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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 왕푸징 거리(王府井大街, Wángfǔjǐng)여행/2018 중국 北京 2018. 12. 13. 22:55
재래시장을 발견하지 못하고 차오양 역에서 되돌아가는 길
늦지 않게 숙소로 복귀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간사한가. 팡차오디의 파크 뷰 그린에서 예술품을 보며 눈호강을 할 때에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니 돌아가는 길이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여기에 그럴 만한 까닭이 있기도 했는데, 팡차오디 일대를 떠날 때 잠시 차오양 역 인근의 재래시장을 들러볼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어딜 가든 재래시장 구경하시는 걸 좋아하시다보니―나 또한 그렇기도 하고―가오더 지도에 '시장(市場)'이라는 한자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화살표가 차오양 역 일대를 가리켰다. 재래시장이 있을 만한 오밀조밀한 지도는 아니었지만 '상(商)' 자가 들어간 건물들이 많아서 그렇겠거니~ 하고 차오양 역으로 갔으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인근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시장 따위는 없었다.
피로가 몰려온 게 이쯤이었던 것 같다. 택시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베이징에서 택시 잡는 데 성공해본 적도 없었고 (실제로 그 큰 대로에 택시 한 대 보이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지하철을 탈 때마다 가방 검문을 하는 게 영 성가시기만 했다. 그래도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어느 성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숙소로 되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저 중국존이라는 건물은 어딜가나 보이는 것 같다..
CCTV가 남용된다 싶을 정도로 많은 중국의 거리
왕푸징 거리
좀 아까 몰려온 피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왕푸징 거리로 나섰다. 숙소에서 왕푸징 거리까지는 약 세 블록 정도(역 하나 정도)의 거리였는데, 건물 하나하나가 큰 베이징이다보니 한 블록도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사실 아버지는 굳이 세 블록 나갈 것도 없이 아예 가까운 곳에서 해결했으면 하셨지만, 왕푸징 거리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사실은 그보다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왕푸징 거리를 제안했다. 아버지가 중국요리를 잘 못 드셨는데 여행 마지막날의 저녁만큼은 칼칼한 훠궈라도 소개해 드리고 싶었다. (사실 카오야를 먹을 때도 그렇고 아버지는 전반적으로 중국요리에 대한 기대가 없으셨다. 사전에 식당도 꼼꼼히 알아봤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가ㅠ)
그렇게 해서 도착한 왕푸징 거리는 과연 베이징의 명동이라 할 만큼 수많은 상점들과 인파로 활기를 띄었다. 왕푸징의 보행자도로를 걸으며 들었던 생각은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관광을 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쇼핑여행으로 국한한다면 말이다. 그 만큼 해외브랜드, 명품브랜드, SPA 브랜드 너나 할 것 없이 시원시원하게 상점이 들어서 있었다. 여하간 쇼핑을 하기 위해 왕푸징 거리에 온 것은 아니니, 지도로 미리 확인해둔 훠궈집에 도착했는데 점원이 다짜고짜 한국말로 묻는다. 지금 오셨어요? 두 시간 기다리셔야 해요~(띠용~~) 베이징, 사람 때문에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니구만=_=
만훠궈(발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기본 세팅(과일 굳굳'~')
기본 육수
생선포(하나면 충분한 걸 두 개나 시켰다)
그리고 술~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하셨고, 너무 난감해진 나는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전에 가오더 지도를 다시 펼쳤다. 왕푸징이 왕푸징이니 만큼 '훠궈'로 검색하니 꽤 여러 군데의 가게가 검색되었다. 이중 가장 가까운 건물에 위치하면서 평도 나쁘지 않은 곳으로 향했으니, 그곳이 '만훠궈'라는 곳이었고 개인적으로 대단히 좋았다.
사실 나도 훠궈를 말로만 들어봤지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점원은 태블릿 PC를 들고 와서 메뉴를 소개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엄청 애를 먹었다.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재료들이 있는데 주문하는 방식을 잘 몰라서 계속 2인분씩 주문을 했더니 주문을 받던 점원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식으로 주문하는 게 아니라는 듯.
소고기 & 경단 & 연근까지
그리고 야채
아버지에게만 서비스로 나온 망고바나나 쥬스'~'
나름 가격을 생각해가면서 주문하기는 했는데 가격 대비 양도 많았고 맛도 괜찮았다. 다만 훠궈를 먹으면서도 이게 매운 샤브샤브랑 무슨 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샤브샤브 육수에 다대기를 풀면 안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내가 음식에 너무 둔감해서인지도 모른다.
여하간 아버지에게 중국술―중국음식은 안 좋아하셨는데 중국술에는 관심이 많으셨다;;―도 따라드리며 나도 한 잔 하고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지 훌륭한 만찬이었다. 그런데 점원이 식사중에 망고바나나 주스를 가져다 주었다. 태블릿 PC의 화면을 넘길 때 분명 별도 가격이 매겨져 있던 음료인데, 주문할 때 점원을 꽤나 애를 먹였기 때문에 외국인인 것은 당연히 알았을 테고 부자지간인 것을 보고 서비스로 준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간쑤성을 여행할 때 만났던 한국인 여행객 H가 중국인들은 자기 술은 자기가 알아서 먹는다고 했는데,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중국인들의 눈에 신기했던 것일까? 내가 본 한국사람들 중 중국어가 가장 유창했던 H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J는 지금쯤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까?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렇게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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