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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IIII/로베르토 볼라뇨/열린책들>
산타테레사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연쇄살인과 이 뒤를 쫓는 형사, 후안 데 디오스 마르티네스 그리고 그와 어색한 연인(戀人) 관계를 유지하는 엘비라 캄포스 박사. 마킬라도라 공장에서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의문의 살인 사건은 무엇으로 설명될 것인가, 이에 유력한 용의자료 부상한 하스라는 독일계 미국인. 문화부 기자였던 세르히오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살인의 행진에 점점 휘말려 드는데..
내가 보기에 최악의 공포증은 만사 공포증, 그러니까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 공포 공포증, 즉 자신의 공포증을 두려워하는 공포증이에요. 두 공포증 중 하나를 겪어야만 한다면 뭘 선택하겠어요? 공포 공포증이지요. 후안 데 디오스 마르티네스가 대답했다. 잘 생각하세요. 그건 결정적인 약점이 있어요. 원장이 말했다. 모든 걸 두려워하는 공포증과 나 자신의 공포증을 두려워하는 공포증 중에서 고르라면, 후자를 선택하겠어요. 내가 경찰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모든 걸 두려워한다면, 일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자신이 지닌 공포를 두려워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공포를 계속 생각하면서 살아야만 하고, 이런 두려움이 가시화되면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는 체제가 만들어지고, 당신은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원장이 말했다.
p.712
난 어떤 것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멕시코 사람이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길 원하거나 자취를 감추고자 한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 심지어는 사물들도 있지요. 해리, 비록 당신이 믿지 않을지 몰라도 종종 돌도 사라지기를 원해요. 난 그걸 두 눈으로 분명히 봤어요. 하지만 하느님은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지요. 허락할 수 없기 때문에 허락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해리, 당신은 하느님을 믿나요? 물론이죠, 데메트리오 씨. 해리 마가냐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신뢰하도록 해요. 그 분은 어느 것도 사라지도록 허락하지 않아요.
p.784~785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밤이 되고 별들이 떠오를 때, 우리가 광활한 벌판에 혼자 있을 때, 그리고 사라진 것 같던 삶의 진실들, 혹은 밤의 진실들이 하나씩 차례로 행진하기 시작할 때, 혹은 들판에 있는 사람이 기절할 것 같은 때나 낯선 질병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핏속으로 흐르는 것 같을 때, 과연 우리가 갖게 되는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요? 달아, 하늘에서 넌 뭘 하니? 시에서 어린 목동은 혼잣말로 묻습니다. 조용한 달아, 뭐 하는 거야? 아직도 하늘의 길을 돌아다니는 데 지치지도 않았니? 해가 뜨자마자 나와서 들판으로 가축을 모는 목동의 삶은 너의 삶과 같아. 그런 다음 피로에 지쳐 목동은 밤에 잠을 청하지. 목동이 바라는 건 그게 다야. 목동의 삶이 그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네 삶이 너에게 무슨 도움이 되지? 자, 말해 봐. 목동은 마음속으로 묻습니다. 플로리다 알마다는 도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짧은 방랑과 너의 영원한 길은 어디로 향하는 거니? 사람은 고통을 받으며 태어나고, 태어난다는 것은 죽을 위험이 있다는 의미야. 시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말합니다. 왜 아이를 낳고, 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중에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부양해야 할까? 인생이 불행과 고통으로 점철되었다면, 왜 우리는 그런 삶을 참고 살아가야 하지? 흠 하나 없는 달아, 그게 바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거야. 하지만 너는 죽지 않아. 그러니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렇지만 고독한 너, 영원한 방랑자인 너, 너무나 생각이 깊은 너라서, 아마도 이 속세의 삶, 우리의 번민, 우리의 고통을 이해할지도 몰라. 아마도 넌 이 죽음이 무엇인지, 얼굴이 마지막으로 창백해지는 게 무엇인지, 이 땅을 영원히 떠나고 모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리는 게 무엇인지 알 거야. 그리고 이런 말도 합니다. 왜 하늘은 무한하고 영원히 진한 남빛을 띠지? 이 커다란 고독은 무엇을 의미하지? 그리고 난 무엇이지? 또한 이런 말도 합니다. 나는 단지 영원한 움직임과 나의 덧없는 존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이해해. 그리고 이런 말도 합니다. 내 인생은 잘못되었어. 또한 이런 말도 중얼거립니다. 늙고 흰머리로 가득하며 맨발이고 거의 옷도 입지 않은 채,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거리와 산을 배회하고 뾰족한 바위 위를 지나가며 모래사장과 풀밭을 헤매고,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달리고 또 달리면서 강과 늪과 호수를 지나가고,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항상 쉬지도 못한 채 고통을 받으면서도 서둘러야만 하고,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서 마침내 길이 있는 곳, 그리고 결국은 모든 노력이 끝나 버리는 곳에 도착하지. 