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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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의 일기: 반짝반짝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 23:45
# 오늘 오전은 돌풍처럼 지나갔다. 화요일 노동경제학 수업은 내 관심사에 가장 부합하지만, 월요일의 빡빡한 시간표를 소화하고 난 뒤 가장 피곤한 상태로 들어가는 수업이기도 하다. 오늘의 주제는 임금불평등으로 이와 관련해서 상당히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지난 학기 관심을 갖고 계속 찾던 주제들을 콕콕 집어서 다뤄서 내심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게 들었다. 과업요구(work demand)와 자율성(autonomy)에 대한 문제도 다뤄졌다. 이 대목에서 TB 교수가 유독 나를 지목해서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먼 아시아에서 온 사람—정확히는 통계자료나 사례연구가 많은 일본은 아니지만 문화가 비슷한 한국 사람의 의견이 듣고 싶다고 했다—으로서 이 이론에 대해서 덧붙이고 싶은 의견이 없는지 물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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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의 일기: 여우비와 별자리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31. 20:15
# 어제보다 바람이 많이 불지만 오늘도 맑은 날씨다. 하늘 위 구름도 빠르게 흩어진다. 도서관 대신 이른 아침 카페로 갔다. 지난 주 배웠던 것들을 복습하고, 이번 주에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되는 수업들의 계획표도 다시 한 점검한다. 이번 주 두 개의 수업이 새로 열리는데, 하나는 게임이론 다른 하나는 문화 변동에 관한 내용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 한 단과대 안에 열린 수업이다. 기본적으로 이곳 수업에서 토론이 많이 요구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읽어야 하는 논문의 양도 점점 늘어간다. 보통 일이 아니겠다 싶다. 카페를 나선 뒤 지난 주 드라이 클리닝을 맡겨둔 세탁소로 향했다. 니트는 완료됐는데 셔츠는 아직 다림질을 안 했으니 오늘 중 나중에 올 수 있겠냐고 한다. 오늘은 오후부터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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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의 일기: 전시 두 편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30. 22:01
# 며칠전 기숙사 엘리베이터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엘리베이터 전광판에 층이 하나씩 틀리게 표기된다. 3층이 2층으로, RC(Rez-de-Chaussée)는 RB(Rez-de-Bas)로 표기되는 식이다. 처음에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반층 올라가야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전광판 고장인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각층 복도마다 층 표기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파리 시민들이 반려동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유심히 관찰하곤 한다. 파리 시내에 치우지 않은 배설물이 많더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서 놀랍지는 않지만, 그밖에 새로이 발견하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로 또 한 가지 놀라는 점은 목줄을 하지 않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인다는 점이다. 주인을 따르는 개더라도 다른 개를 만났을 때는 어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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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의 일기: 불로뉴 숲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9. 21:45
# 내가 한 학기 동안 공부하게 될 이곳 고등사범학교는 크게 두 개의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내가 살고 있기도 한 윔 가(rue d’Ulm)—정확한 발음은 윪 또는 윎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의 팡테옹 캠퍼스는 라탕지구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철학, 문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수업이 주로 열린다. 일부 사회과학 수업—인지과학과 연계된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팡테옹 캠퍼스는 다시 네 개의 건물동으로 구성된다. 차례로 윔 가의 24, 29, 45, 46에 위치한다. 윔 가 45에 있는 건물이 에흐네스 정원이 위치한 조용한—동시에 매우 역동적이기도 한—중심적 건물이다. 14구에 위치한 주흐덩 캠퍼스는 2000년대 이후 들어 조성된 캠퍼스로, 법, 경제학 등 여러 사회과학 분과의 수업들이 열린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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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의 일기: 맥주 한 잔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8. 21:23
# 이른 아침 머신러닝에 관한 방법론 수업이 있었다. 이곳에 와서 방법론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기에는 영 아쉬워서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PK 교수는 나이가 젊어 보이며 카키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강의실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이 나와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수업 후반부로 갈수로 점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질문이 계속해서 나오기는 하지만 방법론 수업의 특성상 다른 강의들과 비교할 때 수업이 처지는 느낌이 있다. 강의 세 시간 동안 쉬는 시간이 두 번 주어졌다. 학생들도 조금 지루해하는 눈치고 교수도 그게 신경쓰이는 눈치다. 공공 재정 수업을 같이 듣는 여학생이 내게 먼저 인사해 왔다. 듣는 인원이 꽤 많은 수업이어서 구면인 수강생이 있는 줄도 몰랐다. 처음으로 통성명을 했고, 나는 5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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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의 일기: 휴식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7. 21:56
# 앞뒤가 맞지 않는 이곳의 행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기록을 남겼고, 그밖에 파리에 와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도시가 고르게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는 차라리 행정부서가 없는 게 낫다고 말해서 과장은 아니다!!) 물론 이는 파리가 비록 20개의 행정구역(Arrondissement)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면적으로 볼 때 서울보다 6분의 1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현상인지도 모른다. 달팽이 모양처럼 생긴 파리의 행정구역 안에서도 외곽으로 갈 수록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외곽이라 해도 16구처럼 알려진 부촌도 있다.) 또 서울만한 면적으로 범위를 넓혀 볼 때, 그러니까 파리의 근교(banlieu)까지 고려한다면 내가 보는 이곳의 도시 환경은 극히 일부에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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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의 일기: 뻬흐 라셰즈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6. 23:57
# 이곳에 도착한 뒤로 잠이 늘었다. 처음 며칠은 시차 적응 때문이었을 것이고, 2주가 지나가는 지금 느끼는 피로는 아마도 긴장감 때문인 것 같다. 수업에 들어갔을 때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을 때, 행정절차가 뭔가 잘못 되었구나, 하고 아차 하는 때가 있다. 이런 문제들은 꼭 잊지 않고 염두에 두고 있다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 오전부터 점심까지는 카페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책을 챙겨오길 잘했다 싶다.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여전히 만족스러운 식단이다—도서관에서 조금 더 책을 읽다가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 전에는 잠시 출력물을 인쇄하는 방법을 확인했다. 역시나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그리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쇄물을 출력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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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의 일기: 휴강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5. 20:18
# 오늘 아침은 노동경제학 수업이 있다. 어제 장시간 수업을 들었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화요일 수업 중 일부를 조정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오전 수업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에 관한 주제가 다뤄졌다. 차별의 기준은 성별이 될 수도 있고, 인종, 학력이 될 수도 있다. 노동시장에서 이뤄지는 차별에 어떤 유형이 있는지 살펴본 다음 각각의 측정방식에 대해서 배웠다. 중간에는 자신이 얼마나 성별에 관한 스테레오타이핑을 가지고 있는지를 측적하는 간단한 실험이 있었다. 지원자 한 명이 나와서 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성별과 그에 걸맞는 경력을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지원자(프랑스 출신의 어린 남자 대학생이었다)는 ‘남:녀=직장:가정’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다소 지닌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