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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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동호(東湖)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16. 11. 15. 01:53
우연(雨煙)에 가라앉은 도시물기를 머금은 공기중에 둔탁하게 퍼지는 차량의 전조등 도도(滔滔)하게 흐르는 시커먼 한강물그 위에 흩어지는 주홍, 다홍 따위의 나트륨등(燈) 백색 난간이 없었다면 아스팔트빛 하늘과 구분하지 못했을 교각그 교각을 관통하는 오렌지빛 철교(鐵橋) 길 위에 어지러이 흩어진 젖은 낙엽의미를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전단지 조각들박쥐처럼 땅으로 내려오는 플라타너스 잎사귀들시시각각 색깔이 바뀌는 한남대교의 조명과 정박한 유람선이 발하는 눈시린 백열등치우지 않으면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은 크고 작은 쓰레기 부스러기 인위적인 것들서로 어울리지 않는 과시(誇示)의 향연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집어삼키는 어둠과 박무(薄霧) 그리고 나를 집어삼킬듯 굉음을 내며 달려드는 자동차들강변북로 너머로 눈에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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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와 광화문 사이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16. 8. 20. 20:52
小考#1 다양한 군상이 모였다 흩어지는 이곳. 왁자하게 떠드는 젊은이들, 다정한 연인, 담배연기에 에워싸인 넥타이부대, 손에 지도를 쥐고 길을 헤매는 타국의 사람들, 아이의 고사리손을 잡고 책을 사러 나온 부모, 카페 창가에 앉아 진득하게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사람. 웃는 얼굴, 조금 의기소침한 얼굴, 술에 취한 얼굴, 손님을 대하는 얼굴, 대화에 몰입한 얼굴. 뭐 하나로 꼬집어 정의내릴 수 없는, 막연하게 들뜬 기운이 감도는 어느날의 이곳, 종로와 광화문 사이에서. 小考#2 '무엇인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나'가 되려고 하지도 말고, 이 모든 것을 의식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