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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 파크 뷰 그린(侨福芳草地, Park View Green)여행/2018 중국 北京 2018. 12. 11. 20:09
스타벅스를 나서 파크 뷰 그린이 있는 팡차오디로:D
대여자전거가 제법 많이 보인다
중국 휴대폰 브랜드인 오포(oppo)와 자주 헷갈렸던 대여자전거 오포(ofo)
여기는 잠시 살았었던 대전의 으능정이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
한자 표현이 참 많이 다르다
스타벅스에서 카페인을 충전한 뒤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 오후 두 시쯤 되었던 것 같다. 후통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던 구시가지와 다르게 신시가지에 해당하는 동부는 건물들도 멀끔하고 무엇보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아쉽게도 이번 베이징 여정에서 싼리툰은 가보지 못했지만, 여하간 베이징 동부(더 정확히는 동남부)에는 싼리툰과 비슷하게 Soho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복합 쇼핑몰들이 많다.
머얼리 눈에 보이는 파크 뷰 그린
외관만 봐서는 약간 큰 규모의 유리건물로만 보인다
도착을 알리는 꼬마병정들의 행진
「당신을 위한 세 가지(Three for You) 中 검은 동상」 by 지아니 데시(Gianni Dessi)
살바도르 달리의 동상 #1
파크 뷰 그린과 엇비슷하게 마주보고 있는 Soho 건물
살바도르 달리의 동상 #2
사실 베이징에 오면서 크게 기대했던 것 중의 하나는 중국의 현대미술을 관람하는 것―특히나 789 예술구를 직접 방문해보는 것―이었지만, 워낙 짧은 일정밖에 주어지지 않다보니 베이징 내의 고궁을 관람하는 것만 해도 바빴고 난해하기만 한 현대미술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의 취향을 고려해 굳이 아트 투어 컨셉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날 즉흥적으로 파크 뷰 그린을 가게 된 것도, 관광지라는 관광지마다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연휴 분위기 속에서 만리장성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는 팔달령 장성을 가는 대신 자금성을 다시 한 번 들르게 되면서 얼떨결에 관람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적으로 이곳은 자금성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곳이었지만, 아버지의 반응이 영 떨떠름했던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자금서은 그 스케일만으로도 압도적인 인상을 각인시켰다)
아기자기한 실내
작품명을 보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일사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건물
「당신이 보는 것은 실제가 아닐지 모른다(What You See Might Not Be Real)」 by 천운링(Chen Wenling)
앞에 있는 석가상과 함께 형광빛을 한껏 뽐내고 있는 연꽃
간판들 틈바구니에서도 자세히 보면 소품처럼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상어 이빨
이것은 무엇인고..?
고전적인 예술양식에서 탈피해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어안이벙벙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예술작품을 갖다 놓기 위해서 도대체 얼마나 돈을 쏟아부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더군다나 영구적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컬렉션을 바꾸는 것 같다. 쇼핑몰인데 수장고라도 따로 두고 있는 건가;; 과연 대륙은 대륙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한 가지 부러운 사실은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들도 여기저기 배치해 놓고 있지만, 자국의 예술품도 매우 적극적으로 전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현대예술이 급성장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대개 회화 작품을 통해서 접했을 뿐 입체적인 조소를 통해 접한 적은 없었는데, 이곳 파크 뷰 그린에는 넘치고도 남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의 손길을 탈 만한 장소에도 어김없이 예술품이 자리하고 있다
신기해보였던 전시장
이곳에서 처음으로 테슬라 매장도 들어가보았다
자꾸 헐크보다도 마크 러팔로를 떠올리게 하는;;
다른 각도에서 내려다본 파크 뷰 그린
이곳에서 교양있는 척 예술을 관람하는 것보다도 나나 아버지나 실로 크게 공감을 했던 것은 이곳 파크 뷰 그린을 오가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세련된 복장을 하고 소란스럽게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중국에서 도시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나도 처음이었는데 사람들의 낮은 시민 의식 때문에 이만저만 고초를 겪은 게 아니었다. 천단의 포토존에서 아버지 사진을 남겨드리려고 대기줄에 서있을 때의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치기가 심하던 중 가까스로 아버지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타이밍이 되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할아버지가 손녀딸을 먼저 올리려고 소리를 바락 지르며 아버지를 끌어내려서 당한 우리가 무안한데 그쪽은 천연덕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이야기는 자금성 관람을 다 마치고 나설 때의 일이다. 차가 사람보다도 느리게 앞으로 나아가길래 택시보다는 버스를 타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 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다들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정류소가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는데 결국엔 사달이 났다. 버스에 너무 많은 사람이 올라탄 나머지, 한 남성이 자신의 일행을 태우고자 무리한 행동을 개시했다. 일행만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을 남겨둔 채 팔뚝으로 버스 만을 가로막고 버티기 시작한 것. 버스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신변의 위협마저 느낀 순간, 문을 가로막던 남자의 팔뚝을 힘껏 내리찍음으로써 상황이 일단락됐다;;
건물 안에 있던 근사한 서점
이곳저곳 예술품 #1
이곳저곳 예술품 #2
이곳저곳 예술품 #3
어느 각도로 보나 예술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유리천장에 프린팅된 지구 형상
잠시 흥분해서 이야기가 샜지만 나와 아버지가 함께 공감했다는 것은 결국 이것이다. "중국의 빈부격차, 또는 양극화" 중국이 경제개혁 이후 놀라운 성장을 이룬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부의 분배가 고르게 됐는가 하는 점에서는 커다란 물음표가 떠오른다. 어딜가나 공안이 순시하고 있어서 그런지 거리에서 걸인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의 경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느끼기는 어려웠다. 여행의 마지막날 아버지와 숙소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후통을 다시 한 번 둘러보면서도 그래도 소득수준이 높다고 하는 베이징 시민들의 삶이 녹록치만은 않다고 느꼈다. 물론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고 서울에 살면서도 늘 느끼는 점이지만.
이러한 부의 불균등한 분배가 낳는 또 다른 부작용은 일종의 물신주의다. 천단에서 혼인을 거래하기 위해 나온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모습이나 명품으로 온몸을 두른 젊은이들이나 물신주의의 표징이 아닐까. 여하간 베이징 동부에서 느꼈던 화려함에 대비되는 구시가지의 무질서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회자되곤 한다.
새빨간 색이 인상적이었던 동상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데 뭔가 불분명한 윤곽이 나풀거린다 했더니 이 역시 예술품이었다;;
서점 앞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에게 총알이 향하도록 만들어진 권총
철제(鐵製) 닥스훈트
파크 뷰 그린 관람―아무런 쇼핑도 하지 않았으므로―은 아버지에게는 끝까지 재미없는 구경거리였을 것이다. 파크 뷰 그린을 다 둘러볼 즈음 발견한 서점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었다. 중국어는 알지도 못하고 간체자는 더더욱 잘 모르지만 그런 낯선 활자가 종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그저 재미있다고(?) 느껴질 뿐이다. 베스트셀러 코너와 예술 코너를 주욱 둘러보고 읽어본 책이라고는 「내 이름은 빨강」 뿐인 오르한 파묵의 책을 샀다. 책의 두께에 비해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전문서적에 가까운 책인데도 채 1만 5천 원이 되지 않았다). 읽지도 못하는 글씨로 된 책을, 그것도 문학책을 왜 샀느냐고 할 말은 없다. 그냥 새로운 세계가 담긴 자그마한 종이를 가지고 싶었을 뿐.
짧았던 베이징 동부 관람 Ad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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