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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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식 교육법(?!)일상/film 2016. 12. 5. 17:05
영화의 출발은 워싱턴 주의 깊은 숲속이다. 올해 초 미국 북서부를 여행해서 그런지, 국립공원을 들른 적도 없는데 괜히 반가웠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기존관념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자본주의에 대한 질문이다.'벤-레슬리' 부부는 아이들을 이른바 철인왕(Philosopher King)으로 만들기 위해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가족은 외부사회와 철저히 고립된 숲으로 들어간다. 대학입학을 앞둔 장남 '보'부터 아직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도 안 되어 보임직한 '나이'에 이르는 6 남매가 읽는 책도 특이하다. , , 등등. 또한 M 이론, 마르크스주의, 권리장전 등 폭넓은 지식을 깊이 있게 공부한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에서 이런 소재가 다뤄진다는 게 신선했다.)이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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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혹은 기억과 고백일상/film 2016. 12. 2. 17:07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주최하는 포르투갈 영화제에 다녀왔다. 아마 몇 년전에는 포르투갈'어' 영화제라고 해서 마찬가지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주최했었는데, 그때는 이라는 영화를 봤었다. 이번 영화제의 추천작이기도 해서 이 작품을 보기는 했지만, 사실 이 감독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더군다나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니 감독에 대해 적당한 배경지식은 있어야 할 텐데, 잘 모르면서도 무턱대고 봤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임권택' 감독에 비유할 수 있는 포르투갈의 거장인 듯 하다. 비교적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부담없이 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에서 나온 리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매매에 부친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오래된 주택을 구경하러 온 두 부부의 대화를 통해 영화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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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l Glück für ihre Zukunft!일상/film 2016. 12. 2. 01:35
Schwirren jetzt ganz schön viele Begriffe hier rum: Spaß, Glück, Leben. Was findest denn Du lebenswert? Wenn Du schon die großen Themen hier hochbringst? 피식-피식하다 기어이 빵 터지고 만 영화ㅋㅋ 늦은 시간인데도 영화관에 온 사람이 많았는데, 다 같이 똑같은 지점에서 박장대소했다 독일 영화는 오랜만인데,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이 남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다 보니 독일에서나 만들 법한 영화라는 생각까지 미쳤다ㅎㅎ같은 유럽영화라도 아마 프랑스 영화였다면 이런 캐릭터 설정 자체가 어려웠을 것 같다. 프랑스인 딸이었다면 아빠의 장난을 잠자코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고, 프랑스인 아빠였다면 저런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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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Runaway)일상/film 2016. 11. 27. 00:26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오랜만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라는 감독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대학교 시절 라는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아마 처음으로 본 작품이 이었다. 처음에는 좀 기괴하고 음울하다고 느꼈는데, , , , 등의 영화를 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예전만큼 수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줄리에타(Julieta)는 그의 스무 번째 작품인데, 그의 작품 가운데에서 을 떠올리게 했다. 즉, 그의 전형적 관심사인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나 보다는 그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들로 회귀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와 을 묶어줄 수 있는 교집합은 "모성"이라는 요소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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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애니메이션일상/film 2016. 11. 20. 01:20
사람들한테 별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한때 내 꿈은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가 중학교일 때. 그리고 한창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특히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가운데 가장 수작으로 꼽고 DVD까지 소장하고 있는 것이 이다. 그 다음 작품으로 나온 것이 이었는데, 전작에 비해 돈을 훨씬 많이 들인 느낌은 드는데 스토리와 울림은 그에 비례하지 않아서 실망감을 느꼈던, 그렇지만 다음 작품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손을 들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하기 이전까지 감독한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내가 느꼈던 '실망감'이 틀린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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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chasser)일상/film 2016. 11. 19. 15:30
좀 더 좋은 포스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일단 되는 대로 포스터를 싣는다. TARGET 1. 가족돌연 사라진 딸 켈리. 뒤늦게 가족은 딸이 이슬람에 경도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해 중동으로 홀연히 잠적한 것. 그 누구라도 당혹스러울 상황. 무엇이 소녀를 이슬람으로 이끈 것일까. 그리고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가족은 모든 시간과 모든 비용을 기꺼이 바친다. 그러나 딸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가족의 유대는 무너져간다. 이제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묶어주는 것은 오로지 '딸의 구출'이라는 목적뿐. 그들의 관점에서 '구출'일 뿐, 자진해서 지하디스트가 된 딸은 '구출'되기를 거부한다. 이 모든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 있을 법한, 특히나 유럽이라는 점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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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을 지켜라일상/film 2016. 11. 18. 22:28
양(羊)이 등장하는 조금은 특이한 포스터. "램스"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Lambs(어린 양)"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제는 "Rams(숫양)"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Lambs"가 아닌 "Rams"인지 알 수 있었다. 지방 토종의 '양'을 지켜내기 위한 두 형제의 고군분투기. 단순한 스토리일지 모르겠지만, 이 스토리는 단순히 동물과 사람의 스토리 이상이다. 동시에 형제애를 발견하는 이야기, 이웃에 대한 이야기, 목적을 이뤄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전 마이클 샌델의 를 읽은 탓일까, 스크래피(scrapie)에 감염된 양이 발견된 것을 두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논의하는 장면에서 "트롤리 문제"가 떠올랐다. 감염이 확실시되는 양 한 마리 때문에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없는 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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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貧困)의 굴레일상/film 2016. 11. 7. 00:07
의 각본가가 참여했다는 말을 듣고 고민 없이 예매. 역시..... 재미있었다!!가 정부 수사기관의 머리싸움과 액션이 잘 드러난 영화였다면, 이 영화의 경우 '만성적 빈곤'이라는 보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급전(急錢), 대출 상환, 채무 관련 법률 상담 등 차창 너머로 스쳐지나가는 간판의 문구들은,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가속화된 중산층의 붕괴와 오래된 가난의 굴레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소몰이를 하는 사내들, 영세한 은행의 직원들, 변변한 메뉴조차 갖추지 못한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쇠락한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화면에 담고 있다. 영화 종반부에서 아이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던 크리스 파인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단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