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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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에서 본 세계사일상/book 2019. 11. 29. 00:44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는 출판사 에서 나온 신간인 줄 알았다. 표지에 실린 삽화나 겉면의 재질이 꼭 책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시선을 잡아끈 또 하나의 요인은 '인도양'이라는 키워드인데, 해양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더러 있지만 태평양, 대서양도 아닌 인도양을 다루는 책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저자 산지브 산얄은 역사도 아닌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고, 옥스퍼드에서 수학(修學)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현재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인도양이라는 글로벌한 지역을 묶어내기에는 다소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을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다. 어쨌든 이 진분홍 색깔의 책을 집어들고 구매를 결정하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소 예상했던 대로 인도에 대해 자부심 섞인 저자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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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Une vie)일상/book 2019. 11. 25. 22:14
연남동에는 번화가로부터 아주 살짝 빗겨난 골목에 이라는 카페가 있다. 하루는 일이 끝나고 머리도 식힐겸 홍대 일대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며 군상(群像)을 바라보다—나의 주특기다=_=—바로 이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 메뉴보다도 밀크티가 간판인 집이어서 유리용기에 담긴 밀크티 한 잔을 먹었었는데, 정작 이 카페에서 읽었던 책이 카프카의 단편집이었다. 이 카페는 어쩌다 모파상을 모티브로 이름을 짓게 되었을까 떠올려보다가 내가 모파상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보기만 했지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곧장 인터넷으로 이 책을 주문했다!! 막상 이 책을 집어들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손에 쥐어지고 나니 소설답게 술술 읽힌다. 원제 《Une vie》. 삶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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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늑대 : 바이킹의 역사일상/book 2019. 11. 19. 22:53
역사책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쓸 법한 교과서적인 책을 찾아 읽어보는 편이라, 내 방 구석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내가 이런 책도 샀었나? 하고 의문을 가졌던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하간 북유럽 역사와 관련해서는 딱 읽어보고 싶다는 책이 없었다가 (북유럽 신화에 관한 책이나 북유럽식 행복추구에 대한 책은 많다) 가볍게 읽을 겸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 있게 읽었다. 유럽의 중세에는 무슨 종족이 그리도 많이 등장하는지 모르겠는데 (제대로 된 국가도 형성하지 못한 고트족, 반달족, 켈트족 등등등) 지도도 얼마나 복잡한지 모른다. 정략적인 혼인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유럽국가에 사는 청소년들은 자국의 역사를 배울 때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바이킹족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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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I일상/book 2019. 11. 18. 23:08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을 지닌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작품에서 발견한 이름, 로베르토 무질(Robert Musil). 언뜻 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마련한 어느 강좌에서 강사가 책 읽는 나를 발견하고 어떤 책인지 호기심을 보였을 때 그리 민망했었나보다. 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는 꽤 철학적으로도 들리는데 말이다. 국내에서는 독일문학에 비해 (정작 독일어를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문학에 대해 매우 빈약하게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헨릭 시엔키에비츠나 밀란 쿤데라 같은 여타 동유럽 국가들의 문학과 비교해도 현저히 소개가 적다—로베르트 무질이라는 그리 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사실 나 역시 로베르토 볼라뇨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넌지시 소개하고 넘겼던 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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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어떻게 말하는가일상/book 2019. 11. 11. 00:05
반려견을 키우자고 먼저 말한 것은 동생으로, 집에 반려견이라는 새 구성원이 들어오면서 불편한 점도 있고 즐거운 점도 있지만 지금은 나 역시 매우 열성적으로(?) 마음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강아지에 대한 특성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세나개'와 같은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조각지식을 갖고 강아지를 키웠는데, 제대로된 훈육법보다는 애정을 무조건 앞세워서 서투르게 대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녀석 버릇이 나빠졌다고 동생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_=) 여하간 책을 하나 잡고 진득하게 정돈된 반려견 지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인터넷으로는 요령있게 알아보지 못해서 아예 하루 날잡고 서점에서 샅샅이 책을 뒤져보다 발견한 것이 이 책.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목차만 훑어보아도 개와 관련하여 빠져 있는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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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태양(Todo esto te daré)일상/book 2019. 11. 3. 23:44
Todo esto te daré. 우리말로 쯤 될까.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아마 그냥 추리소설이었다면 잠시 관심을 갖고 지나쳤을 것이다. '스페인'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700 페이지라는 얇지 않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들었다. 우리나라에 꽤 소개된 프랑스 문학이나 독일 문학에 비해, 심지어 같은 언어권인 남미 문학에 비해서도 많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페인 현대문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글이 더 번역되어 소개된다면 언제든 기꺼이 읽을 생각이 있다.) 도입부는 조금 장식적인 느낌이 있어 읽을 만한 책인가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움베르토 에코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 지식백과와 같은 토막 상식들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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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Aesthetica)일상/book 2019. 10. 22. 13:12
§14 미학의 목적은 감성적 인식 자체의 완전함이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반면 피해야 할 것은 그것의 불완전함이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추함이다. §15 감성적 인식의 완전함은 너무도 비밀에 싸여 있어 우리에게 전적으로 모호하게 남아 있거나 오성적 능력 없이는 들여다볼 수 없다. 따라서 미적 인간 스스로는 이러한 감성적 인식의 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다. §16 감성적 인식의 불완전함 또한 너무도 비밀에 싸여 있어 우리에게 전적으로 모호하게 남아 있거나 오성적 판단 능력이 없이는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미적 인간 스스로는 이러한 감성적 인식의 불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다. §21 우리가 피해야 할 감성적 인식의 추함이나 결함, 오점에도 똑 같은 종류와 수가 있을 수 있다. 〮〮〮1) 관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