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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청송(靑松) 가는 길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5. 18:21
<청송 주왕산의 경우 사진이 많아서 3개로 나눠 포스팅할 예정임>
안동 터미널을 출발하여 청송으로 향하는 버스는 먼저 청송 터미널을 들른 뒤 다시 주왕산입구 정류소로 향한다. 안동 터미널에서 탈 때에도 탑승자가 네 명밖에 안 되는 적은 인원이었는데, 청송 터미널에서 한 차례 승객이 내리고 나니 주왕산으로 향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아마 정오를 넘겨서 산행을 가겠다는 사람이 흔치는 않을 터=_= 어쨌든 청송에 이르니 날씨가 개였는데,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몰랐는지 주왕산 입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대절한 전세버스가 가득했다. 사실 나는 주왕산의 일반적인 산행코스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막연하게 주산지(注山地)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산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왕산입구 정류소에서 내린 다음에 한 번 더 농어촌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더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행객들이 찾는 주봉코스는 상의 지구에 위치한 반면, 주산지는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절골 지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지구(地區)이지 지리적으로 분리된 구간이기 때문에 주왕산을 탈 거면 주왕산을 타든가 주산지를 둘러볼거면 주산지로 가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차를 렌트했더라도 오후 안에 둘 모두를 가겠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결정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서 주산지로 들어가는 농어촌 버스는 오후 2시 10분에 딱 한 대가 있다. 절골 지구로 들어가서 주산지를 볼 순 있지만, 문제는 되돌아올 교통이 없다는 것!!;;
아예 아침 일찍 산행에 나섰더라면 상의 지구를 출발하여 가메봉을 찍고, 이후 절골 지구 방면으로 내려와 주산지를 구경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전에는 궂은 날씨 때문에 산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장비도 없이 가메봉을 커버하는 5시간 이상 코스를 소화했을지 의문이다. 어쨌든 청송으로 넘어온 뒤 거짓말처럼 하늘이 파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나무그늘 아래를 재빠르게 통과하는 계곡바람을 맞으며 산행 아닌 산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주왕산(周王山). 산 이름 치고는 조금 독특한데, 신라로 숨어들어온 당나라 인물 주왕의 이름을 본땄다고 한다. 아홉 차례의 화산활동을 거쳐 탄생한 기암이 절경을 빚어내는 산. 실제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지질공원이기도 한데, 청송이랑 포항이 아주 가깝다보니 괜히 경주-포항 지진의 일이 생각났다. 주왕산은 한반도의 대부분을 이루는 화강암이나 변성암이 아닌 화산암으로 되어 있어서, 이 일대가 아직 지각활동이 남아 있는 어린 땅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전세버스나 승용차로 도착했을 많은 산행객들은 대체로 산행을 마쳤는지, 초입에 줄지어 있는 파전집에는 이미 사람이 많았다. 입구를 지나친 뒤에도 산을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오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 때 시각이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 주왕산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주봉을 찍는 코스일텐데, 완만한 계곡구간을 먼저 가느냐(시계 방향) 가파른 주봉을 먼저 가느냐(반시계 방향)에 따라 체감하는 산행 난이도가 달라진다. 나는 산행이 끝나면 쿨다운이 되는 후자보다는 워밍업 후에 산행을 할 수 있는 전자의 루트를 택했다.
주왕산입구에서 안동으로 떠나는 마지막 버스가 오후 5시 40분에 있었기 때문에, 3시간 40분 안에는 충분히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산행을 다 마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반시계 방향(가파른 코스 먼저)으로 도는 게 더 쉬운 길이었던 것 같다. 시계방햔으로 가면 계곡구간 이후에 나오는 칼등고개 코스가 워낙 가파라서 오르기가 힘든데, 반시계방향으로 이동하면 이 코스를 반대로 내려오게 되기 때문. 다만 굳이 비교하자면 정면으로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어쨌든 산행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그 모든 것을 고려하지 않고 느긋하게 삼림욕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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