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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의 일기: 백지(白紙)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0. 19:16
아침부터 밤까지 도서관에 있는 일과였다. 마지막 과제는 매일 들여다봐도 매번 백지에서 출발하는 기분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이어붙이는 게 쉽지가 않다. 프랑스에 온 뒤로도 종종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5개월 남짓이나마 지금까지도 연락이 닿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관계를 오래 이어갈 사람들이라는 걸 실감한다. 이 관계 안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었나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끝까지 남을 인연이 아닌 관계들도 있다. 오늘은 그런 관계를 발견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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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일상/book 2022. 5. 30. 05:25
“……그네들의 종교는 신비라기보다 실질이오. 일찍이 우리 신라 중들이 당나라 불교계를 주름잡았던 일은 오늘 이 시점에서도 납득될 수 있는 일 아니겠소? 그들에게는 신비하거나 황당무계한 것에도 육신의 활동이 따르는 법이오. 중들이 무예를 익히는 것 소위 도술이지요. 살생계를 범하고 드는 게지요. 우리 조선 중, 의상이나 원효에게서 피비린내를 생각할 수 있겠소? 종교의 본질로 봐서는 우리 쪽이 깊다면 깊은 거지요. 우리 조선에선 유교만 해도 그렇지요. 학문으로서만 높이 올라갔고 실생활에서는 도통 쓸모가 없었어요. 그야 실학을 도외시하고 예학만을 숭상하였으니 일반 백성들에겐 조상의 묘 지키는 것과 선영봉사 하는 것 이외 가르친 것이 없구요. 충절까지도 선비들이 독점하였으니, 동학은 또 어떠한가 하면은 천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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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의 일기: 소르본(Sorbonn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0. 00:10
# 최근 들어 이런저런 연휴가 끼어 도서관도 나흘 휴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이 365일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이곳에서는 일요일에 교내 도서관뿐 아니라 모든 공립도서관도 문을 닫는다. 교내 도서관은 평일에도 저녁 여덟 시까지만 운영한다. 쉼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잘 모른 채 살아가는 한국에서와 달리, 아예 쉼표를 확실하게 찍어두는 이곳 문화는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그냥 다 같이 한 박자 쉬고 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주말에도 도서관에 대한 수요가 꽤 있는 모양인지, 토일요일 스타벅스나 프레타멍제 같은 곳에서는 노트북을 들고 나온 학생들로 가득하다. 이곳도 학기말은 학기말인 것이다. 나도 오늘은 소르본 앞 프레타멍제에 노트북을 들고나가 과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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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의 일기: TF1 그리고 France 4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8. 16:56
# 아미앵을 다녀왔다. 이전부터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도시 중 한 곳으로, 매번 열차표만 조회를 하다가 마음먹고 반나절 정도 시간을 들여 다녀오기로 했다. 아미앵은 피카르디(Picardie)라는 레지옹(Région)에 속하고, 피카르디는 다시 오드프랑스(Hauts-de-France)에 속한다. 칼레를 포함해 오드프랑스를 오가는 열차는 파리 북역에서 발착한다. 아침 뤽상부르 역에서 RER B 노선을 타고 세 정거장 지나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북역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역의 규모가 커서 다시 와도 길을 찾는 데 헤맸다. 파리에서 한 시간 걸려 아미앵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 반경이었다. 역에 내려서 처음 느끼는 건 춥다는 것이었다. 아미앵 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페레 타워(Tou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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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의 일기: 두 번째 인간혐오자(Le Misanthrop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7. 19:14
# 점심 직전 PLS 국제처와 예정된 약속(RDV)에 다녀왔다. 진전이 없는 사회보장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 조언을 받기 위함이다. 오늘 방문 이후로 이곳 행정에 더 이상 발을 담그지 않겠다 생각하고 사무실에 들렀다. 6구 마자린 가(R Mazarine)에 위치한 PSL 국제처는 건물 입구로 들어간 다음 작은 정원을 통과하게끔 되어 있다. 오늘 예정된 30분간의 약속에서 나를 도와줄 스태프는 BB라는 프랑스 남자였다. 결과적으로 귀국을 앞둔 상황상 사회보장 가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였고, 그럼에도 반려된 서류가 재검토될 수 있도록 서류를 재구비해주었다. 일단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임시번호라도 발급을 받는 걸 목적으로 했다. 만약의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니 임시번호 발급이라도 받아보자는 상황이 앞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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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의 일기: 날씨 흐림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7. 00:09
# 며칠째 날씨가 흐리다. 한낮에는 날씨가 갤 것 같다가 밤이 가까워지면 다시 흐려진다. 오늘 아침도 무척 흐린 날씨다. 게다가 늦잠까지 잤다. 눈을 떠보니 아침 열 시 반이어서 깜짝 놀랐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책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오늘은 승천일(Ascension), 그러니까 공휴일이다. 프랑스의 공휴일을 잘 모르다보니 이번 주 도서관에 게시된 휴관 안내를 보고서야 목금 공휴일이 껴 있다는 걸 알았다. 목요일이 승천일이고 금요일은 ‘Pont d’ascension’이라 해서 말 그대로 징검다리(pont) 휴일이다. 한창 시험 공부를 하다가 이번 주 공휴일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날 밥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었다. 학생식당에도 목금요일 배식 안내는 빠져 있는 걸 보니 학교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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