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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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s Obras Maravillosas일상/film 2019. 1. 7. 19:40
"전 아기가 태어나는 걸 원치 않았어요"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영화라 상영관을 찾기가 좀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때보다도 상영관을 찾기가 엄청 힘들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상영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하지만, 정말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영화관을 확보하지 못해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쉽다. 어떤 플랫폼의 다양화냐 플랫폼의 대기업화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단 한 장면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었던 작품이다. 흑백 필름이지만 화면 구성의 다채로움이 생생하게 전달될 만큼 알폰소 쿠아론이 배경과 소품,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것이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가 시작되는 가장 첫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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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책 두 권일상/book 2018. 12. 29. 13:17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구매한 책. 사르트르의 를 살까 잠시 망설이다가 요새 독서도 별로 안 하는데 가벼운 책이라도 완독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골랐다. (사실 라고 해도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다)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서평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예상보다도 짧은 단편인데, 작가가 이나 에서 묘사했던 살풍경한 배경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에서 등장했던 '부엔디아'라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대령은 공화군으로 싸워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혼탁한 정치현실 속에 공로를 인정 받지 못하고 약속된 연금마저 받지못하는 처량한 신세에 처한 인물이다. 오히려 수시로 바뀌는 정권은 조금이라도 반정부적인 여론을 뿌리째 뽑기 위해 언론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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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생각보다 괜찮은 콤비였어일상/film 2018. 12. 28. 23:44
비고 모텐슨의 연기가 이렇게 통쾌한 적이 있었던가. 원래도 거침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의 마초적인 개성이 단연 눈에 띈다. 흑인 음악가의 수행비서를 맡은 이탈리아계 백인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실제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을 통해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까지도 미국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을 보여준다. 이 '그린북'이라 함은 당시 흑인들을 위한 여행지침서로 여행지에서 흑인이 머물 수 있는 숙소, 흑인이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을 정리해 놓은 초록색 표지의 책이다. 차라리 팸플릿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이 단촐한 여행책자를 들고 두 주인공은 미국 동남부의 순회 공연을 떠나는데, 남쪽으로 향하면 향할 수록 흑인 음악가 돈 셜리는 평생에 시달려 왔던 정체성의 혼란을 다시 마주한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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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영욕(榮辱)을, 예술에게는 오로지 영광(榮光)만을일상/film 2018. 12. 19. 00:03
부모님께 강력히 추천해드리고서는 정작 나는 이 영화가 상영한지 꽤 되어서 근래에 영화를 봤다이 정도 롱런이면 올 연말 국민영화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 무슨 부연이 필요하랴~그래도 근래까지도 영화를 볼지 망설였던 건 '퀸'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존재가 이러저러하게 윤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보기를 잘 했다 생각한다..용산으로 영화관을 갔더니 특정장면에서 3개 벽면에 스크린샷을 쏴주던데사실 3 곳을 동시에 다 볼 순 없어서 정신사나운 것 같기도 하고 몰입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다음번에 간다면 굳이 웃돈주고 특별관에서 볼 것 같지는 않다보고 싶은 영화가 꼭 거기에서만 한다면 별 수 없지만.. 갑자기 요새 계속 래디오 가가- 래디오 구구 흥얼대며 리듬타던 직장 선배가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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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s Vies일상/film 2018. 11. 21. 00:01
종이책의 미래 지금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한동안 화두가 되었던 것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였다. 독서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되고, 특히 각종 소셜네트워크나 전자기기의 발달로 텍스트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전통적인 출간을 담당해 오던 출판사들의 입지와 전략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세태와 맞물려 한편으로는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떠올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의 아날로그식 독서에 기대를 거는 주인공들의 진지한 대화를 보여준다. 종이와 관련된 무엇이든―책, 수첩, 메모지 심지어 필기구까지―간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논의가 오고간다는 자체가 어쩐지 씁쓸하다. 도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맡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