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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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하회마을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16. 22:03
비내리는 하회마을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두 번째 하회마을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지난 번 여행에서 들르지 못한 부용대를 들렀다는 것이다. 지난 번 뚜벅이 여행을 할 때에는 호우로 인해 배다리가 유실되어 부용대 쪽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배다리는 없었지만, 그 대신 차가 있었기 때문에 하회마을을 빠져나와 부용대에 자리한 화천서원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회마을에 두 번째로 왔다고 해서 새로이 볼 게 없던 건 아니었다. 일단은 안동시 전체가 비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축제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하회마을에서도 소소한 놀이거리가 제공되고 있었다. 나와 히데는 마을 안에 마련된 공간에서 붓글씨를 써보기도 하고 절구를 찧어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서예를 할 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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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월송정(越松亭)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13. 05:15
만휴정에 이어 내가 향한 곳은 다른 곳도 아닌 월송정(越松亭)이다. 월송정에 대해서는 많은 부연이 필요하지 않다. 싱그러운 소나무와 바다가 있는 곳. 그리고 그 완충지대에 봉긋 솟아오른 둔덕, 둔덕의 곡선을 어지럽히는 첨예한 정자. 비가 내리는 월송정을 가보고 싶었고 나는 당진영덕고속도로를 달려 그곳에 도착했다. 불과 5개월 전쯤 이곳을 찾았기 때문에 기억 속 낯익은 진입로와 주차장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사철 푸른 소나무가 펼쳐진 이곳의 풍경이 겨울과 크게 달라졌을 건 없다. 겨울에도 그랬듯이 이곳의 금강송들은 싱그러운 붉은 몸통 위로 진녹의 침엽을 하늘로 뻗어올리고 있었다. 먹구름을 떠받치는 덩치 큰 소나무들을 올려다보면 좀전까지 진녹의 빛깔을 띄었던 잎사귀들은 이내 빛을 등진 시커먼 응달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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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안동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10. 20:44
안동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내내 비가 내렸다. 터널 하나를 통과하면 빗줄기가 약해졌다가, 다른 터널을 통과하면 빗줄기가 굵어지곤 했다. 터널 하나를 지나면서 과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다음 터널을 지나면 아무래도 이번 여행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번갈아 들곤 했다. 국내에서도 아직 가보지 않은 지역이 많기 때문에 한번 간 적이 있는 여행지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안동을 다시 찾게 된 건 그냥 이전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20년도 장마철 5일간 머무르면서 들렀던 카페, 보았던 풍경들이 모두 좋았다. 빗길을 운전하면서도 날씨와 상관 없이 안동에 잘 쉬었다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최근 경상남도 지역에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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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다음 행선지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9. 12. 20:01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안동 여행에 관한 기록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영주역에서 안동역으로 온 이후 나는 곧장 안동 신시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오갈 때 시장골목을 겉으로만 봤었는데, 실제 시장에 이르니 휴무일인가 싶을 정도로 골목이 한산했다. 정확하게는 신시장에 인접한 청년몰이라는 곳인데, 전주에 있던 청년몰과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소규모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공간인 모양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찾은 곳은 치킨을 파는 곳. 간단히 강정이라도 먹고 요기를 하려고 했다. 안동 시내에 있는 유일한 비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라 매장이 크지 않았고, 그마저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협소했다. 가게 주인도 방문객을 보고 놀란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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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부석사(浮石寺)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9. 9. 13:13
버스에서 내린 종점 회차지에서부터 부석사의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은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유원지 같은 느낌이었다. 주차자에는 차가 거의 없고 식당들은 모조리 문을 닫았다. 그나마 부석사를 찾은 몇몇 방문객만이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갈곳을 헤매는 행락객 같기도 하다. 코로나에 이례적으로 긴 장마까지 가세해 원래 움직이던 모든 것들을 멈추게 만들었다. 정지화면을 보는 것 같은 이때의 광경은 이날 저녁에 찾은 청년몰(안동의 신시장 일부)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주문을 통과해 조금 더 걸으면 예의 당간지주가 나온다. 소수서원에 남아 있던 당간지주가 옛 사찰의 흔적을 증언했듯이, 천왕문을 앞두고 대칭형의 당간지주가 왼편의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살짝 모습을 숨기고 있다. 대단한 기계도 없던 시절에 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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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봉황이 머무른 자리(鳳停寺)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25. 00:20
셋째날의 일기를 무려 네 개로 쪼개서 썼더니, 넷째날의 일기는 하나의 포스팅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많은 이동이 있었던 날도 아니다. 첫째날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둘째날에는 청송 주왕산, 셋째날에는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을 지나왔다. 다해서 6일을 체류했던 안동 여행에서 둘째날부터 산행을 했던 게 조금 무리였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안동에서의 여행 4일차는 전날 예상했던 대로 날씨 상황이 전날보다 좋지 않았고, 이날 하루는 쉼표를 찍기로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마다 들렀던 카페를 찾았는데 화요일은 문을 닫는 날이었다. 마침 안동의 유명 제과점인 맘모스 제과를 가보지 않았던 터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이날 오전은 맘모스 제과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베이커리이다 보니 문 여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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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마을 바깥길로부터(하회남촌길을 따라)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7. 22:49
달팽이집 모양으로 동선을 그리며 하회마을을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바깥길부터 마을의 중앙부인 삼산당신목이 있는 위치까지 골목골목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았다. 부용대가 바라다보이는 지점에서부터 만송정을 쭉 따라 콤파스로 원을 그리듯 하회강변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빙 돌았으니, 길은 이제 자연히 하회마을의 동편에 얼기설기 뻗어 있는 하회남촌길로 이어진다. 짚으로 이엉을 얹어 놓은 아담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니 고택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양오당 고택이다. 하회마을은 잘 알려진 집성촌이기도 한데, 이곳에는 풍산 류씨가 많이 모여 살고 있다. 풍산은 안동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지명(地名)이다. 양오당 고택은 대문에 따로 문간을 두지 않고 탁 터놓아 시야에 시원하게 담기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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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부용대(芙蓉臺) 쪽으로여행/2020 장마 안동 2020. 8. 11. 13:45
낙동강(洛東江) 안 도 현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 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木船)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銀魚)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 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