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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의 일기: 부활절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8. 18:54
# 이번주는 부활절 주간이다. 간밤에는 이따금씩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월요일인 오늘도 연휴인 곳들이 많아 도시 전체가 조용한 편이다. 그래도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대부분을 문을 열어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다 몰린 모양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학교를 갔다. 오늘은 도서관도 휴관이고 카페테리아에도 사람이 없었다. 카페테리아에서 공부를 하다가 바로 옆 식당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뒤늦게 봤다. 부활절 주간에 해당하는 지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국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60~70명 되는 사람들이 두 명씩 짝을 이루어 바둑을 두는데, 몰입하는 정도로 봐서는 내가 학교에 오기도 꽤 전부터 대국이 시작된 것 같다. 연휴 이른 아침에 바둑을 즐기는 수십명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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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의 일기: 건축기행—파리 동부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7. 22:22
# 몸살 기운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아침에 하던 공부를 길게 하지 못하고 잠시 쉬었다. 기숙사에 누워서 쉬다가—여전히 창문 밖 날씨는 너무나도 좋았다—아무래도 더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아 밖으로 나섰다. 햇볕도 쬘 겸 가볍게 산책을 할 생각이었다. 이전에 파리에서 둘러볼 만한 현대 건축들을 저장해두었는데, 오늘은 팡테옹 지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13구로 나가보기로 했다. 27번 버스를 코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마히즈 바스티에(Maryse Bastié) 역으로 나갔다. # 가장 먼저 찾은 건 듀오 타워(Tours DUO)다. 장 누벨(Jean Nouvel)에 의해 설계된 이 건축물은 학교를 빠져나와 클로드 베흐나흐 가(R Claude Bernard)를 오갈 때마다 항상 시선을 사로잡던 건물이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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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의 일기: 게임의 규칙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6. 18:28
# 오늘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과제를 했다. 짧은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공부할 것들이 쌓여 있다. 푸아티에를 끝으로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몸살 기운이 심해서, 먹는 거라도 잘 챙겨 먹을 겸 낮에는 학교 근처의 한식집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학교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한식집이 있는 줄은 지금껏 몰랐다. 비빔밥 한 그릇이 18유로—우리나라 금액으로 2만 3천원 정도—여서 자주 올 것 같진 않지만, 가게를 나오면 학교 건물 일부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가게가 있었다. 플레이팅, 서비스 이런 것들 모두 제외하고 밥값이 덜 들었으면 좋겠다 싶다.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 저녁에 결정 이론 과제를 마무리 짓고 르 셩포에서 장 르누아르의 을 봤다. 사실 요즈음 날씨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낮에 이런저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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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의 일기: 감기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4. 19:37
# 아침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학교 보건소를 찾아갔다. 아무래도 감기기운이 심하게 든 것 같았다. 푸아티에에서 빗길에 우산도 쓰지 않고 돌아다닌 데다가, 간밤에 깜박 잠이 들었는데 환기한답시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게 그대로 아침까지 잠든 게 화근이었다. 사회 보험에 들어있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지만—사회 보험 발급을 늦게 신청한 데다 시간이 걸릴 거 것 같다—일단 보건소를 가서 뭐라도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싶었다. 예상은 했지만 먼저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였다. 보건소 직원들이 최대한 친절하게 도와주었는데, 상주하는 의사는 없고 약이 필요하다면 학교와 연계된 병원에 가서 진찰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영어로 질문을 했다가 나중에는 결국 프랑스어로 이야기가 끝났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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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의 일기: 노을(le coucher du soleil)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3. 17:19
# 비접촉(sans contact) 방식이 아닌 삽입 방식으로 카드 결제를 하면 더 영수증에 서명을 요구하는 것 같다. 저번에 S와 밥을 먹고 S는 비접촉 방식으로 결제하는데 서명을 요구하지 않고, 나는 삽입 방식으로 결제하니 서명을 요구한다. 굳이 프랑스 현지 체크카드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은행계좌도 터놨고 카드도 수령해 놓은 상태여서 카드를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RIB(relevé d'identité bancaire)를 봐도 네 자리 비밀번호가 보이지 않아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하러 학교 앞 소시에테 제네랄을 찾았다. 직원 왈 우편을 두 개를 받아야 한단다. 하나는 카드가 동봉되어 있고, 다른 하나에 비밀번호가 적힌 문서가 온다는 것. 내가 받은 편지는 카드가 담긴 한 통뿐이었다. 그 편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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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의 일기: 비엔느(Vienne)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2. 16:54
# 내가 투르에서 2박을 한 ‘The People’은 프랑스에서는 처음보는 기업형 호스텔이다. 2~6층까지를 객실을 쓰고 있고, 1층은 공용주방과 휴식공간, 0층은 리셉션, -1층은 레스토랑과 정원으로 되어 있다. 루트 중앙역까지 걸어서 10분이 조금 넘게 걸리기 때문에 위치가 좋다고는 할 수 없음에도 객실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리셉션을 지키는 젊은이들은 매우 밝고 그 중 한 명은 간단한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간밤에 객실의 창문을 열어 놓고 0층의 공용공간에 내려와 이런저런 글을 쓰고 방으로 올라가니 작은 날벌레들이 전등 아래에 모여들었다. 내가 머물렀던 곳은 6층인데 바로 옆에 가로수가 있었다. 아마도 나무에서 옮겨온 잔벌레인 모양이다. 리셉션으로 내려가 벌레를 처치할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