했다. 기사 아저씨는 흔쾌히 그러마 했고 한 시간 후에 버스로 오라고 했다. 더위를 식힐 겸 음료를 마시면서도 행여나 그 전에 버스가 출발할까봐 노심초사 했다. 그런데 약속된 시간이 되어도 버스는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기사 아저씨는 버스 화물칸에 드러누워 물담배를 피우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 30분이 더 지났을까 버스를 대절한 것으로 보이는 일행이 하나둘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버스 아저씨가 올라타도 된다는 표시를 보내길래 냉큼 버스에 탔다.
이후 30~40명 가까이 되는 일행이 차례차례 버스에 오르는데, 내 얼굴을 볼 때마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키득키득 웃는 사람도 있었고 푸하하 웃는 사람도 있었다. 거의 마지막에 올라탄 남성이 내게 다가오더니 버스를 잘못 탄 것 같다고 말하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게 악코까지 히치하이킹이 시작됐다.
내게 말을 걸어온 남성은 내 옆자리에 앉더니 자신을 남아공에서 온 조쉬(Josh)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남아공에서 만났던 한 한국인 여성이 한국에서는 매우 흔한 이름이라며 ‘범수’라는 한국이름을 지어줬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조쉬는 19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스라엘에서 키부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버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개구지게 장난치는 모습이 꼭 히피 집단 같았다. (이중에는 일본인도 있었다) 조쉬는 골란 고원에 있는 키부츠에서 음식 재료를 조달하고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쉬는 키부츠에서 생활하는 동안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대학에 진학하면 돈이 되는 전공을 공부해야 할지 돈이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 시기에 내가 가졌던 고민과 똑같았다. 키부츠에서의 일이 끝나면 곧바로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대신 친척을 볼 겸 영국에 갈 생각이라는 조쉬는 남아공에서도 채 10%가 안 된다는 백인이었다. 인종차라는 인식의 틀에 갇혀 그저 키득키득할 뿐인 다른 친구들과 달리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던 조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같은 나이에 가졌던 고민은 비슷했지만 용기가 부족했던 나를 되돌아 보았는데, 그러는 동안 버스는 악코의 올드시트에 다다랐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표지판이 새들에게 화장실로 쓰이는 건가..
해안 풍경
다시 악코의 올드시티로!
조쉬 만나서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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