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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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의 일기: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5. 17:58
# 아침에는 소르본 대학 앞의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기숙사로 돌아온 뒤에는 L과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L이 바캉스를 가게 되면서 이번 주 통화를 한 번 하자고 얘기를 했었었다. 칸느에 도착한 L은 바캉스를 잘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맑고 온화한 날씨, 가족들, 해안가, 마르세이유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오빠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게는 몰리에르의 연극을 잘 보았느냐고 물었다. 서로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장 콕토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내가 퐁피두 센터를 좋아한다고 하자, 근대미술을 좋아하는 L은 오르세 미술관을 매주 간다고 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피에르 보나흐(Pierre Bonnard)를 좋아한다는 이야기하는데, 오르세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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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의 일기: 타인(他人)으로 살아가는 것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5. 01:39
# 학교는 이번 주부터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에 돌입했다. 그래서인지 기숙사 밖을 보면 항상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연구실이 한두 곳 정도는 꼭 있었는데, 요즈음은 밤에 불이 들어온 연구실은 찾아볼 수 없다. L 역시 본가가 있는 칸느로 내려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식당이나 사무실처럼 기본적인 업무들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의외로 바캉스 기간에도 학교를 오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에서 아주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그냥 떠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얼마전 만난 박사과정생처럼 바캉스 기간에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 연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안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는 바캉스 일정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교정의 리듬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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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의 일기: 생말로(St Malo) 가는 길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4. 00:58
# 관료주의를 가리키는 영어 표현 ‘bureaucracy’는 ‘사무실’ 또는 ‘탁상’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bureau’에서 유래한다. 실제 프랑스에서 지내다보면 그 이유를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모든 행정절차는 일종의 마비(麻痺)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한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착란(錯亂) 상태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학기가 시작한 뒤에도 학생에게 정확한 시간표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그러하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수차례 문의를 해도 정확한 답변을 ‘안’ 하고 관련 없는 답변만 자기 논리를 덧붙여 늘어놓는데 그럼에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담당자에게 떠넘기면서 꼭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은 주저 없이(n’hésite pas~) 요청하라는 말인데, 이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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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의 일기: 봄(春)인가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2. 19:22
# 오늘 아침 수업에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21번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몰라 자전거를 탔는데, 불과 15분만에 14구 캠퍼스에 도착했다. 평소 버스를 타면 25분이 걸리니까 오히려 시간이 적게 걸린 셈이다. 아침 시간이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머리가 희끗한 사람이나 여자들이 나보다도 자전거를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탄다. 오전 수업은 노동경제학 수업으로 TB교수에서 FF교수로 수업진행이 바뀐 이후로 활력을 많이 잃은 듯하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실업급여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지난 시간과 달리 질의응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수업 중 독일친구들이 대체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편인데, 오늘은 독일친구들 뿐만 아니라 반 전체가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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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의 일기: 자전거(Vélib’)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1. 17:08
#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재정학 공부를 했다. 오전 열 시를 조금 넘겼을 때, 학교를 나와 잠시 센느 강변으로 나갔다. 어제 등록해 둔 벨리브(Vélib')—대전시의 타슈나 서울시의 따릉이와 같은 파리의 공유 자전거 시스템—를 이용할 겸, 자전거를 이용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향했다. 파리는 오래되고 협소한 도로가 워낙 많다보니 일방통행 도로를 구분해야 한다.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팡테옹을 지나 잠시 방향을 잃어 길을 잘못 접어들었는데, 맞은편 방향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남자가 손을 들어올리며 주행방향을 두고 뭐라뭐라 불평하는 말을 했다. 사실 그것도 좀 애매하기는 하다. 내가 지내는 윔 가의 경우도 차량은 일방통행로이지만 자전거는 양방향 통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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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의 일기: 풍화(風化)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0. 20:27
# 늦잠을 자고 늦은 오후부터는 소르본 대학 앞의 한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에는 조깅도 하고 요리도 하곤 했지만, 오늘은 만사가 귀찮아서 쉬기로 했다. 박경리의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해는 길어졌지만 좀처럼 기온을 풀리지 않고, 오늘은 바람까지 불어서 꽤나 춥게 느껴진다. 점심 생각도 들지 않아 1시를 넘겨 책을 읽다가 카페를 나섰다. # 오후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방센느 숲을 가보고 싶어졌다. 카페와 비스트로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파리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으리라. 이전에 불로뉴 숲을 갔으니 오늘은 방센느 숲을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니 방센느 숲 북쪽으로 방센느 성이 있어서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파업 때문이겠지만 RER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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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의 일기: 헤퓌블리크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9. 19:27
# 오전에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카페를 나와 향한 곳은 무프타흐 시장의 Fournil de Mouffetard라는 빵집이다. 평소에 가장 자주 찾는 빵집이기도 하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피자를 조금 샀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어디라도 나들이를 가면 좋으련만, 몸이 좋지 않아 기숙사에서 낮잠에 들었다. 눈을 뜬 뒤 창문 밖을 보니 여전히 하늘이 맑았고 비행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학교에 머무르며 논문을 읽었다. # 늦은 오후 기숙사를 나서 버스를 타러 생테티엔 뒤몽 성당 방면으로 이동했다. 버스정류소의 전광판을 보니 운행이 중단된 노선이 있는 것으로 보아 파업은 현재진행형인 모양이다. 메트로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바로 근처의 꺄흐디날 르무안(Cardinal Lemoine) 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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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의 일기: 몰리에르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8. 19:38
# 오늘 아침은 로라(L)와 예정된 약속이 있었다. 아침 열 시 로비(l'Aqua)에서 만나 에흐네스 정원으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L은 한국어를 배우는 이곳 학생으로 학교를 통해 알게 되었고 자유롭게 언어 교환을 하기로 했다. L은 이곳에서는 문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처음 한글을 알게 되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두어 개 한국어 강의가 개설되기는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학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신기했었다. 아무래도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아직까지 중국이나 일본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어 수업이나 일본어 수업은 다른 유럽언어들과 비슷한 비중으로 강의가 개설된다. 한글은 배우는 게 매우 쉽지만 한국어는 그렇지가 않다. L과 프랑스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