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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불시착(不時着)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4. 00:36
점심식사를 걸렀으니까 다시 안동역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배가 고팠다. 안동에 오면 관광객들이 반드시 가는 식당이 몇 군데 정해져 있는데, 영 평점이 안 좋아서 그냥 포털에서 리뷰가 많으면서 평점도 좋은 곳을 갔다. 안동국밥은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안동에서 먹는 안동국밥이 더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가방을 다시 찾아 이제는 숙소로 향한다.
이스라엘 여행에서 몇 번 물먹은 경험 때문에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를 별로 신뢰하지 않게 되었는데, 짧은 시간 안동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다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았다. 마찬가지로 리뷰가 충분히 많으면서 평점이 좋고, 가성비가 좋아보이는 숙소를 예약했다. 처음에는 2박을 예약해두었는데, 있다보니 안동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서 3박을 더 묵었다. 숙소는 안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벽화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요새 기업처럼 운영되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체크인 시간에 맞춰 호스트가 마중나와 있었다. 이후에도 머무르는 동안 여러 가지로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셨다.
샤워를 하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벽화마을을 잠시 둘러봤다. 얼마 안 있어 숙소로 되돌아와 이곳에 놀이터를 마련한 고양이 가족을 사진으로 이러저러하게 담아본다. 곧 저녁 9시가 안 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부지불식간에 안동에서의 첫날 하루가 마무리되었고, 다음날 무거운 머리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건지 싶었을 만큼 잠에 취해 있었다. 종종 잠을 많이 잔 것 같은데도 지끈지끈 골이 아파오거나 더 피곤할 때가 있는 법. 어림잡아 오전 10시에서 정오 쯤 됐겠다 생각하고 휴대폰을 켜보니 오전 7시 반경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휴게공간으로 나와 간단히 빵을 먹으며 일요일 아침방송을 봤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대담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찬반의 논지가 명확하고 일관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뒤이어 경기진작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정책이 소개되는데, 장관의 설명이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고 얘기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급격히 흥미가 떨어졌다.
오전 반나절은 전날 안동역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을 떼웠던 카페에서 다시 한 번 시간을 보냈다. 하루종일 궂은 일기(日氣)가 예보돼 있었고, 뭘해야 할지도 몰랐었다. 챙겨온 책을 읽다가, 안동에서 둘러볼 곳들을 휴대폰으로 검색하다가, 창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를 순서도 없이 반복하던 중 쓸모있는 정보를 발견했다. 안동 일대에서 유일하게 청송만은 날씨가 청명하다는 일기예보. 그렇지 않아도 주산지(注山池)를 가보고 싶은데 청송에 갈 기회가 있을까 하던 차였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오후에는 청송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곳 민심이 후한 건지, 카페 사장님이 전날 왔던 나를 알아보시고 따끈따끈한 베이글을 내어주셨다. 청송과 안동을 오가는 버스는 약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있었고, 정오를 넘기기 전에 카페를 나와 송현동(안동의 서쪽 끝 신시가지)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외버스는 구시가지(안동초교)에서도 한 차례 정차하므로 머무르는 곳이 구시가지 일대라면 안동초교 앞에서 탑승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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