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0 장마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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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다음 행선지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9. 12. 20:01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안동 여행에 관한 기록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영주역에서 안동역으로 온 이후 나는 곧장 안동 신시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오갈 때 시장골목을 겉으로만 봤었는데, 실제 시장에 이르니 휴무일인가 싶을 정도로 골목이 한산했다. 정확하게는 신시장에 인접한 청년몰이라는 곳인데, 전주에 있던 청년몰과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소규모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공간인 모양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찾은 곳은 치킨을 파는 곳. 간단히 강정이라도 먹고 요기를 하려고 했다. 안동 시내에 있는 유일한 비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라 매장이 크지 않았고, 그마저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협소했다. 가게 주인도 방문객을 보고 놀란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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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부석사(浮石寺)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9. 9. 13:13
버스에서 내린 종점 회차지에서부터 부석사의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은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유원지 같은 느낌이었다. 주차자에는 차가 거의 없고 식당들은 모조리 문을 닫았다. 그나마 부석사를 찾은 몇몇 방문객만이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갈곳을 헤매는 행락객 같기도 하다. 코로나에 이례적으로 긴 장마까지 가세해 원래 움직이던 모든 것들을 멈추게 만들었다. 정지화면을 보는 것 같은 이때의 광경은 이날 저녁에 찾은 청년몰(안동의 신시장 일부)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주문을 통과해 조금 더 걸으면 예의 당간지주가 나온다. 소수서원에 남아 있던 당간지주가 옛 사찰의 흔적을 증언했듯이, 천왕문을 앞두고 대칭형의 당간지주가 왼편의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살짝 모습을 숨기고 있다. 대단한 기계도 없던 시절에 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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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무너진 것을 바로잡다(旣廢之學 紹而修之)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30. 00:58
열차를 탈 때는 지하철을 탈 때에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가끔씩 나타나는 역(驛)이 반갑기도 하고―어떤 역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역과 역 사이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청량리에서 중부선을 타고 안동으로 오는 동안 느꼈던 것은 경상북도 내에서도 북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강원도만큼이나 산이 참 빽빽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날은 안동역을 이용하는 날이다. 소수서원을 가기 위해. 뚜벅이 여행자에게 영주 여행이 편리한 점 하나는 소수서원과 부석사가 서로 멀지 않고, 같은 버스 노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소수서원이 먼저 나타나고 부석사는 사찰이 만큼 산 안까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이제 고민을 해야 할 것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어느 역에서 하차하느냐 하는 것. 버스는 풍기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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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봉황이 머무른 자리(鳳停寺)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25. 00:20
셋째날의 일기를 무려 네 개로 쪼개서 썼더니, 넷째날의 일기는 하나의 포스팅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많은 이동이 있었던 날도 아니다. 첫째날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둘째날에는 청송 주왕산, 셋째날에는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을 지나왔다. 다해서 6일을 체류했던 안동 여행에서 둘째날부터 산행을 했던 게 조금 무리였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안동에서의 여행 4일차는 전날 예상했던 대로 날씨 상황이 전날보다 좋지 않았고, 이날 하루는 쉼표를 찍기로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마다 들렀던 카페를 찾았는데 화요일은 문을 닫는 날이었다. 마침 안동의 유명 제과점인 맘모스 제과를 가보지 않았던 터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이날 오전은 맘모스 제과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베이커리이다 보니 문 여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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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마을 안을 향해(하회종가길을 따라)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24. 02:07
이후의 하회마을 구경은 빠른 호흡으로 이어졌다. 하회마을의 남촌 지역을 구경하는 것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곧장 하회마을의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풍산 류씨의 큰 종가집이라고 하는 입암고택(立巖古宅)과 충효당(忠孝堂)을 차례차례 지나 신목이 자리한 삼신당 방면으로 진입했다. 시골에 가면 논밭 한가운데 마을 초입을 지키는 아름드리나무를 보는 일이 있다. 이 나무는 바로 그런 나무다. 삼신당(三神堂)은 말 그대로 세 신(神)을 모시는 공간인데 하회마을 심장부에 위치한 이곳을 하당(下堂)이라 일컫고 나머지 중당(中堂)과 상당(上堂)은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화산을 지나쳐 오면서도 나머지 두 그루의 신목은 보지 못했다. 이곳은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종교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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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마을 바깥길로부터(하회남촌길을 따라)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7. 22:49
달팽이집 모양으로 동선을 그리며 하회마을을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바깥길부터 마을의 중앙부인 삼산당신목이 있는 위치까지 골목골목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았다. 부용대가 바라다보이는 지점에서부터 만송정을 쭉 따라 콤파스로 원을 그리듯 하회강변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빙 돌았으니, 길은 이제 자연히 하회마을의 동편에 얼기설기 뻗어 있는 하회남촌길로 이어진다. 짚으로 이엉을 얹어 놓은 아담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니 고택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양오당 고택이다. 하회마을은 잘 알려진 집성촌이기도 한데, 이곳에는 풍산 류씨가 많이 모여 살고 있다. 풍산은 안동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지명(地名)이다. 양오당 고택은 대문에 따로 문간을 두지 않고 탁 터놓아 시야에 시원하게 담기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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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부용대(芙蓉臺) 쪽으로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1. 13:45
낙동강(洛東江) 안 도 현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 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木船)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銀魚)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 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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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병산서원(屛山書院)과 배롱나무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0. 00:06
병산서원을 경유하는 하회마을 행 버스는 하루에 다해서 세 대가 있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 병산서원을 경유한 다음에 하회마을을 들어가기가 어려워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하회마을을 먼저 들어갔다가 회차하여 다른 길을 통해 다시 병산서원으로 들어간다. 이날도 어김없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1시에 맞춰 교보생명 앞으로 갔다. 교보생명은 안동역에서 가깝기도 하고 안동 시내에서 가장 많은 버스가 다니는 정류소다. 전날 청송 주왕산을 가기로 하면서 안동 여행에 대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취합을 하다보니, 여행 셋째날부터는 대충 어떤 것들을 둘러보면 좋을지 윤곽이 그려졌다. 문제는 장마라는 날씨가 큰 변수였는데, 한밤중에는 장대비가 쏟아지다가 아침이 되면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낮에는 볕도 뜨고 여우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