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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모먼트(Apartmoment)주제 있는 글/Théâtre。 2024. 6. 28. 13:26
모처럼 연극을 봤다. 군대동기이기도 한 J는 예대를 나와 일찍이 공연계에 몸을 담고 있다. 하루는 그런 J의 소개로 연희동의 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사건들로 업무를 하는 오후 내내 골머리를 앓고 기분마저 사나운 날이었다. 서둘러 퇴근했건만, 연희동행 버스를 코앞에서 간발의 차로 놓치고 택시를 한 대 잡았다. 사실 나는 국내에서 창작되는 연극을 본 적이 많지 않다. 아니,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 해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연극조차도 해외 초청 연극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 것’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나의 고루한 악취미를 뉘우치게 된다. 이머시브 공연을 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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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시간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4. 6. 19. 11:37
출장중 남기는 일기. 나는 지금 부산 해운대에 와 있다. 불과 반년이 안된 사이 이뤄진 두 번째 부산 방문. 지난번 당일치기로 부산을 찾았을 때는 도시구경을 엄두낼 수 없었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다행히도 다른 지역을 같이 둘러보는 긴 일정으로 오게 되면서 바다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부산은 여행으로도 업무로도 여러 차례 와서 이제는 몇 번 왔었는지 헤아리기도 어렵지만, 매번 보는 부산의 풍경은 그때마다 달라져 있고 해운대는 그 변화가 더 극적이다. 경쟁하듯이 올라가는 마천루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각국의 외국인들. 거리에 거대하게 들어선 고급상점들을 보면서 기시감과 함께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 도시가 어떻게 새롭게 비칠지 궁금하다. 내 일상에는 많은 변화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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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일상/book 2024. 6. 10. 21:25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를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양 집단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양 집단이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뜻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양 집단 구성원이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는 평등한 또는 동일한 처우(treatment)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한 원리는 단지 평등하게 배려하길 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평등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그들을 서로 다르게 처우하며, 그들이 서로 다른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p.29 좋든 싫든, 우리는 인간들이 서로 다른 체형과 몸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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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fin de vie)주제 있는 글/<Portada> 2024. 6. 7. 17:37
Fin de vie : une loi de « rupture » après plus de quarante ans de débatsLes députés ont commencé lundi l’examen du projet de loi relatif à l’accompagnement des malades et de la fin de vie. Ce texte, le quatrième sur le sujet en vingt-cinq ans, instaure pour la première fois une aide à mourir.삶의 마지막: 40년간 이어져온 논쟁에 따른 파열(rupture)의 법안 (일부 발췌)의회에서 환자부양과 임종에 관한 법안 발의를 시작할 예정Par Béatrice JérômePubli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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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니타스일상/book 2024. 6. 4. 07:50
베유가 전제하는 것은 ‘주체’와 ‘권리’ 사이에 성립되는 무분별한 관계의 단절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권리의 직접적인 주체가 아니며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반대로 인간은 의무의 주체다. 그리고 이 의무는 오로지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객관적인 차원의 권리로 변한다. —p.45 일찍이 니체가 주목했던 것처럼, 법적 면역화는 두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가 충족될 때에만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첫째, 공통적인 것의 분배가 ‘권력의 실질적인 균형’을 토대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둘째, 다른 모두에게 불평등한 교환을 강요할 수 있을 만큼 현격한 우위를 점하는 권력이 실재할 때 가능해진다. —p.49 1) 시작 단계에서는 법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없는 폭력적인 행위가 항상 법적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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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해찰주제 없는 글/印 2024. 6. 3. 11:50
빨간 날짜가 많은 5월, 하루 더 휴가를 보태어 푹 쉬기로 했다. 이런 때 어디 길게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여행 준비를 위해 떨어야 하는 부지런함마저 부담스런 요즈음이다. 사실 5월에 장기휴가를 써서 가족휴가를 가려고 작년부터 계획을 해오긴 했었다. 해가 바뀌면서 생각지 않은 새로운 업무들이 할당되었고, 나름대로 그 업무에 몰입하게 되어 자연스레 휴가 계획을 접게 되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편히 쉬는 것보다 일하는 편이 낫다.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도 무념무상으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독서라든가, 어학공부라든가 꼭 무언가를 한다. 물론 그런 것들은 일이라기보다는 휴식으로 여겨져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휴식이라고 하기에는 적잖이 집중과 끈기를 요하는 일이니, 워라밸이 강조되는 요즈음이라지만 직장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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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Água viva)일상/book 2024. 5. 30. 17:31
나는 갑작스러운 순간들을 눌러 고정시킨다. 스스로의 죽음을 품고 있는 순간들, 탄생을 품고 있는 다른 순간들―나는 변태(變態)하는 순간들을 고정시킨다. 그것들이 죽는 동시에 탄생하며 이어지는 모습 속에는 끔찍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p.18 당신이 나에 대해 알게 될 것은 그림자, 과녁에 명중한 화살의 그림자다. 화살은 내게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나는 아무런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 그림자를 헛되이 움켜쥘 것이다. 나는 나 자신과 당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이것은 죽음에 이르는 나의 자유다.—p.23 영원: 시작된 적이 없는 모든 것을 위한 말이다. 나의 이 작은, 너무도 한정된 머리는 시작되지도 않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