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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III/로베르토 볼라뇨/열린책들>
멕시코에서 열린 미국 선수와 멕시코 선수의 권투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파견나간 페이트라는 미국 흑인 기자가 멕시코에서 겪는 이야기. 아말피타노 교수의 제자 로사를 우연히 만나면서 멕시코에서 여성이 납치·실종되는 일련의 미스테리한 사건들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 남성과 조우하게 되는데..
<별>에 관하여, 그는 사람들이 수많은 종류의 별을 알거나, 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 볼 수 있는 별에 관해 말했다. 여러분이 80번 도로를 따라 디모인에서 링컨으로 운전을 하는데 차가 고장 납니다. 그리 심각한 고장은 아닙니다. 기름 부족이거나 라디에이터의 문제거나 타이어 펑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잭과 스페어타이어를 꺼내 바퀴를 깔아 끼웁니다. 많이 잡아 봐야 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일이 끝나면, 우리는 고개를 들어 별로 가득히 덮인 하늘을 봅니다. 은하수지요. 그는 또한 스포츠 스타에 관해 말했다. 그는 이들은 또 다른 별들입니다 하고 말하면서, 영화계 스타들과 비교했다. 그렇지만 그는 스포츠 스타의 생명은 일반적으로 영화계 스타의 삶보다 훨씬 짧다고 지적했다. 기껏해야 스포츠 스타의 생명은 15년 정도 지속되는 게 고작이지만, 영화계의 스타가 젊어서 그 길로 들어섰다면 그 생명은 40년 혹은 50년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디모인에서 링컨으로 가는 도중에 80번 도로 한쪽에서 볼 수 있는 별들의 생명은 몇백만 년도 될 수 있으며, 여행자가 그 별을 보는 순간 이미 몇백만 년 전에 죽은 별일 수도 있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아직 살아 있는 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때때로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말했다. 우리가 밤에 쳐다보는 별은 겉모습의 왕국에 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꿈들이 겉모습에 불과한 것처럼 겉모습입니다. 그래서 방금 전에 타이어가 펑크 난 80번 도로의 여행자는 장대한 밤하늘 속에서 자기가 쳐다보는 것이 별인지, 아니면 반대로 꿈인지 알지 못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서 있는 여행자도 꿈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물방울이 우리가 물결이라고 부르는 더 커다란 물방울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그 꿈도 또 다른 꿈에서 떨어져 나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p. 470~471
이제 우리는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특히 미소 짓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텔레비전은 미소와 갈수록 완벽해 보이는 치열로 가득합니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을 믿기 바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이 착한 사람이라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사실 그들은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그들의 치아와 미소만 우리에게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 그들은 칭찬받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바로 칭찬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쳐다봐 주기를 원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들의 치열은 완벽하고, 몸매도 완벽하며, 예절도 완벽합니다. 마치 그들이 계속해서 태양에서 떨어져 나오는 조그만 불덩이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글거리는 지옥의 불덩이이며, 오로지 지구상에서 숭배받기를 원할 따름입니다.
―p. 475~476
19세기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19세기 중엽이나 말에, 사회는 단어라는 직물을 통해 죽음을 여과하게 되었어. 백발 남자가 말했다. 그 당시의 기사나 글을 읽으면, 거의 범죄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살인 행위 하나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우리는 우리의 집이나 우리의 꿈 혹은 우리의 환상 속에서 죽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원해. 그러나 사실은 사지가 절단되는 사건들과 온갖 종류의 강간, 심지어는 연쇄 살인과 같은 끔찍한 범죄들이 일어났지. 물론 연쇄 살인 사건의 살인자들은 대부분 절대로 체포되지 않았어. 당시에 일어난 가장 유명한 사건들을 생각해 봐. 아무도 누가 <잭 더 리퍼>인지 몰라. 모든 게 단어라는 여과기를 통과하면서 우리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도록 적절하게 바뀌는 거야. 아이가 무서워할 때 어떻게 하지? 눈을 감아. 강간당하고 살해될 것이라면 아이는 어떻게 하지? 눈을 감지 그러고 나서 소리를 지르지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눈을 감는 거지. 말은 그런 목적에 봉사하는 거야. 그런데 참으로 이상해. 인간의 광기와 잔인한 행위의 전형은 우리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낸 것이거든. 말하자면 그리스인들이 악을 만들었고,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악을 보았지만, 그런 악에 대한 증거나 증언들은 이제 더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지 못해. 그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쓸데없는 것이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다가와. 아마 광기에 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 거야. 이 가능성의 영역을 보여 준 사람들은 그리스인들이지만, 이제 그것도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해. 아마 자네는 모든 건 바뀐다고 말하고 싶을 거야. 물론 모든 건 바뀌지. 그러나 범죄의 원형은 바뀌지 않아.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성 역시 바뀌지 않아.
―p. 496~497
어머니의 평온함은 단순한 평온함에 피로가 약간 곁들여진 것이었다. 어머니의 평온함이자 모두 타버린 불덩이였다. 평온함과 고요함과 잠, 결국 잠은 마르지 않는 원천이고, 평온함의 마지막 안식처야. 페이트는 생각했다. 그때 그는 평온함이 오로지 평온함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온함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온함은 잘못된 거야. 평온함 혹은 평온함의 영역은 사실상 움직임을 가리키는 바늘이야. 상황에 따라서 그건 가속 페달도 되고 브레이크 페달도 되는 거야. 페이트는 생각했다.
―p. 565
「술 취한 조그만 사람은 웃는데, 그것은 자기가 자유의 몸이라고 믿기 때문이지. 그러나 사실 그는 감옥에 있는 거야.」 오스카르 아말피타노가 말했다. 「그게 바로 재미있는 점이야.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옥이 마술판의 다른 쪽에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지. 우리가 그를 감옥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감옥이 마술판 한쪽 면에 있고 술 취한 조그만 사람이 다른 면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술 취한 조그만 사람이 웃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우리가 아무리 마술판을 돌려도, 그래서 술 취한 조그만 사람이 감옥에 갇힌 듯 보이게 할지라도, 감옥과 술 취한 조그만 사람이 마술 판의 다른 면에 있다는 것이 사실이야. 사실 우리는 술 취한 조그만 사람이 무엇 때문에 웃는지도 짐작할 수 있어. 그는 우리가 쉽게 믿는 걸 비웃는 거야. 다시 말하면 우리의 눈을 비웃는 거지.」
―p.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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