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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Stanze)일상/book 2024. 7. 21. 10:51
나태한 인간의 타락은 대상은 원하면서도 그것에 이르는 길은 원하지 않는 욕망의 타락이다. 그는 욕망하면서도 욕망의 성취를 위한 길을 가로막는다.―p. 35 우울증은 사랑하는 대상의 사라짐에 대한 거부반응으로서의 철회라기보다는 차라리 가질 수 없는 대상을 마치 잃어버린 대상으로 보이게 하는 상상력에 가깝다. 리비도가 만약 실제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마치 무언가를 정말로 잃어버린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 이유는, 한 번도 소유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살라진다는 것이 불가능한 무언가를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게 하고 또 한 번도 사실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소유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하나의 잃어버린 물건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가상의 장면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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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노동(Pseudowork)일상/book 2024. 7. 15. 11:37
전혀 힘들지는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포괄하 ‘텅 빈 노동’이라는 개념의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노동pseudowork’이라는 적당한 용어를 찾아냈다. ―p. 94 지난 세기 무대 뒤 노동의 폭발적 증가, 특히 지난 50년간의 가속도가 가짜 노동의 완벽한 양육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의 일부는, 무대 앞 노동을 먼 곳에서 들여온 값싼 인력과 자동화 기계에 위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선진국에 남은 것은 사무직 일자리뿐이다. 그렇다면 사무직 노동 대신 더 많아진 자유 시간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되지 않았다. ―p. 101 “오래된 낡은 문화가 아주 광범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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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레비(木漏れ日)일상/film 2024. 7. 10. 17:40
「この世界は、 ほんとはたくさんの世界がある。 つながっているように見えても、 つながっていない世界がある」 영화가 당기던 하루는 저녁도 거르고 영화관을 찾았다. 그야말로 즉흥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가더라도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를 정도였다. 내가 고른 영화는 빔 벤더스의 . 하루하루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히라야마의 이야기는 어쩐지 영화 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히라야마가 어떤 경위로 지금의 화장실 청소 일을 하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는 아무나 쉽게 하지 못할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한다. 잠을 깨우는 동네의 빗질 소리, 문을 나서면 눈에 들어오는 하늘, 출근 전 들이키는 자판기 커피 한 잔, 운전할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스카이트리, 각양각색의 공중화장실과 청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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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모먼트(Apartmoment)주제 있는 글/Théâtre。 2024. 6. 28. 13:26
모처럼 연극을 봤다. 군대동기이기도 한 J는 예대를 나와 일찍이 공연계에 몸을 담고 있다. 하루는 그런 J의 소개로 연희동의 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사건들로 업무를 하는 오후 내내 골머리를 앓고 기분마저 사나운 날이었다. 서둘러 퇴근했건만, 연희동행 버스를 코앞에서 간발의 차로 놓치고 택시를 한 대 잡았다. 사실 나는 국내에서 창작되는 연극을 본 적이 많지 않다. 아니,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 해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연극조차도 해외 초청 연극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 것’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나의 고루한 악취미를 뉘우치게 된다. 이머시브 공연을 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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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시간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4. 6. 19. 11:37
출장중 남기는 일기. 나는 지금 부산 해운대에 와 있다. 불과 반년이 안된 사이 이뤄진 두 번째 부산 방문. 지난번 당일치기로 부산을 찾았을 때는 도시구경을 엄두낼 수 없었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다행히도 다른 지역을 같이 둘러보는 긴 일정으로 오게 되면서 바다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부산은 여행으로도 업무로도 여러 차례 와서 이제는 몇 번 왔었는지 헤아리기도 어렵지만, 매번 보는 부산의 풍경은 그때마다 달라져 있고 해운대는 그 변화가 더 극적이다. 경쟁하듯이 올라가는 마천루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각국의 외국인들. 거리에 거대하게 들어선 고급상점들을 보면서 기시감과 함께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 도시가 어떻게 새롭게 비칠지 궁금하다. 내 일상에는 많은 변화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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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일상/book 2024. 6. 10. 21:25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를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양 집단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양 집단이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뜻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양 집단 구성원이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는 평등한 또는 동일한 처우(treatment)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한 원리는 단지 평등하게 배려하길 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평등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그들을 서로 다르게 처우하며, 그들이 서로 다른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p.29 좋든 싫든, 우리는 인간들이 서로 다른 체형과 몸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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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fin de vie)주제 있는 글/<Portada> 2024. 6. 7. 17:37
Fin de vie : une loi de « rupture » après plus de quarante ans de débatsLes députés ont commencé lundi l’examen du projet de loi relatif à l’accompagnement des malades et de la fin de vie. Ce texte, le quatrième sur le sujet en vingt-cinq ans, instaure pour la première fois une aide à mourir.삶의 마지막: 40년간 이어져온 논쟁에 따른 파열(rupture)의 법안 (일부 발췌)의회에서 환자부양과 임종에 관한 법안 발의를 시작할 예정Par Béatrice JérômePubli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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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니타스일상/book 2024. 6. 4. 07:50
베유가 전제하는 것은 ‘주체’와 ‘권리’ 사이에 성립되는 무분별한 관계의 단절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권리의 직접적인 주체가 아니며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반대로 인간은 의무의 주체다. 그리고 이 의무는 오로지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객관적인 차원의 권리로 변한다. —p.45 일찍이 니체가 주목했던 것처럼, 법적 면역화는 두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가 충족될 때에만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첫째, 공통적인 것의 분배가 ‘권력의 실질적인 균형’을 토대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둘째, 다른 모두에게 불평등한 교환을 강요할 수 있을 만큼 현격한 우위를 점하는 권력이 실재할 때 가능해진다. —p.49 1) 시작 단계에서는 법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없는 폭력적인 행위가 항상 법적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