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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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 / 피르스트로부터(First, Grindelwald)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9. 14. 23:07
우리가 묵은 숙소의 경우 피르스트로의 접근성이 최고였음은 두 말할 게 없다. 리셉션의 직원은 숙소 일대의 트레킹코스를 추천해주면서, 피르스트와 함께 발트슈피츠(Waldspitz)의 숲길을 함께 권해 주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푼 뒤, 채 20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피르스트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절기 피르스트 정상에서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는 마지막 곤돌라 시각이 6시 반에 있다는 것부터 확인하고!! 우리가 머물렀던 스위스 대부분의 지역은 완벽히 독일 문화권이었다고 무방할 것 같다. 스위스에 오기 전까지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섞어 쓰는 문화란 어떤 문화일까 궁금증이 많았는데, 도가니(meltingpot)처럼 완벽히 혼종적인 문화라기보다 샐러드보울(Saladbowl)처럼 권역에 따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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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 / 프랑크푸르트를 거쳐(From Frankfurt a.M to Grindelwald)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9. 14. 00:36
우리는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취리히로 들어가는 비행편을 구했다. 보통은 유럽여행을 가서 스위스 한 곳에 다 투자하는 경우도 드문 것 같고, 독일을 경유해 스위스로 입국하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길지 않은 일정에 2개 이상의 나라를 둘러보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스위스 한 곳만 둘러보기로 했고, 일단 그렇게 결정이 되자 합리적인 가격에 티켓을 찾다보니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표를 구하게 되었다. 반면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프랑스를 둘러본 뒤 스위스로 들어오는 경우가 꽤 많은 듯하다. 여하간 프랑크푸르트는 경유지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었고 단지 하루 숙박을 하는 곳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취리히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차라리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취리히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방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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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추구한 것과 잃은 것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9. 12. 00:01
먼저 잃어버린 것부터 : 프랑크푸트르 암마인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겠다고 네스프레소 머신에 넣은 뒤 새까맣게 잊어버린 신용카드 한 장, 똑같이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서 다음날 먹을 빵을 계산하면서 무의식 중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생수병 2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취리히 공항에서 점심 먹던 테이블에 놓고 온 10년된 DSLR 카메라, 그리고 공항버스에 두고 내릴 뻔한 갈색 가방까지. (이중에 카메라는 다행스럽게 분실물 접수가 되어서 비싼 국제우편료를 지불하고 찾아냈다.. 이걸 찾아내겠다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스위스 사방팔방에 국제전화하느라 난리도 아니었음) 그리고 추구한 것은..(또는 얻은 것!!) : 정신적인 대부분의 것들(?); 심신의 안정, 좋은 경치 감상, 좋은 추억 등등, 일부 다문화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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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섯 번째 습지 "쪽지못과 산밖벌" 여행의 마무리여행/2019 한여름 창녕 2019. 9. 7. 21:29
쪽지못은 우포를 이루는 늪지 가운데 유일하게 순우리말로 된 이름만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또한 '벌' 대신 '못'이라는 작은 명칭을 가지고 있다. 규모가 작다보니 나무벌(목포)과 쪽지못의 경계, 쪽지못과 산밖벌의 경계는 모호하다. 머리속으로 구상하기로는 쪽지벌을 절반쯤만 걷고 사초군락지를 통해 다시 우포늪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문제는 사초군락지로 접어드는 징검다리가 절반쯤 물에 잠겨 있었다는 점. 사초군락지는 말 그대로 늪지 한가운데 여러해살이풀(莎草)이 무리지어 자라나는 곳으로 풀 뿐만 아니라 나무가 우거진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늪지의 수위가 높아지면 진입이 금지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포늪을 걷는 동안 마주한 관광객이 많지 않고, 특히나 나무벌(목포)로 접어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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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습지 "나무벌(木浦)" 좁은 길에서 큰 길로여행/2019 한여름 창녕 2019. 8. 8. 00:19
주매제방에서 목포(木浦)로 빠져나가는 길에는 잠시 길을 잃었다. 약간의 지름길을 택하려다 되려 길을 잃고 만 것이다. 늪지 가장자리로 훤히 난 길 대신 숲속 샛길을 고른 것이다. 뒤늦게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했던 것처럼 다시 원지점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카페에서 원기를 충전한 뒤로는 대단히 무미건조하다 싶을만큼 전투적으로 트레킹을 하기 시작했다. 원지점으로 되돌아나오니 건강원들이 두어 군데 눈에 띈다. 여기가 보호구역이라고는 하나 인간의 체취가 여기까지 스며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뙤약볕 아래 도로를 보수공사하는 인부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늘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이곳 늪지를 시멘트 길이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위해 이와 같은 더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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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습지 "모래벌(沙旨浦)" : 사막과 오아시스여행/2019 한여름 창녕 2019. 7. 19. 00:32
사지포(모래벌)는 눈앞에 길이 보여도 무엇이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그야말로 길 자체가 보이지 않아 느끼는 두려움 모두를 경험하게 한 곳이었다. 딱따구리가 먹잇감을 찾아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의 적막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길의 오른편으로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맹그로브숲만큼 열대림은 아니지만 활엽수들이 물가와 뒤섞여 자라나고 있었다. 어디선가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격렬하게 났는데, 꿩이 황망히 날아가는 그런 소리는 아니었고 네 발 달린 짐승이 내는 소리였던 것 같은데 어슴푸레한 윤곽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우포늪 가장자리를 따라 쭉 걸어본 결과 사지포를 둘러보는 것은 초행자로서는 대단히 고생스러운 일이다. 안내지도를 보아도 사지포의 끝지점이라 할 수 있는 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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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습지 "소벌(牛浦)" : 뻐꾸기 울음을 벗삼아..여행/2019 한여름 창녕 2019. 7. 10. 01:01
창녕으로 가는 길은 괴로울 만큼 지루했다. 늘 그렇듯 금요일 저녁 수도권 고속도로의 교통상황은 좋지가 않다. 게다가 약간의 판단 착오가 겹쳐 경유지인 대구까지 가는 시간을 과소평가했다. 대구에 도착할 거라 예상했던 밤 9시 반, 내가 탄 버스는 괴산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 버스에 내려 깊이 한숨을 돌리니 한여름의 습기가 무자비하게 목청으로 밀려든다. 경상도 지방을 갈 때는 대개 그러했던 것처럼 기차를 이용했어야 한 건데, 에어컨 바람이 빵빵한 버스 안은 오히려 답답하기만 하다. 창녕행을 얼마나 머릿속으로 그려 왔던가. 늪의 이미지는 이내 땅거미가 지는 고속도로의 풍경과 맞닿았다. 그리고 잠시 심해(深海)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내가 탄 버스는 사실 땅 위가 아니라 바다 밑을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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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종루(鐘樓)와 회족거리(回民街), 중심(中心) 같은 변방(邊方)에 서서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6. 1. 14:32
시안 외곽에서 시안 시내로 진입하는 길은 주말답게도 심한 교통정체 상태였고, 우리가 탄 버스는 거북이걸음으로 느릿느릿 옆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곤 했다. 버스의 종착점인 롱하이(陇海)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약간 지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어서 종루를 가기로 결심. 우커우뤼(五口路) 역에서 종루 역까지는 지하철로 불과 두 정거장 거리지만 한 번 환승을 해야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도보로 종루까지 이동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과욕이었는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를 가는 데 두 시간 가까이 허비한 것 같다. 종루 일대는 과연 듣던 대로 대단히 번화했다. 높은 빌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종류의 상점이 즐비하고 분주히 오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