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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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갑시다일상/film 2023. 12. 31. 13:06
ただ単にそういう人だったと思うのが、難しいですか? 오랜만에 본 영화 . 작년부터 보고팠던 영환데 연말을 맞아 재개봉하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딱히 이 영화에 배경지식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라는 감독의 이름만 보고 먼저 영화에 관심이 생긴 경우다. 영화의 오프닝에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여자 없는 남자들(女のいない男たち)』이라는 단편집에 수록된 하나의 에피소드가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면 여러 편 읽어봤지만, 근래에 흥미를 잃으면서 집에 원서로 사다 놓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街とその不確かな壁)』을 읽기를 미룬지도 한참 되었다. 그의 글을 영화로 보는 것은 처음인데, 오토(音)와 카후쿠(家福)의 무미건조한 톤은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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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산(Le otto montagne)일상/film 2023. 10. 25. 08:56
무언가에 꽂히면 반드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상, 미루고 미루던 영화 을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요 몇 주간 잔잔한 영화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느끼던 차였다. 잔잔한 영화라고 하면 어쩐지 프랑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건 일종의 선입견일 텐데, 언제부터인가 미국 영화는 상업성 짙은 영화이고 미국 이외 지역의 영화는 재미는 덜해도 의미를 곱씹어볼 만한 영화라는 편견을 갖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영화 중에 잔잔한 영화가 없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그밖의 나라, 특히 라틴계 유럽 국가들의 영화들의 연출이 더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는 건 결국 개인의 취향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이탈리아 영화의 제목이 , 그러니까 제목만으로 어쩐지 구미를 당겼던 이름이다. 이름이 암시하는 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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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집일상/film 2023. 7. 18. 00:08
1999년도에 개봉한 이 작품은 니콜라스라는 소년이 자신이 속한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집 밖에서 배회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동선이 얼기설기 엮여 있어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덧붙여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파리 시내의 풍경이 비교적 잘 담겨 있고, 이야기와 이야기의 매듭이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 있지만 그런 풋풋한 장면들 덕에 오히려 옛날 영화를 한 편 보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아버지 역을 직접 맡기도 하는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은 원래는 구 소련 연방에 속했던 조지아 태생으로, 1934년생인 원로 감독이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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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프랑스 영화일상/film 2023. 6. 26. 18:06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한동안 보고 싶은 영화가 없기도 했고,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독서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는데, 결국은 둘 모두 챙기지 못했다. 한 번은 퇴근길에 영화관을 찾았고 한 번은 결혼식을 다녀오는 길에 영화관을 찾았다. 그 중 먼저 본 것이 라는 영화다. 컹탕 뒤피외의 는 시간을 되돌리는 통로를 발견한 알랭과 마리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발견하게 된 비밀통로는 젊음으로 시간을 되돌려주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파국을 초래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는 회춘에 집착하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마리와 제라르이다. 마리는 젊음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켜줄 거라고 믿지만, 젊음을 되찾은 뒤에도 자신의 꿈을 달성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며 히스테릭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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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순수한 형태일상/film 2023. 5. 27. 16:56
이 작품은 내가 작년도 프랑스에 있을 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국내에서는 1년이 지나 상영관에 걸렸다. 영화는 크게 세 개의 연결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인 에서 모델들과 런웨이의 후경으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We’re equal)”는 문구와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라는 문구가 번갈아 화려하게 번쩍이며 이야기가 출발한다.Socialism works only in heaven where they don't need it, and in hell where they already have it. 작중 인물들은 공평함, 평등함, 공정함을 수시로 입에 올리는데, 그들이 말하는 평등함은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면서도 묘하게 불편감과 위화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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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을(Deutscher Herbst)일상/film 2023. 4. 10. 21:57
한 여자에게 인생을 저당잡힌 남자와 그 남자의 인생을 구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마리아라는 여자의 이야기. 영화가 끝난 뒤 시네토크가 따로 없었다면 단순한 치정극, 인생역정 스토리 정도로 이해했을 것 같다. 시네토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 영화의 역사적 맥락들이 각 장면마다 따라 붙기 시작한다. 일단 영화의 도입부에 아돌프 히틀러의 초상이 나타나는 것과 영화의 종반부에 헬무트 슈미트의 초상이 수미상관으로 나타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볼 수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 두 인물의 대비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독일 영년(零年)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후 폐허가 된 독일. 독일 역사의 시곗바늘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아돌프 히틀러라는 광인의 출현은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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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Mon oncle)일상/film 2023. 3. 12. 12:16
La vie, c'est très drôle, si on prend le temps de regarder. 감독인 자크 타티 본인이 주인공인 윌로 아저씨로 등장하는 영화다. 허술하고 무능하고 생산적 활동과는 거리가 먼 윌로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아저씨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팍팍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셈법에 서툴고 말주변이 없고 어리숙한 윌로. 그런 그는 매제에게는 골칫거리일지 모르지만, 조카 제라르에게는 믿음직한 삼촌이고 이웃 소녀에게는 다정다감한 친구다. 너무 무구(無垢)한 윌로는 요즘 세간의 시선에서 보자면 한심한 사람, 사회에 기여하는 게 없는 사람, 아니면 경계해야 할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웨스 앤더슨의 처럼 아기자기한 프랑스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는 손에 꼽을 만큼 특히나 영화 속 무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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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Aftersun)일상/film 2023. 3. 3. 11:36
Oh life is bigger It's bigger than you And you are not me The lengths that I will go to The distance in your eyes Oh no I've said too much I set it up 오랜만에 픽한 영화는 이다. '애프터썬'이라는 말이 함축하듯이, 태양처럼 절대적이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시간이 흘러 회상하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화면들만큼이나 앞선 시간과 후행하는 시간이 셀로판지처럼 겹겹이 쌓여 이 영화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소피가 바라본 아빠 캘럼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녀렸고 미숙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피 자신에게만큼은 태양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자 부단히 애썼던 존재였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