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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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일상/book 2020. 8. 15. 23:30
우리는 유전자와 게놈의 개념을 뭉뚱그려 사용한다. 엄밀하게 말해 게놈을 유전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인간의 게놈은 33억 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극히 일부를 유전자라고 한다. 게놈 중 약 2퍼센트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데 관여한다. 쉽게 말해 유전자는 우리 인체의 구성요소인 약 30조 개 세포의 계획도인 셈이다. 놀랍게도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수는 약 1만 9,000개밖에 안 된다. 반면 단세포 미생물인 아메바는 약 3만 개의 유전자를, 유럽소나무는 5만 개가 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런데 생물의 복잡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유전자의 개수가 아니다. 세포핵이 있는 생물인 경우 한 개의 유전자가 다양한 구성요소로 조합될 수 있다. 이 유전자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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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타임일상/coffee 2020. 8. 9. 13:10
# 친구녀석 일하는 데 가서 밥 얻어먹고 커피까지 얻어먹은 날 # 동묘앞역 환승통로에는 종종 더덕냄새가 난다. 보따리를 늘어놓고 부지런히 더덕을 손질하며 행상하는 할머니들. 6호선 환승통로가 새로 지어지던 십수 년 전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열차를 놓칠까봐 급하게 걸어가는데 스카프에 가려진 할머니의 두꺼운 주름이 시야에 들어오더니 가시처럼 마음에 박혔다. 잠깐 마음이 아팠고, 그럼에도 쉼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 자신에게 얄팍한 위선 같은 걸 느꼈다. 한창 걷다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돌부리에 채인 기분이었다. # 중국산 하늘소가 나무 속을 갉아먹어 죽어나는 국산 나무가 많다고 한다. 얼마전 하늘소를 보며 자연이 회복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던 게 씁쓸하게 여겨졌다. 무언가에게 해로운 생명체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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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일상/music 2020. 8. 9. 08:56
私を降ろした後 角をまがるまで 見送ると나를 내려준 뒤 모퉁이를 돌 때까지 배웅하면いつもブレーキランプ5回点滅언제나 브레이크등 5번 깜박이기ア・イ・シ・テ・ル のサイン사랑해라는 시그널 きっと何年たっても こうしてかわらぬ気持ちで꼭 몇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過ごしてゆけるのね あなたとだから보낼 수 있겠지, 너와 함께니까ずっと心に描く 未来予想図は줄곧 마음으로 그리는 미래예상도는ほら 思ったとうりに かなえられてく이것 봐, 생각한 대로 이뤄져-未来予想図 II 아무래도 요새 나오는 노래들은 한철 소비되고 나면 금세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곡들이 많아서인지, 한동안 흥얼거리다가도 결국은 오래된 노래를 찾게 된다. 요즘 레트로의 흐름을 타고 한창 쿨의 노래를 찾아듣다가, 얼마전 카페에서 우연히 재즈풍의 일본가요가 흘러나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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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Le rayon vert)일상/film 2020. 8. 6. 03:05
Vous parlez de montrer des choses ...당신은 사물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말하죠.. Je ne sais pas, je n'ai rien. Les choses ne sont pas évidentes pour moi. Je ne suis pas normal, comme toi.저는 모르겠어요, 가진 것도 없구요. 모든 것이 제게는 명료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만큼 평범하지 않아요. Quand je fais un effort, j'essaye d'écouter, de parler aux gens. J'écoute, je regarde ce qui se passe.노력을 하죠,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얘기도 하구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고 보기도 해요. Si les gens ne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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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벼운 여행(Resa med lätt bagage)일상/book 2020. 8. 3. 00:09
배가 드디어 잔교를 빠져나갈 때 나의 마음에 밀려오는 안도감을 묘사할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그때다. 아니 불러도 소용없을 만큼 배가 부두에서 멀리 떨어진 다음에…… 아무도 내 주소를 물어볼 수도, 무슨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고 소리를 칠 수도 없을 때……. 사실 여러분은 내가 느끼는 어지러울 정도의 해방감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외투의 단추를 풀고 담배 파이프를 꺼냈지만, 손이 떨려서 불을 붙일 수가 없었다. 어쨌건 나는 파이프를 잇새에 물었다. 파이프는 주변 환경과 나 사이에 나름의 거리를 만들어 준다. 나는 이물 앞으로 나아갔고, 도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둘도 없이 최고로 마음 편한 관광객처럼 난간에 기대어 섰다. 맑은 하늘의 작은 구름들은 장난스럽고 기분 좋게 무질서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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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Time일상/coffee 2020. 7. 23. 00:05
라는 카테고리가 커피라는 공통분모 외에는 딱히 일관된 주제나 테마가 있는 카테고리는 아니다. 처럼 머릿속에 엉킨 생각들을 정돈하는 정도의 공간이기 때문에 따로 태깅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기록을 남기는 리듬을 유지해 오고 있었는데, 7월 들어서는 아무래도 이 카테고리에 이번 달의 기록을 남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카페야 수시로 다녀도, 독서를 하거나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노트북으로 자질구레한 문서 작업을 할 뿐이지, 딱히 기록을 따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의미 있는 만남이나 순간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런 상태로 시간을 보낼 것 같았다.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앞둔 시점에서 몇몇 만남이 있기는 있었다. 시간 순서상으로 가장 먼저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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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 거리(شارع حيفا)일상/film 2020. 7. 22. 19:18
하이파(Haifa)는 이스라엘을 여행할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다. 레고 모양의 살구색 건물들과 에메랄드빛 지중해. 그래서 아홉 번째를 맞이하는 아랍영화제에서 를 예매할 때, 가장 먼저 이스라엘 여행을 떠올렸다. 여하간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영화를 고르다보니 영화의 상세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갔다. 아랍권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매우 진귀한 기회라 어떤 영화든 크게 상관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이라크 영화로 바그다드의 하이파 거리라는 곳에서 벌어졌던 2006년 이라크 내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동문제를 떠올려볼 때, 아랍영화제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유쾌하고 밝은 영화보다 어둡고 비참한 영화가 많은 편이다. 이스라엘의 항구도시 하이파의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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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깟디마(al-Muqaddimah)일상/book 2020. 7. 16. 00:07
4월부터 끌어왔던 독서이고 근래에 와서는 이 책을 아예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읽은 부분까지라도 갈무리를 해둬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완역판이라고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아랍어로 된 수많은 인명(人名)과 지명(地名) 그리고 인용문들을 옮기는 것부터 굉장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 완역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까치'에서 출간한 동명의 책 『역사서설』―아랍어로 '무깟디마(al-Muqaddimah)'가 된다―보다 분량이 훨씬 많고 두껍다. 오늘날 통상 헤게모니(Hegemony)라고 하는 개념을 '아싸비야'라는 표현을 통해 어렴풋하게 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더불어 이슬람 문명이 발흥했던 지리적인 환경이 드넓은 사막을 아우르고 있다보니, 유목문명과 도시문명을 대조하고 분석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