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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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의 일기: 힘들이지 않는 법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22. 06:20
# 중간에 바캉스가 끼어 있었지만 학기가 시작한지도 두 달이 넘어가는데, 갈수록 교실에 학생수가 줄어든다. 처음 수업에 들어왔던 인원을 생각해볼 때 대부분 수업의 경우 규모가 7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업을 드랍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좋은 학점을 받느냐는 차치하더라도 수업의 평가요소들을 모두 수행하면 일단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기본조건은 갖춰지는데, 참여인원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건 일단은 해당과목 자체를 이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라면 학기가 끝날 때 쯤 인원이 더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신청한 대로 계속해서 수업을 듣고 있는 내가 특출나게 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최대한 수업에 적응하면서 버틸 뿐이다. # 오늘 연금정책 수업에는 드디어 연금개혁에 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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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의 일기: 신발은 발에 맞아야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21. 00:29
# 시내에 숙소를 잡으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소음이었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자정이 넘도록 왁자한 소리가 방까지 전해졌다. 그러다 새벽 두 시 반에는 아예 잠을 깼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의 함성이 들렸기 때문이다. 종종 젊은 청년들이 야외에서 무리를 이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좀 차원이 달랐다. 젊은 남성이 선창을 하면, 다른 젊은이들이 후렴을 길게 붙이는 방식으로 새벽 두 시 반에 온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 팡테옹 앞에서도, 툴루즈의 광장에서도, 심지어 기숙사 안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젊은 혈기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었지만, 새벽의 이번 소동은 잠을 달아날 만큼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죽음을 앞둔 늑대 무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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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의 일기: 신기루(蜃氣樓)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9. 17:46
# 가끔 오체투지(五體投地)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한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난 주부터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가 주말에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주 즉흥적으로 파리 동역에서 출발하는 에페흐네(Épernay) 행 열차를 탄 것이다. 주말 중 트레킹을 할 만한 장소로 너무 멀지 않은 곳 중에 셩파뉴(Champagne) 지방을 낙점했고, 마침 론리 플래닛에 마흔 강(la Marne)을 중심으로 한 트레킹 코스가 소개되어 있어서 이를 참고해 에페흐네에서 랭스(Reims)까지 가로질러 보기로 결심했다. 짐으로 물통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한 권만 딱 챙겼고, 파리 동역에서 트레킹 중에 먹을 샌드위치를 미리 샀다. 파리 동역을 출발한 열차는 샤토티에히(Château Thie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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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의 일기: 베흐시(Bercy)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8. 21:48
# 점심에 잠시 비는 시간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베흐시 공원까지 갔다. 캬흐디날 르무안 가(R Cardinal Lemoine)의 내리막길을 가로지른 뒤 아랍세계연구소를 빠져나와 센 강으로 빠진다. 아우스터리츠 다리와 베흐시 다리를 지나서까지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던지라 센 강을 사이에 둔 좌안과 우안의 풍경도 퍽 예뻤다. 마치 지난 일주일간 울상이었던 날씨가 무언가 만회하기라도 할듯이 오늘 하루 쨍쨍한 햇볕을 몰아 내리는 듯하다. 이래서 옛날부터 날씨가 늘 관심의 대상이었고, 이곳 사람들이 햇빛만 좀 난다 싶으면 우르르 밖으로 나오는 이유를 좀 알 것같다. 베흐시 공원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예쁜 공원이었다. 파리에는 식물원이나 뤽상부르 공원처럼 사람이 붐비는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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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의 일기: 호흡(呼吸)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7. 16:39
# 살면서 이렇게 긴장되는 발표는 처음이다. 오늘 발표가 뭐길래 거의 2주 전부터 초조하게 준비를 시작했다. 살면서 중요한 면접이나 발표를 한두 번 한 게 아니건만 오늘 발표는 정말 떨렸다. 발표를 하러 교실 앞으로 나가면서 올림픽 무대에 선 선수가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호흡을 고르고 발표를 마치기는 마쳤는데 잘된 발푠지 아닌지 감이 오지 않았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을 받다보니 빠뜨리고 설명한 부분도 있었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발표였다. (발표의 주제는 ‘인구 규모가 문화적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조교와도 이야기를 해보고 발표 이후 내게 질문을 했던 수강생과도 얘기를 해보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게 더욱 명확해졌다. 특히 논리적인 연결이나 명확한 설명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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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의 일기: 불사조(le phénix)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7. 04:56
# 오후 게임이론의 팀발표가 있었다. 좌충우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일단락됐다. 발표과제가 연달아 있는 상황에서 팀과제는 개인적으로 후순위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팀’ 과제라는 특성상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같은 과제를 수행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발표를 앞둔 마지막날까지도 발표자료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프랑스에 온 뒤, 코로나가 절정을 달할 때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요새 목 통증이 크게 찾아와서 오후에 있던 발표가 끝날 때까지 더욱 힘을 쏟아야 했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고 오래 앉아 있다보면 간혹 목 통증이 조금씩 올라올 때가 있는데, 통증을 감지할 때는 이미 늦어서 목 통증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는 이미 심한 두통을 느낄 정도로 목과 등근육에 통증이 찾아온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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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의 일기: 수업 없는 화요일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5. 18:27
# 화요일 아침 수업이 이번 주는 한 주 휴강한다. 고로 오늘은 수업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저번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오르세 미술관을 다녀올까 오래 고민하다가 결국은 가지 않았다. 내게 화요일은 일주일이라는 7일간의 리듬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날이다. 수업이 꽉 가득찬 월요일의 다음날이자, 조금 결이 다른 게임이론과 문화인류학 수업이 이루어지는 수-목요일, 그리고 프랑스어 수업이 차지하고 있는 목-금요일로 넘어가기에 앞서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여전히 화요일에 노동경제학 수업은 있지만 오전에 수업을 듣고 나면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어쨌거나 그나마 있던 화요일 수업이 학사일정상 휴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팀 과제를 준비하고 논문을 읽으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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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의 일기: 집중(集中)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4. 18:51
# 기분 탓이겠지만 수업이 가장 몰려 있는 월요일에 항상 날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3일간의 궂은 날씨도 끝나고 아주 시원하게 봄볕이 내리쬔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와 목에서부터 통증이 올라오는 걸 보아 한동안 잘못된 자세로 계속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그저 쉬고 싶지만 이른 아침부터 비대면으로 연구지도가 있어 몽롱한 정신으로 컴퓨터를 세팅했다. 지도가 끝난 뒤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데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부터 프랑스 정부 방침으로 마스크 의무착용이 크게 완화되었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시설을 제외하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TV를 볼 수도 없고 안내 메일도 따로 받지 못한 나로서는 교실에 도착했을 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