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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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의 일기: 증명의 연속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7. 17:29
# 어제 일찍 잠이 들었더니 아침에 일찍 눈을 떴다. 내 방은 학교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 밖을 보면 학교의 중앙 현관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새벽시간을 제외하면 늘상 학생들이 왕래한다. 밖을 내다보니 아직 어둑어둑한데 운동복 차림의 여학생 두 명이 경쾌하게 중앙 현관을 나선다. 아마 체육 동아리에 속해 있거나, 서로 약속을 잡아 이른 아침부터 조깅을 하는 것 같다. 파리에는 특히나 오전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세면을 한 다음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매주 실시되는 퀴즈를 위해 지난 주 읽어두었던 논문들을 다시 한 번 읽었다. # 어제 파리 우안 일대를 걸으면서 느낀 거지만, 파리 시내를 오가다보면 거대한 시간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에펠탑처럼 벨 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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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의 일기: 좌안에서 우안으로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6. 19:46
# 아침에 늦잠을 자고 오전에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오후에 있을 발표 스크립트를 짰다. 점심에는 식당에서 다시 Z와 마주쳤다. 밥을 먹으면서 프랑스어로 얘기를 했다. 중국에서 불문학으로 석사까지 하고 온 Z에 비해 내 프랑스어 실력은 형편없지만, Z는 그런 대로 재밌다는 듯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Z는 오늘 수업은 없지만 도서관에서 공부하러 윔 가에 와 있다고 했는데, 나는 오후 수업을 위해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섰다. 6구에서 열리는 오늘 오후 수업은 보통 센 강까지 나가는 27번 버스를 타고 간다. 하지만 오늘따라 버스 배차가 늦어지는 것 같아, 다른 노선을 이용해 소르본 대학으로 나간 다음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오데옹 역이 나타나는 지점에서부터는 생제르맹 거리를 따라 쭉 걸었다. 눈에 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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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의 일기: 파도 치듯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6. 00:18
# 종종 일찍 준비를 시작하고서도 예정된 시각에 늦는 경우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빠듯하게 움직이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움직였는데도 수업에 늦었다. 원래는 아침 수업이 있을 때 21번 버스를 타고 14구로 이동하지만, 오늘은 부랴부랴 RER을 타고 시테 유니벡시테로 갔다. 걷는 거리가 늘어나긴 해도 지하철이 버스보다는 확실히 빠르기 때문이다. 오늘 부로 두 번째 교수가 수업을 이어 받는 노동경제학 수업은 '실업급여'가 주제였다. 실업급여와 소득대체율의 관계를 설명할 때,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적정한 소득수준은 얼마인가, 가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소득 상한액을 초과하여 일을 하는 사람은 근로의욕이 낮아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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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의 일기: 물 흐르듯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5. 00:55
# 다시 한 주가 시작하면서 아침에 학교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카페테리아에 가기 전에 잠시 기숙사 사무실에 들러 1월 기숙사비를 냈다. 1월 중순에 도착했기 때문에 한달치 비용을 다 지불하진 않지만, 다음달부터는 매달 350유로씩 나가게 된다. 파리의 엄청난 거주비를 고려해도 그렇지만, 서울과 비교해도 비싼 가격이라 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측에서 한 학기 등록금이 조금 넘는 금액의 장학금을 제공하겠다는 메일을 받아서 한시름 덜었다. 카페테리아는 무척 한산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게임이론 과제를 마치고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카페테리아를 나와 택배보관소를 들렀다. 한국에서 온 택배가 있기 때문이다. 한사코 보내지 말라고 말씀 드렸건만, 먹을 거리를 싸서 택배를 보내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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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의 일기: 비행운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3. 18:51
# 이민자 2~3세대가 없는 오늘날의 프랑스 사회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프랑스 본토 바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여기서 이민자 2~3세대라는 건 일반적으로 알제리에서 넘어온 마그레브 지역 사람들이나, 서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말한다. 인도나 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있지만, 전자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 (인도나 동아시아에서 온 ‘학생’은 많이 보았다.) 이들 이민자 2~3세대이 종사하는 직종은 대개 계산원, 청소부, 판매원, 보모, 보안관, 사무보조, 운전기사 등 화이트칼라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미래에 쉽게 사라질 직업들도 아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보모나 청소부가 하는 일을 기계가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들 이민자 구성원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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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의 일기: 방브 벼룩시장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2. 19:48
# 아침에는 59번 버스를 타고 방브 벼룩시장(Puces de Vanves)에 다녀왔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오가기 편한 곳이다. 59번 버스는 몽파르나스 묘지와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 포흐트 드 방브(Pte de Vanves)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방브 벼룩시장에 도착했다. 황학동 벼룩시장도 몇 번 가보았지만 방브 벼룩시장도 그만큼이나 크다. 모히스 노그 가(R Maurice Nogues)를 다 돌고도 순환도로가 나타나는 지점까지 진열대가 끝도 모르게 이어진다. 오늘의 목적은 와인잔과 밥그릇(!)을 사는 것이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물건의 종류도 워낙 다양해서 어떤 물건을 얼마에 사야 좋은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중고품을 파는 곳도 있지만, 특정한 공방에서 물건을 떼와서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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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의 일기: 가방과 물통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1. 22:27
# 오늘 아침 역시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 들었던 문화인류학 수업에 필요한 문헌을 두 편 읽었다. 문화인류학 수업답게 학명(學名)도 여럿 등장하고 어휘부터 다르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논문들보다 읽기 까다롭다. 금요일 카페테리아는 비교적 한산했다. 카페테리아의 좋은 점은 커피—자판기 커피는 0.5유로인데 맛이 괜찮다—를 마시면서 오래 머물러도 되고, 공부하는 동안 주변에서 대화하는 소리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이곳 언어에도 노출된다는 점이다. # 어제 밤에 비가 오더니 오늘 역시 아주 맑은 날씨다. 날씨도 푹해서 점심을 먹은 뒤 간단히 산책(flânerie)을 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늦은 오후에 프랑스어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라탕 지역에서 그동안 가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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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의 일기: 밤비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0. 18:11
# 요즘 개설되었거나 리뉴얼된 홈페이지는 괜찮은 편이지만, 종종 프랑스의 인터넷 환경을 보면 말 그대로 ‘내 눈을 의심할’ 때가 있다. 학교메일이나 포털사이트, 은행업무를 볼 때, 도스에서 윈도우로 갓 넘어온 듯한 화면을 접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이 사람들이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감각은 전혀 없는지, 가독성도 떨어지고 활자도 구식이어서 화면 어디서부터 들여다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학제나 과정이 복잡해서 입력값을 넣는 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해서, 꼭 처리해야 하는 절차임에도 접속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 오늘 아침은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책을 읽거나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에 가까워질 수록 사람이 는다는 것을 빼면 가볍게 공부하기 좋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