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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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스완네 집 쪽으로 II일상/book 2017. 10. 30. 00:03
어느 한 순간, 윤곽을 분명히 구별하지도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어떤 이름도 붙이지 못한 채 갑자기 매혹된 그는, 마치 저녁나절 습기 찬 공기 속을 감도는 장미 냄새가 우리 콧구멍을 벌름거리게 하듯이, 지나는 길에 그의 영혼을 크게 열어 준 악절 또는 화음을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처럼 스완이 어떤 혼란스러운 인상을 받았던 것은 아마도 음악을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인상은 오로지 유일하게 음악적이고 영역이 좁은, 다른 어떤 인상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것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듣는 음은 그 높이와 장단에 따라 우리 눈앞에 있는 다양한 차원의 표면을 감싸고 아라베스크 무늬를 그리며 우리에게 넓이, 미묘함, 안정감, 변화에 대한 감각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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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애상친(相爱相亲)일상/film 2017. 10. 28. 00:17
부산국제영화제에 간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던 터라, 어떤 작품을 보든 상관이 없었고 그저 유일하게 관람할 수 있는 시간대의 작품을 골랐다. 영화 상영시각은 저녁 8시였는데, 폐막식은 대략 저녁 여섯 시 반부터 시작되었다. 초청작의 감독과 스탭,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수상을 마친 뒤에 비로소 영화 상영~ 마지막으로 본 중화권 영화가 이었던가...은 재밌게 봤지만, 중화권 영화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는 않았던지라 아무 생각없이 봤다. 수영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추워져서 옷을 여며가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_= 아니나 다를까 대륙 특유의 난리법석과 알 수 없는 유쾌한 분위기가 영화에 넘쳐났다. 중원의 대도시 시안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급격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서로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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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일상/book 2017. 10. 24. 19:50
읽은 지 2주 가까이 되어 리뷰를 잘 적어내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워낙 흥미롭게 읽은 책이라 기억을 더듬으며 몇 자 리뷰를 남겨본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을 중심으로 전후정리가 한창이던 20세기 중반에, 일본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서양의 어느 문화인류학자에 의해 이토록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글이 쓰여졌다는 것이 먼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전승국으로서 미국의 국가적 위상이 한껏 고취되었던 시기에 서술되었다는 점에서, 일부 서구우월주의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논리적 분석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共 저자의 분석 가운데에서 가장 울림이 있었던 것은 ‘일본인은 지극히 현세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인은 개개인이 늘 극도의 긴장상태에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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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3부작, 그 마지막 편일상/film 2017. 10. 14. 00:17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본 탓인가, 뭔가 아쉽고 찝찝했던 영화. 는 스크린이 내리기 전에 봐야겠다고 몇 주 전부터 벼르고 있던 영화였다. 영화의 연출가이자 각본가인 테일러 쉐리던이 이전에 각본을 맡았던 내로라하는 작품들―, ―때문에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보니 과장된 서스펜션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영화로 완벽히 구현된 것 같지 않다.. 테일러 쉐리던의 '국경 3부작'의 종지부를 찍는 는, 미국-멕시코간 접경도시 후아레즈(Juarez)를 배경으로 하는 나 텍사스(Texas)를 배경으로 하는 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와이오밍의 외딴 원주민 보호구역을 배경으로 하는 가 보여주는 풍경은 어두운 상영관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설원(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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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0세기일상/film 2017. 10. 11. 01:28
These ten days confirmed my belief in the decency and the strength and the wisdom of the American people, but it also bore out some of my longstanding concerns about our nation’s underlying problems. I know, of course, being President, that government actions and legislation can be very important. That’s why I’ve worked hard to put my campaign promises into law, and I have to admit, with just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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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일상/book 2017. 10. 9. 01:47
소를 죽이고 쇠고기를 먹는 것을 금하는 금기는 흑소의 작은 체구와 그 놀라운 생존능력이 보여주는 적자생존의 산물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 가뭄과 굶주림을 겪는 동안 농부들은 자기 가축을 잡아먹거나 팔아넘기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낄 것읻. 이런 유혹에 굴복한 자는 가뭄에서 살아남을지라도 결국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소를 없앤 후 비가 오게 되면 그 때에는 이미 토지를 경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다음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즉 굶주림을 겪는 동안 소를 대량 도살하는 것은 평상시 소의 유용성을 잘못 계산한 일부 농부들이 집단의 복지를 위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암소를 죽이는 것을 아주 불경하게 간주하는 감정은 아마도 순간적인 욕구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