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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의 일기: 사람사람들(les gens)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1. 17:23
# 오후 결정이론 수업이 끝나고 센 강변을 쭉 걸었다. 파리대학에서 수업이 있는 수요일이면 수업이 끝나고 산책 겸 루브르 방면으로 쭉 걸어나갔던 기억이 많다. 오늘은 파리에 온 이후로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이제 센 강변을 따라 루브르까지 걸을 일도 몇 번 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운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그런 미련 같은 건 잘 모르겠다. 나를 시험해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다 해보려고 했던 이곳. 언젠가 지난 기억도 모양을 달리 할 때가 오겠지만, 문득 내게 이곳은 영영 머나먼 타국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지난 주 몸 상태가 최악인 상태로 수업에 들어와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는데, 결정이론에서 오늘 새로 다루기 시작한 주제는 일단 이해하기에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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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의 일기: 말말말(言)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0. 18:26
# 이곳에 온 뒤로 내가 완고한 사람이란 걸 깨닫는 순간들이 많다. 평소 나 자신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새로운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 왔음에도 이곳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서 놀랄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 높던 장벽이 많이 낮아진 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인사를 나누는 아주 짧은 순간에도 여전히 나라는 사람의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두려는 노력이 섞여든다. # 이곳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듯이 참 다양한 종류의 억양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내가 주로 쓰는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인데, 먼저 영어의 경우 내가 들어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경우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 중 독일, 북유럽에서 온 친구들이 영어를 쓸 때인 것 같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은 영어를 왜 잘하는지 는 모르겠지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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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의 일기: 네 뜻대로 하세요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0. 01:45
# 학기 초 간신히 개통했던 교내 와이파이가 먹통이 된지도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는 노트북을 쓰기 위해 핫스팟을 쓰는 데 익숙해져서 교내 와이파이 사용은 그냥 포기했다. 교내 와이파이를 쓰려면 사실상 기능 차이가 없는 계정을 두 개를 생성해야 하는데, 계정 하나는 다른 계정에 접근하기 위한 형식상의 계정이다. 하나의 교내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복수의 계정을 만들다보니 저희들끼리 알 수 없는 이유로 충돌하는 경우도 생긴다. 초기 계정을 만들기 위해 접속했던 화면은 DOS 초창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그다지 오래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UI였었다. 필요한 걸 죄다 생략하는 것보다야 조금 복잡한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는데, 당시 문의를 주고 받았던 담당부서 직원—담당자도 물어물어 가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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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의 일기: 포케(Poké)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8. 19:51
# 일요일 아침 공부를 마친 뒤 점심을 사러 가다가 몽주 광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인 오늘이 이곳에서는 전승기념일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일요일에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문을 연 곳이 더 줄어든 느낌이었다. 몽주 광장의 일요일 시장도 오늘은 열리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일요일이면 늘 찾아오던 가게들과 장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포케(Poké)를 사들고 되돌아 오는 길에 당장 장볼 거리가 없음에도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소고기가 들어간 갈레트(5유로) 하나와 배 주스(2.8유로) 하나를 샀다. 요즘 먹쇠가 들었는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서 미리 요기할 거리(petite faim)를 샀다. # 파리에는 포케 가게가 참 많은데 사실 이전까지 포케를 먹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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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의 일기: 오페라(Opéra Garnier)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7. 18:44
# 오전을 공부에 시간을 쏟고 오후에는 오페라 가르니에를 다녀왔다. 그 동안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가급적 행사에 ‘안’ 참여했었다. 학기 초 행정지옥 속에서 학교측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겠다고 판단한 뒤로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회피해 왔다. 하지만 오페라 가르니에는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던 데다, 2만 원이 넘는 입장료를 학교 측에서 지불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해서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파리의 거의 모든 박물관들이 그러하듯 학생할인 적용이 만 26세 이하까지 적용되는데, 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서 프로그램 신청을 하면서도 일단은 참여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학교 측에서도 신청자의 연령을 기입하라고 되어 있기도 했었고. 그랬던 게 몇 주 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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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의 일기: 마르모탕 모네(Marmottan Monet)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6. 19:33
# 이른 아침 고동색 10호선을 타고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다녀왔다. 파리 서부로 갈 때마다 6호선을 많이 이용했던 것 같은데, 10호선을 타고 파리 서부로 나가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메트로를 타고 가다가 학교에서 매우 가까운 클루니 에 소르본(Cluny et Sorbonne) 역이 예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보통 내가 이용하는 메트로 노선은 알짜배기 7호선 뿐이니 다른 노선은 잘 알지 못한다. 메트로를 타러 가는 길에 문화인류학 수업의 조교 L을 마주쳤는데 어색하게 인사했다. #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는데, 시험공부 생각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조금 서둘러 다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모네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라는 작품은 지금 덴마트의 스카겐 미술관(Skagens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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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의 일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5. 23:25
# 팡테옹,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파리에 머물면서 아직 가보지 않은 곳들이다. 파리에 있으면서 파리 바깥을 포함해 여기저기 많이 쏘다니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 근거지는 기숙사와 코앞의 학교다. 다시 학업 모드로 되돌아간 이후,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는 게 답답하다 싶으면 요즘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가곤 한다. 이마저도 최근 생미셸 거리 일대가 관광객으로 너무 붐비는 데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지경이어서, 책방이 문을 닫기 직전 사람이 그나마 적은 한 시간 정도를 이용해 둘러보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냥 딱히 찾는 책이 없어도 서점 가는 걸 좋아했는데, 여기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가는 것도 그냥 기분전환을 하기 위함이다. 지베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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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의 일기: 인생의 회전목마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4. 19:18
# 대부분의 시간 시험이나 과제 준비에 쏟은 하루. 오늘은 혼자서 점심을 먹고 있는 J를 발견하고 앞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J가 영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그녀가 영어를 잘하기도 하고 교환학생 신분으로 이곳에 와 있다는 점 때문에 그녀가 프랑스인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심지어 파리 출신이라고 했다. 그녀의 영어를 들어보면 영어로 소통을 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데, 내가 이곳에 와서 프랑스어를 쓸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얼마전 알고서는, 내 프랑스어가 부족함에도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천천히 대화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파리에서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동안 내가 종종 느끼는 갑갑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