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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탕트(Détente)일상/film 2019. 2. 24. 05:58
<콜드워/드라마/파벨 포리코브스키/줄라(요안나 쿨릭), 빅토르(토마즈 코트)/88>
포스터만으로 단숨에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흑백영화를 볼 일이 흔치 않은데 올해 들어서만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이어 두 번째로 흑백영화를 보게 되었다.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를 넘나들며 냉전(콜드워) 속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을 연상케 한다. 몇 차례 데탕트를 맞이하는 듯했던 이 둘의 관계는 그러나, 파리로 탈출했던 빅토르가 폴란드(동구권)로 복귀한 뒤 강제수용소에 수감되면서 그리 속시원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예술은 정치와 타협할 수 없다는 신념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의 전통민요에 스탈린의 색채를 덧씌웠던 그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현실과의 타협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냉전이라는 조류(潮流) 앞에서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극한직업/코미디/이병헌/고반장(류승룡), 장형사(이하늬)/111>
하도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개인적인 기대에는 못 미쳤던 영화였다. 그리고 이렇게 스크린을 독점할 것 같으면, 영화관이라는 전통적 영화배급 채널의 입지를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거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있는 넷플릭스 제작영화에 반대할 명분도 없을 것 같다;; 신선했던 점은 사실 '조직적 마약범죄'라는 주제가 우리가 직면한 큰 사회이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큰 위화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요새 연일 마약 관련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 이슈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오랜만에 보는 코미디 영화였고, 류승룡의 재치있는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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