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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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단편소설 두 편일상/book 2018. 11. 19. 00:19
투쟁 영역의 확장/미셸 우엘벡/열린책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앙리프레데리크 블랑/열린책들 내가 본 것들을 쓰지 않는다면 나는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는 다만 조금 더 고통스러울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글쓰기가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일을 되새기게 하고, 그 성격을 규정할 뿐이다. 그것은 일관성이 있는지, 사실적인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핏빛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거기에는 어떤 좌표들이 있다. 불과 몇 미터 앞에 혼란이 있다. 독서의 절대적이고 기적적인 힘과는 얼마나 대조되는가! 평생 읽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까? ···세상이라는 구조물은 고통스럽고 불충분하다. 그것은 변경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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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일상/book 2018. 11. 18. 20:33
대학로에 있는데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비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의 건물 안에 멍하니 앉아 있기도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 서점을 향했다. 생각보다 혜화역 일대에 서점이 많지는 않았고, 알라딘은 거리가 꽤 되었다. 하릴없이 이음책방으로 향했는데, 지하에 자리잡은 아담한 서점이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를 읽을까 생각했지만, 최대한 가벼운 책을 고르자는 생각에서 발견한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다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이유가 없다;; 책은 구 동독에서 거주하던 한 여성이 독일통일을 전후하여 겪는 이야기로,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은 이라는 독일 영화였다. 영화는 동독에 사는 한 가족이 베를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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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마지막 강의일상/book 2018. 11. 13. 23:25
이러한 차이들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장소의 차이인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잠시만 성찰해 보아도 이 같은 차이들이 시간을 통해서만 도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변화는 흘러간 시간을 함의한다. ···우리가 지리적 사실의 설명에 있어 분리선을 갖다 놓는 것은 언어에 대한 일종의 비유를 통해서이다. 시간이라는 요인이 두 측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축약을 통해서 그것을 제거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들을 취하게 된다. 한 가지 더 말해 둘 것은 차이들을 만드는 데 작동하는 것은 오직 시간이라는 것이다. 1) 향토 정신의 힘. 제한된 공동체에서 발달하는 습관들로서 그것들은 강력하다. 각 개인의 유년기의 습관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서, 그 자체에 양도된 이 같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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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일상/book 2018. 11. 6. 18:15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을 읽은 것이 전부인데,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가장 크게 놀라는 점은 아무래도 그의 박학다식함이지만, 또 한 가지 눈여겨보는 것은 사회에 대한 해학이다. 『장미의 이름』에서 호르헤 수도사를 등장시킴으로써 종교신앙의 교조주의적 태도를 비판했다면, 『제0호』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기득권의 부패와 이에 편승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의 일격을 가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이 책에서 ‘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화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언론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번째 기둥으로까지 일컬어졌던 언론은 오늘날 과연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미국 대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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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일상/book 2018. 11. 2. 19:25
가끔 과학 분야의 서적을 찾아 읽곤 한다. 확 꽂히는 주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과학에 문외한이 되지 않기 위해 읽는 정도인데, 이 책은 라는 자못 철학적인 명제를 달고 있어서 서가 진열된 책 중에서도 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책은 현대 이론물리학의 축을 이루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다루는데, 원자론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착안한 데모크리토스로부터 이야기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간다. 도표화한 개념 정리와 이해를 돕는 삽화, 무엇보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저자의 배려 덕분에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수월하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내가 이해를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찝찝한 내용들이 몇몇 있다.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현대 양자역학이 접점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에서 몇몇 핵심 개념이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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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abitude일상/music 2018. 11. 1. 23:30
이문세 16집 『Between Us』 Favorite Track#5 멀리 걸어가#8 안달루시아 조금씩 무뎌지나 봐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고 어느새 달라진 찬바람 아침 공기를 어색하게 끌어안고이렇게 변해왔나 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딘가 낯설게 보여 흐리게 보여멀리 걸어가 지금 여기에 모든 게 변해버린 여기에 다시 돌아가 그때 그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 있는 내 자리에조금씩 달라져 왔어 모두가 떠난 줄도 모르고 어느새 낯설어진 풍경에 시간은 계속 어색하게 흘러가고이렇게 변해가나 봐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딘가 낯설게 보여 흐리게 보여멀리 걸어와 지금 여기에 모든 게 변해버린 여기에 다시 돌아가 그때 그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 있는 나의 자리에멀리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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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일상/film 2018. 10. 27. 00:09
, 의 감독인 데미안 셔젤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 고민없이 예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와 가 현실세계를 초월한 환상적인 풍경으로 넘실댄다면,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담은 에는 보다 인간적인 풍경이 담긴다. 유인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올리는 과정에서 무수히 겪는 시행착오, 동료애와 가족에 대한 사랑 등등. NASA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가시적으로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우주산업 대신 국내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복지를 베푸는 데 세금을 쓰라는 대중들의 조롱섞인 원성도 주인공은 견뎌내야만 했다. (‘흑인들은 피땀 흘려 일하는 동안, 백인들은 달에 갈 궁리만 하고 있다’며 길거리의 흑인이 랩을 하는 장면도 잠시 나오는데, 이것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