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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베이징에도 봄은 올까여행/2018 중국 北京 2018. 12. 29. 00:20
중국은 두 번째 방문이기도 하고 이전에 들렀던 곳이 내륙의 간쑤성이었기 때문에 현 중국의 주춧돌인 도시를 탐방하는 것은 처음이다. 화교출신인 J를 안지 얼마 안 되어 중국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영어로 말하다보니 정제된 표현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중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했을지는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독재국가이며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J는 본국 출신은 아니지만 별로 듣기 좋아하는 기색은 아니었고 중국에는 중국에 걸맞는 정치체제가 있는 거라고 말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고대의 정치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인정치를 최상위의 정치형태로 두었고 민주정은 한참 낮은 수준의 정치형태로 여겼다. 사실 민주정치라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가장 잘 통하는 정치체제일뿐 민주정치보다 더 훌륭한 정치체제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곁길로 새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중국의 근현대사에도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차례의 천안문 사태가 그것이다. 경제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가렸지만, 이런 불안정한 균형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중국정부 주도의 불공정한 시장경쟁은 무역국과의 마찰―미중 무역전쟁처럼―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자국산업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부의 양극화는 수혜를 입는 소수와 박탈당한 절대다수를 극명하게 나누고 있으며, 다수를 차지하는 시민들의 공공의식은 정말이지 형편없고 가진 자의 욕망이 부추긴 버블은 측정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뿐 아니라 중국정부느 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에 리더십이 역부족이다. 중국을 좋아하는 주변국보다는 중국을 경계하거나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주변국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어가고자 하는 미국의 야심과 독단적인 리더십도―특히 트럼프에 들어서서―편치마는 않다)
혹자는 말한다. 중국만큼 커다란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통제된 권력이 필요하다고. 설득력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시민의식이 뒤따르지 않는데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탑재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더 문제를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논리와 무관하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중국인 다수의 특징을 보건대 민주주의를 통해 개개인의 의사를 표출하다가 수렴이 잘 되지 않았다가는 난리가 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인들이 민주주의를 구가할 수 있을지 여부를 따지기 앞서,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다소 진부한 질문이다.
시민들의 참여의식?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여론 수렴 채널의 다양화? 중국과 민주주의 사이에 연결고리를 맺는 데 이토록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무엇때문일까. 당장은 중국인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공동체가 자정작용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얼마전 인천공항에서 본 광경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상하이행 항공기와 게이트가 가까이 있었는데 중국인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면세품 포장을 뜯어내느라 난리통이었다. 게이트가 있는 곳 바닥은 온통 갖가지 비닐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맨발로) 분주하게 오가며 짐을 풀어헤치고 있었다. 요지는 사(私)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공(公)의 이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의 부침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면 중국은 분명히 크고 강한 국가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강할 수 있을지, 중국의 옛 역사가 말해주듯 사분오열의 시기로 접어들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웃나라 중국. 이토록 가까운데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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