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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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의 일기: 리옹(Lyon)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3. 1. 4. 00:33
리옹(Lyon)은 이번 남프랑스 여행의 종착지이다. 내 기억 속 리옹 여행은 대단히 빈약한 일정으로 꾸려졌었는데, 다시 기억을 소환해보면 주요 명소는 놓친 게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선 나는 이번 여행에서 숙박을 전혀 정해두지 않은 채로 이동했기 때문에, 리옹에 도착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했던 건 숙소를 찾는 일이었다. 리옹에 도착하기 전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리옹엔 예산 범위 안에서 숙박시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경험상 어딜 가든 당일 취소 케이스가 생겼던지라, 리옹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 배낭여행객의 리뷰가 많은 대형 게스트하우스 두 곳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서 적절한 숙소를 찾지 못했고, 결국에는 리옹에 머물지 않는 쪽을 택했다. 마지막에 리옹 페하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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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의 일기(下): 에즈(Èze)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12. 4. 16:36
# 프랑스에서 남긴 사진이 분실되면서 여남은 6월의 기록을 마무리할 의지가 확 줄어버렸다. 그럼에도 요새 날씨가 추워지면서 올해 따듯한 계절을 보냈던 프랑스에서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어쩌다 TV에 프랑스인의 인터뷰 화면이 나타나면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에서 벌써 화석이 되어버린 듯한 아련한 기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에즈(Èze)는 모나코에서 니스로 돌아오는 길에 경유한 작은 도시로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산 중턱에 위치한 중세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에즈의 중세 마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스를 타야 한다. 에즈 역 앞에는 작은 안내센터가 있었는데, 중세 마을을 찾아가는 방법을 직원—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셨다—에게 물어보니 안내센터 문밖 30m 쯤 되는 거리에서 한창 승객들을 태우고 있는 82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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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의 일기(下): 영화의 도시(Ville cinéphile, Cannes)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9. 16. 13:53
# 칸느의 경우에도 굳이 따지자면 만족스런 여행이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의 칸느는 남프랑스의 특색 없는 도시처럼 생각된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큰 도시인 부산이나 전주도, 영화제가 아닌 때에 여행을 가면 영화와 관련된 구경거리를 찾기 어렵다. 그래도 영화 박물관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 기대했건만, 영화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부산의 국제시장 쪽과 비교를 해도 도시가 너무 말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날 여행에서 칸느에서 A를 다시 만남으로써 말동무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A와 합류하는 것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 칸느로 넘어오는 버스 안에서 A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메시지는 크화세트 해변(Plage Croisette)에서 해수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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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의 일기(下): 니스에 이르다(À Nice)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8. 28. 23:41
니스에서 R을 만나게 된 건 뜻밖의 일이었다. 라시오타를 거쳐 니스에 도착해 호스텔에 체크인을 할 때, 마침 R이 인사를 해온 것이다. R은 꺄시스에서 만난 투숙객으로, 따져보면 니스에서 다시 만난 게 전혀 뜻밖의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전날 R에게 꺄시스를 떠나면 다음에는 니스에 갈 거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일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도 니스에 갈 예정이라기에 서로 여행 정보를 공유했었다. 바캉스 기간에는 뛰는 물가보다 숙박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꺄시스를 먼저 떠나게 된 나는 내가 알아보고 있는 숙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조건에 숙소를 구한 것 같다고 얼핏 말은 했었지만, R은 불현듯 니스로 오는 일정을 앞당겨 나보다도 먼저 니스에 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침에 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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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의 일기 (下): 마르세유(Marseille) —파니에(Le Panier)까지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8. 2. 00:12
# 마르세유가 초행인 관광객이라도 마르세유라는 도시의 분위기가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과 사뭇 다르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될 것이다. 마르세유 중앙역에서 마르세유의 중심가인 비유 포흐(Vieux port)를 가로지르는 라 꺄느비에흐(La Canebière)를 걷다보면, 같은 프랑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도시의 인적 구성 자체가 다르다. 행인의 절반 이상이 북아프리카나 서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로 보이고, 이는 메트로로 내려가 보아도 마찬가지다. 스카프를 두르고 길을 다니는 여성들도 많이 보인다. 마르세유가 프랑스 제2 대도시권역의 중심지다보니 식당이든 숙소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는 걸 좋아하는 관광객도 있고, 마르세유의 수상쩍은 도시의 분위기와 치안 상황에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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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의 일기: 퐁텐블로(Fontainebleau)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7. 23. 23:10
# 오늘은 N과 퐁텐블로에 다녀왔다. 전날밤 오늘 무슨 계획이 있냐고 N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고, 학기를 마친 뒤 일정이 있을 리 없는 나는 어디 바람이라도 쐬자는 말에 번개 일정을 짜는 데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정오 쯤 N과 리옹 역에서 만나 R 노선을 타고 퐁텐블로로 함께 이동했다. 나는 학기가 끝난 뒤, 베르사유, 에펠탑, 루브르를 주파하는 다소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던지라, 사실 이날 굉장히 피로감이 몰려 왔고 파리를 빠져나가는 열차 안에서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 마침 퐁텐블로 성에서는 예술사 축제(Festival de l’historie des arts)가 열리고 있었다. 게다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축제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테마—족히 서른 개는 되는 것 같았다—로 그룹 투어가 제공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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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의 일기: 루브르(Louvre)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7. 18. 15:28
# 학기가 끝나고 몰아서 가고 있는 유명 관광지 중 남은 한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다. 이곳은 내가 다녀본 프랑스의 여러 관광지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예매를 해야 했던 곳이다. 전날 루브르 박물관에 무턱대고 갔다가 되돌아 왔던 기억이 있어서, 이날은 미리 오후 한 시에 입장 예약을 해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두 번 갈 생각은 들지 않는 곳이다. # 루브르 박물관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세 가지 작품이라면,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그리고 모나리자—프랑스 사람들은 보통 그림 속 인물의 프랑스식 이름인 조콩드(Joconde)라고 부른다—를 꼽는다. 그 외에도 유명작품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양이 워낙 방대하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몇 가지 작품을 정해서 집중하는 게 좋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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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의 일기 (下) : 지붕에서 지붕으로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7. 14. 17:32
# 늦은 오후에는 잠시 오페라 지역을 들렀다가 에펠탑에 갔다. 파리에는 무료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들이 몇 곳 있다. 예를 들면 갤러리 라파예트가 그렇고 아랍문화원 옥상도 있다. 이날 오페라 지역에서는 프렝탕 백화점 테라스를 찾았다. 이전에 바로 옆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시내 전망을 본 적이 있어서 크게 경치가 다를 리도 없건만, 갤러리 라파예트에서는 출입구역 제한으로 볼 수 없었던 몽마르트 언덕을 프렝탕 백화점에서라면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다시 한 번 오페라 지역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프렝탕 백화점의 옥상은 갤러리 라파예트보다도 턱없이 협소했고, 옥상에서 아래층으로나 내려가야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경치를 감상하도록 되어 있어서 별 소득 없이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이날은 늘 팡테옹에서 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