그곳은 바로 끔찍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야. 떨어지면 모든 걸 잊어버리는 절벽이지. 그리고 이런 말도 되뇝니다. 오, 순결한 달아, 인간의 삶이란 그런 거야. 또한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오, 내 가축들, 너희는 비참한 신세도 모른 채 잠들었구나. 나는 너희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 너희가 모든 고통과 모든 상처, 그리고 모든 극단적 공포에서 해방되어 이내 그것을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결코 지루해하거나 따분해하지 않기 때문이야. 또한 마음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하지요. 그늘과 풀밭에서 쉴 때면, 너희는 평온해하고 행복해하며 한 해의 대부분을 절대로 따분해하지 않으며 보내. 그리고 이렇게도 되뇝니다. 그늘이나 풀밭에 앉으면, 내 영혼은 마치 가시가 찌르는 듯 불안으로 가득해져.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지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지금껏 내가 불평하거나 눈물을 흘릴 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었으니까.
p.805~808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하며, 항상 우리가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도 물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단 한 번만 그렇게 하지 않고 방심해도 우리의 질문은 원하지 않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해리? 우리의 질문은 너무나 자명하게도 그 자체가 의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무엇보다도 지랄 같은 점이지요.
p.824
당신이 자주 학대를 받으면, 학대에 익숙해집니다. 당신이 자주 무시당하면, 무시당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법입니다. 당신의 저금, 당신이 평생 모은 저금, 그러니까 퇴직할 것을 대비해 모아 놓은 돈이 자꾸 없어진다면, 그것에 익숙해지는 법입니다. 당신의 아들이 자꾸 당신을 속이면, 당신은 속는 데 익숙해집니다. 법이 정한 바대로 당신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한다면, 당신은 이내 그 일에 익숙해집니다. 또한 당신의 월급이 자꾸 깎인다면, 당신은 그 상황에 익숙해집니다. 월급 이외의 돈을 더 벌기 위해 일해서 부정직한 변호사와 부패한 형사들을 위해 일해야만 한다면, 당신은 이내 그것도 익숙해집니다.
p.1035~1036
그런데 그는 그녀를 아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것일까? 물론 그녀를 알았다. 단지 종종 현실, 그러니까 현실에 닻을 내리는 데 사용되는 보잘것없는 조그만 현실이 테두리를 잃어버릴 때에만, 마치 시간의 흐름이 사물에 구멍 효과를 내고, 이미 존재하던 것, 즉 공허하고 만족스러우며 현실적인 것을 시간 자체의 속성에 의해 지워 버리면서 좀 더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것 같을 때에만 그녀를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p.1092~1093
계급을 지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마지막 순간에는 자주적인 존재가 된다는 거예요. 그 누구에게 무엇도 빚지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누구에게 어떤 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다는 거예요.
p.1114
우리는 안에서부터 무언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어요. 처음에는 바깥에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다가, 나중에는 안에 있으면 변화시킬 실제 가능성이 더욱 크리라고 믿지요. 적어도 안에 있으면 더 자유롭게 행동하게 된다고 여기지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외부에서나 내부에서나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그러나 이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역사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게 우리의 슬픈 멕시코 역사건 불행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건, 내가 보기에는 어떤 차이점도 없어요. 여기에서 바로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 거지요. 우리는 내부에서부터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 실수들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아요. 실수가 더는 실수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실수들, 그러니까 달걀로 바위를 깨려는 시도는 정치적 장점이자 정치적 전략이 되지요. 그리고 실수를 범한 사람에게는 정치적 존재를 부각시키고 언론의 조명을 받는 요인이 되지요. 진실의 순간에 존재하는 것과 실수하는 것은, 몸을 옹송그리는 것과 기다리는 것처럼 이치에 닿는 행동이에요. 당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실수로 범벅이 되어 있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곳에 있다는 거예요. 어디 말이죠? 거기, 그러니까 당신이 있어야만 하는 곳에 있다는 게 중요하단 말이에요.
p.1146~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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