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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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투쟁일상/book 2020. 3. 13. 00:08
정신사적으로 볼 때 근대 사회철학의 등장은 사회적 삶을 근본적으로 ‘자기보존’(Selbsterhaltung)을 위한 투쟁관계로 규정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마키아벨리의 정치 저술에서 주체들이란 자신의 이해를 둘러싼 지속적 경쟁 속에서 서로 대립하는 정치적 존재로 파악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견해는 토머스 홉스의 저작 속에서 국가의 주권을 계약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중대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새로운 사고 모델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세까지 효력을 발휘했던 고대 정치이론의 주요 구성 요소들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 정치론에서 중세의 기독교적 자연권이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일종의 공동체적 존재, 즉 정치적 동물(zoon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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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일상/film 2020. 3. 12. 00:05
Down to Gehenna, or up to the Throne, He travels the fastest who travels alone. ―Ruyard Kipling 롱테이크―하나의 숏을 길게 촬영하는 기법―를 눈여겨봐야 하는 영화라 하더니 과연 롱테이크를 최대한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이와 더불어 1917년도의 생활상(전투복장, 전술, 건물, 소품 등등)을 최대한 고증한 모습이 엿보이는 부분 역시 좋았다. 롱테이크 촬영을 하기 위해 제작진이 세심하게 공들인 것들이 놀라울 정도이기는 했지만, 기법 특성상 몰입이 길어지다보니 사실 장면에 따라 조금 피로한 느낌도 있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버릴 게 없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에쿠스트(Ecoust) 마을에서의 장면이다. (역설적이게도) 황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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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일상/book 2020. 3. 9. 23:20
로베르트 무질의 책을 읽으면서 우연하게 제임스 조이스의 이름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독서하는 방식이, 더 정확히는 다음 읽을 책을 고르는 방식이, 마치 사방에 널린 징검다리를 가볍게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과 같아서, 이라는 책 역시 라는 징검다리에서 한 차례 작가의 이름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이제서야 첫 페이지를 펼쳤다. 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윌리엄 서머셋의 처럼 어떤 예술가를 모델 삼아 인간적인 고뇌를 그려내는 작품인가 지레짐작을 했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다.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의 이 소설은, 예술가(작가)라는 길에 들어서기 직전까지의 제임스 조이스라는 인물을, 조소(彫塑)에 점토를 바르듯 묵묵한 문체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오히려 헤르만 헤세의 이나 N.H. 클라인바움의 를 떠올리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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咖啡時間일상/coffee 2020. 3. 7. 20:26
Le patron du café m'a donné un café et une pomme afin de me remercier de lui avoir recommandé quelques livres. Mais, en faite, elle a déjà lu tous les livres que j'ai mentionné!! Alors j'ai décidé de vous donner le livre que je lisais, d'ailleurs je ne pouvais pa la trouver après finir la lecture. La grande liseuse a dispparu aux café..! Merci beaucoup de vos petits cadeaux et je vais trouver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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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 : 들뢰즈와 과타리의 글을 읽고일상/book 2020. 3. 7. 01:38
현대철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뭘 어떻게 잘못 먹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미셸 푸코의 은 1%쯤 이해했다면 들뢰즈와 과타리의 는 넉넉잡아 10%쯤 이해했다는 점. '기관 없는 몸'의 '절단'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똥을 끊으며'라는 묘사를 읽을 때, 글쎄 뭐라 해야 할지 철학책에서 기대할 법한 표현이 아니라서 내심 피식하기도 했지만 야릇하게 구미를 당기는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별개로 글이 어려웠다 뿐이지 번역은 좋았다'~') 철학이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다루는 학문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대물리학을 떠올려보면 현대철학이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모양이 바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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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오이디푸스일상/book 2020. 3. 6. 23:23
suivi.. 이로써 『안티 오이디푸스』가 대면하는 세 부류의 적이 있게 된다. 이 적들은 똑같은 힘을 갖고 있지 않고, 다양한 정도의 위험을 대표하며, 이 책은 그들에 대해 상이한 방식으로 전투한다. 1. 정치적 금욕주의자들, 미친 투사들, 이론의 테러리스트들. 이들은 정치와 정치 담론의 순수한 질서를 보존하고자 한다. 이들은 혁명의 관료요 진리의 공무원이다. 2. 욕망의 서툰 기술자(技術者)들, 즉 정신분석가 및 모든 기호와 징후의 기호학자들. 이들은 욕망이라는 다양체를 구조와 결핍의 이항 법칙에 종속시키려 한다. 3. 끝으로 특히, 주요한 적수이자 전략적인 적은 파시즘이다. 대중들의 욕망을 동원하고 매우 효과적으로 이요할 줄 알았던 역사적 파시즘,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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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뗏목일상/book 2020. 2. 29. 00:15
를 읽은 뒤로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라는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포르투갈 문학이 쉽게 접할 수 있지 않다보니 다음에 이 작가의 작품을 찾는다면 가능하면 포르투갈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글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아마도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책의 소재는 바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자리하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이고, 그것도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대서양 위를 표류하는 이베리아 반도의 이야기다. 그렇다, 이베리아 반도가 어느날 뚝, 하고 피레네 산맥으로부터 분리되더니 아조레스 군도와 충돌할 위기를 겪기도 한다. 작가의 상상이 다분히 가미된 소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야기를 앞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서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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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음으로일상/book 2020. 2. 28. 00:33
이 책을 집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를 읽으면서 몇 가지 독일 현대소설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귄터 그라스의 이름은 리스트의 가장 상단에 있었다. 토마스 만의 도 읽어보고 싶었지만—심지어 읽을 요량으로 이미 사놓은 두 권의 책도 있다—엄밀히 말해 그는 오스트리아 작가다.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라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나치 행적을 고백한 문제적 인물, 귄터 그라스.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렸던 그는 전후 독일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귄터 그라스의 글은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을 떠나서, 응당 세계적인 고전이 갖춰야 할 보편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연 그의 대표작이라 할 도 두 번을 펼쳐 두 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