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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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인연(因緣)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13. 00:57
인천 시도(矢島)에서.. 인연이란 게 뭘까.원해서, 또는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 왔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록 경외(敬畏)로운 존재다.때로는 숭고(崇高)함에 놀라고, 때로는 조악(粗惡)함에 놀란다. 원주에서 산행을 마친 날, 저녁에 서울로 돌아와 J와 서울의 정동 일대를 구경했다.마침 덕수궁이 야간개방을 하는 날이라 천천히 궁궐의 밤풍경을 즐겼다.그리고 이후로도 또 다시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이번에는 인천의 영종도에 달린 외딴 섬이었다.신시모도라고도 줄여 부르는 이 지역에서, 비록 치악산의 날씨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지만, 한껏 라이딩을 즐겼다.아무런 관광객도 없는 자유로운 라이딩이었다. J는 인도 아그라의 시칸드라에서 만났다.그리고 J가 한국으로 입국한 뒤 서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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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九龍寺)까지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10. 01:37
내려오는 길에 다시 바라본 산등성이 소나무는 언제봐도 참 멋있다.여름철 골칫거리인 송화(松花)가 한창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J와 나는 정상에서 충분히 경치를 둘러 본 후, 구룡사 방면으로 따라내려 갔다. 이쪽 코스로는 계단이 더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입석사 코스보다는 더 힘이 들겠다 싶었다. 치악산은 2시 이후로는 입산금지인데, 한참 내려간 뒤에도―우리가 비로봉을 떠난 시각이 대략 12시쯤이었다―여전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단풍나무는 활엽수니 올해 새로 잎을 틔우는 것일 텐데도, 새순의 색깔이 어른 잎사귀와 눈에 띄게 다르다이 좋은 날씨 속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새로운 잎을 밀어내고 있다는 말인가..사소한 발견이지만, 자연의 왕성(旺盛)함에 감탄했다 치악산 땅덩어리를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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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로봉(飛蘆峯)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10. 01:03
구름이 낮게 깔린 원주의 하늘 높고 낮은 산들 한가운데 원주가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예상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정상에 도착했다. 입석사에서 출발할 때보다 눈에 띄게 구름이 늘었다. 날씨가 변화무쌍했기 때문에, 오랜시간 정상에 머물며 경치를 감상했다. 참 우악스럽게도 영겁의 세월 동안 치악산을 지탱해온 기암괴석들 고개를 하늘로 올려 비로봉의 공중을 올려다 보았다 월악산(1,097m)보다 치악산(1,288m)이 더 높은 데도, 치악산을 오르는 것이 더 무난했다. 일단 월악산에서 한 번 단련을 한 데다, 치악산을 오른 날은 날씨도 따라줬다. 무엇보다 쉬운 코스 중의 하나인 입석사 코스를 택한 덕이 컸다. 매우 협소한 월악산 정상(영봉)과 달리, 비로봉은 꽤 널찍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았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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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사(立石寺)로부터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10. 00:28
입석사에서 올려다본 하늘 7시 반쯤 길을 나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지역에 가든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분식집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80번대 버스를 타고 입석사로 향했다. 산의 서쪽에 위치한 입석사를 출발코스로 삼은 이유는 간단했다. 산 북쪽의 구룡사에 교통편이 훨씬 자주 오가기 때문이다. 월악산을 등산할 때처럼, 되돌아오는 길에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보다는 버스로 수월하게 오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버스는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거의 입석사에 다다를 즈음이 되어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내렸다. 한순간에 버스가 한산해졌다. 낙락장송(落落長松)들 사이에서 바위 위에 대담하게 자리잡은 어린 소나무 하늘이 눈이 시릴만큼 파랬다. 산의 녹음(綠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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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삼고초려(三顧草廬)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7. 17:11
구룡사의 풍경(風磬) 이럴 때 삼고초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월악산 : 최악의 미세먼지비봉산 : 산 전체 폐쇄;;그리고 치악산...?!?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날씨가 도와줬다.산행 당일 구름낀 날씨가 예상되었지만 이른 아침에는 날씨가 쾌청했다.입석사를 시작점으로 치악산을 오르기 시작할 즈음 뭉텅뭉텅 흰 구름들이 몰려들고는 있었지만, 산행 내내 깨끗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그리고 치악산을 내려와 구룡사에 이르렀을 즈음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악(嶽)' 자가 들어간 산을 오르는 게 5월에만 벌써 두 번째였다.그리고 좋은 날씨와 더불어 산을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세 번째만에야 가능했다.J와 나는 날씨가 도와준 데 대해 다행히 여기며 부지런히 입석사로 향했다. 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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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韓紙) 축제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6. 18:35
언덕에 자리잡은 한지 테마파크, 원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한지 테마파크에 도착한 시각이 7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다. 여전히 밝았다. 개막행사를 보러 온 시민들로 공원입구가 북적였다. 사슴 형상의 등불, 청계천 등불축제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다원주가 옛부터 '한지'로 유명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지 공예 #1 한지 공예 #2 개막식장은 사람들로 너무 붐벼서 곧장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인테리어 소품, 분식, 한지제작 체험 등 여러 부스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 역시 스킵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는 상설전시와 특별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상설전시는 한지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었고, 특별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2천 원)을 내야 했다. 특별전시회가 인상적이었다. 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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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5. 14:05
원주에 온 이상 중앙시장을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J는 이전에 원주에 왔을 때―치악산을 오르지 못했을 뿐 J는 이미 원주에 온 적이 있었다―봐둔 가게가 있다고 했다. 원주 중앙시장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꽤 커다란 상가건물이 보이는데, 지하로 내려가면 한 쪽은 분식집, 오른편은 돈까스가게로 꽉 차 있다. 서로 다른 돈까스를 시켜서 나눠 먹었다. 맛있었다. 사실은 이 돈까스 가게가 아닌 다른 맛집을 찾고 있었다. 그렇지만 딱히 원주만의 명물이라 할 만한 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원주에 사는 사람―관광안내센터 직원―에게 원주에서 반드시 가볼만한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소개받은 곳이 어째 영업중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곳이었다.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약간 이른 저녁을 먹고 나니, 여전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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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로 끝난 협상(協商)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3. 02:08
대단할 것 없지만 J의 일을 몇 가지 도와준 적이 있다. J는 우리나라의 158개 지역을 모두 다 둘러본 한국여행 베테랑이다. 한국에서만 여행을 위해 오롯이 1년 넘는 시간을 보냈고, 대부분의 면에서 나보다 한국여행에 대해 훨씬 상세히 안다. (그가 제안하는 국내여행에 별 이견을 달지 않고 같이 다니는 이유다) 문제는 간단한 인사말이나 몇 가지 명사 외에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바라는 것은 조금은 엉뚱하지만 '한국 관광산업에 보탬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호주 국적에다 한국관광산업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쏟을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J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는 태국보다, 한국이 더 관광산업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주변국 중국이나 일본과는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