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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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緊張感)의 앞면과 뒷면일상/film 2019. 7. 23. 19:48
動 유혈이 낭자하고 피비린내 나는 영화. 존 윅 시리즈는 처음인데, 주인공도 액션도 배경도 멋진 영화다. 이런 액션 영화는 뚜렷한 스토리 없이 끝없이 액션만 펼치다 식상하게 끝을 맺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창의적인 액션―개를 동원한 액션 연기―도 많고 제로섬 게임처럼 인간관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정도 시선을 끈다. 주인공 존 윅은 룰이랍시고 젠체하는 심판관을 상대로 통쾌하게 자신의 성역을 지킨다. 보는 내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문구를 떠올리게 했던 영화. 靜 이라는 다소 서늘한 분위기의 영화 제목답게, 이 영화는 과는 다른 의미에서 스릴감이 있는 영화다. 이 화려하고 현란한 화면으로 동적인 긴장감을 준다고 한다면, 을 지배하는 긴장감에는 정적이 감돈다. 냉철하고 절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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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코미디 한 편일상/film 2019. 7. 20. 00:07
「알로, 슈티」 이후로 오랜만의 프랑스 코미디 영화이고 「쿨 러닝」 이후로 모처럼 유쾌발랄한 스포츠 영화이다. 저녁을 굶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퇴근 후 영화관 직행. 거의 시간에 딱 맞춰 상영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은 소소한 내적 평화(Inner Peace)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여하간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일본 영화 「워터 보이즈」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스윙걸즈」라든가. 각각의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 그리고 또한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를 견뎌내는 두 명의 젊은 강사. 약간의 결핍을 지닌 이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이들의 부족함을 메우고도 넘쳐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아무래도 코미디다 보니 거친 비속어도 자주 나오는데, 특히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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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일상/book 2019. 7. 19. 22:53
Entraînée par le silence, une porte s'ouvre à reculons.침묵에 인도되어 문이 반대편으로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 외에 이만큼 아방가르드한 예술가가 있다는 사실은 책을 주문하려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핑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작년보다 책은 덜 읽고 있는데 어쩐지 요즈음 더 이성을 잃고 책을 주문하고 있다=_=) 여하간 막스 에른스트가 기본적으로 화가라는 것도, 이 작품이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된 삽화집이라는 것도 책의 첫 장을 열어젖히고 나서야 알았다. 책의 제목부터가 대단히 실험적이다.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La femme cent tête)」 또는 「머리가 없는 여인(La femme sans tête)」이라는 중의적인 언어유희. 이 책의 가장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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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일상/book 2019. 7. 17. 21:28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처럼 서가(書架) 사이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책.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을 찾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이 두 작가의 작품은 어쩐 일인지 번역이 다양하지 않은 듯하다) 장 콕토가 에디트 피아프의 절친한 친구였듯, 이 짧지만 강렬한 글은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그린 의 비장한 느낌을 담고 있기도 했고, 히치콕 트뤼포의 처럼 예측할 수 없는 '심술'을 가득 담고 있기도 했고, 또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만큼 돌발적인 방식으로 유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욕망을 담고 있기도 했다. 제라르와 폴 사이에서 내 유년시절 깊이 가라앉아 있던 우울감, 경쟁심, 고집, 야비함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작품. 그러나 5학년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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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ur, la peur, superficiel일상/film 2019. 7. 9. 23:03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는 고민하지 않고 보는 법!!이라고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포스팅의 제목에 단 것처럼 인간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깊이가 얄팍한(superficiel) 영화다. 아마도 이자벨 위페르는 광기어린 집착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준 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작품 가운데에는 같은 주제를 다루는 보다도 어쩐지 이 떠올랐는데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뇌리에 깊이 각인된 그녀의 아우라보다 한참 나이가 들어버린 그녀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기 때문인 것인지, 어쩐지 근래에 보아온 그녀의 작품 중 그녀가 가장 그녀다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 떠올랐던 것 같다. 클로이 모레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대 배경 자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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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III일상/book 2019. 7. 4. 23:24
멕시코에서 열린 미국 선수와 멕시코 선수의 권투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파견나간 페이트라는 미국 흑인 기자가 멕시코에서 겪는 이야기. 아말피타노 교수의 제자 로사를 우연히 만나면서 멕시코에서 여성이 납치·실종되는 일련의 미스테리한 사건들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 남성과 조우하게 되는데.. 에 관하여, 그는 사람들이 수많은 종류의 별을 알거나, 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 볼 수 있는 별에 관해 말했다. 여러분이 80번 도로를 따라 디모인에서 링컨으로 운전을 하는데 차가 고장 납니다. 그리 심각한 고장은 아닙니다. 기름 부족이거나 라디에이터의 문제거나 타이어 펑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잭과 스페어타이어를 꺼내 바퀴를 깔아 끼웁니다. 많이 잡아 봐야 반 시간이 소요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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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일상/book 2019. 7. 1. 23:57
아무런 목적없이 서점에서 책을 들춰보곤 한다. 그러다 언젠가 한 번쯤 귀에 접했던 작가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런데 한 번도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그렇다. 처음에는 철학서적을 끄적이다가 흘러 흘러 발견한 것이 이 작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다(아는 동생이 형 들고 있는 책제목에 원래 쩜쩜쩜이 꼭 붙느냐고 묻는데, 실제로도 작가는 반드시 이 마침표 세 개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이게 너무 낭만스러우면 내가 유별난 건가+_+) 다소 묵직한 책이더라도 무조건 읽어야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생각보다 단촐하다. 그런데 참 '달콤쌉싸름하다'. 이상하게도 영화는 로맨스물을 찾아보아도 소설은 대체로 건조한 글들을 읽는데, 이 책에서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