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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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사진 展주제 있는 글/Arte。 2020. 7. 17. 02:38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이 되면 소파에 앉아 심드렁하게 TV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본가에서 보내는 일요일 밤은 늘 무언가를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그런데 뉴스 막간에 쏠쏠한 문화소식이 실려 있다. 이번 주는 이 소개된다. 휴가를 낸 수요일 오후, 냉장고처럼 에어컨을 튼 파란 버스를 타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한다. 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이 세 번째라는데, 그러고 보면 내가 사진전을 본 적이 있기는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 적이야 있었을 테지만, 아마 이 정도로 큰 규모로 열리는 전시회는 처음이다. 정류장에서 내려 냉면 한 사발을 비우고 난 뒤에야, 샹젤리제 풍으로 가지치기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따라 한가람 미술관으로 향한다. 한여름 반포대로의 가로수는 특히 근사하다.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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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어 보아야 안다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0. 6. 19. 00:02
눈 코 입 目(め;메) 鼻(はな;하나) 口(くち;쿠찌)피 땀 눈물 血(ち;치) 汗(あせ;아세) 涙(なみだ;나미다)몸 마음 体(からだ;카라다) 心(こころ;코코로) 대부분의 일본어 표현은 우리말보다 길다. 그래서 똑같은 3분짜리 곡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가사의 의미는 우리말이 더 풍부한 편이다. 같은 박자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음절의 수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곡을 우리나라에 리메이크하는 경우, 원곡의 가사까지 살린다고 하면 어딘가 휑하니 남는 리듬이 생긴다. 반대로 우리나라 곡을 일본에 소개할 때는, 표현을 축약하거나 의미 전달이 반드시 필요한 단어는 어쩔 수 없이 한 박자에 끼워맞추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어느 방향으로 번안을 하든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뜻이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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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miné. DELF B2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0. 6. 17. 01:02
"종지부를 찍다!" 이로써 상반기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아니, 기대했던 이벤트는 없었다. 연초부터 심혈을 기울여 계획하고 준비했던 모든 것들이 좌초되었다. 4월에서 5월에 이르는 꼬박 2개월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때, 그리고 마지막 고배까지 들이켰을 때, 내심 속상함이나 아쉬움보다는 후련한 마음이 컸다. 내가 봐도 완벽한 준비는 아니었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끝까지 진력(盡力)했고, 에너지가 고갈되는 와중에도 마냥 즐거웠기 때문이다. 평소의 나 같지 않은 낙관성이 긍정적인 결과까지 담보하지 않을까 확신할 정도였다. 이처럼 일종의 환각상태를 거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만이 덩그러니 남았을 때는, 그야말로 고배라도 덥석 집어들고 싶을 만큼 목이 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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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한국미술주제 있는 글/Arte。 2020. 5. 25. 00:35
가뭄에 단비 오듯 모처럼 전시회가 열렸다. 그것도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귀중한 현대미술품이 모였다. 오후 반차를 낸 어느 날 갤러리 현대 개관 50주년 展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미술 전시회를 여러번 다녀봤어도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만큼 공개된 장소에 가는 건 처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회를 보겠다고 따로 휴가를 낸 것은 아니고, 휴가를 낸 겸해서 마침 전시회가 생각나 화랑(畵廊)이 있는 사간동으로 향했다. 삼청동과 인사동, 사간동이 만나는 안국역에 내린 게 참 오랜만의 일이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이전인 평일 오후인데도 제법 대기줄이 있어서 30분 가량 밖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나는 2층이 한가하다는 직원의 안내대로 2층을 먼저 들렀다. 입구의 오른 모서리로 돌면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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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오해와 사소한 이해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0. 4. 3. 22:26
요즈음 야후 재팬을 자주 찾는다. 모리토모(森友) 사학 스캔들이 회자되던 때도 안 들어가던 야후 재팬을 찾는 건 코로나 때문이다. 원래 댓글 같은 건 읽지 않는 편인데, 요새는 야후 재팬에서 댓글까지 챙겨본다^-^;;(댓글이 의외로 고퀄임;;) 코로나 때문에 야후 재팬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나름 역내 경제규모가 큰 G7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만이 잠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물론 G7 중에는 캐나다의 감염속도 역시 유럽국가들에 비해 그 확산세가 약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안 되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부터가 코로나로 인해 상당히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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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로 얼룩진 관계주제 있는 글/<Portada> 2020. 2. 1. 02:03
2015년 1월 7일 파리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샤를리 엡도 총격 테러사건은 아직도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마호메트를 희화화한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 사이의 경계를 긋는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총성은 연말연시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커다란 총성의 울림은 중동에서 시작되었다. 1월 3일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가 미군에 의해 폭사당한 것이다. 혁명수비대의 수장이라는 아주 상징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을, 그리 힘들이지 않고 드론으로 겨냥, 손쉽게 사살했다는 보도는 마치 컴퓨터 게임 중계를 듣는 것 같기도 해서, 미국측이 대단히 영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좀 야비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히즈볼라를 비롯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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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Kafka)주제 있는 글/Théâtre。 2019. 10. 10. 00:17
오래전 예매를 해두었던 연극이다. 연극을 그리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시작되는 가을철이면 연극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예상치도 못한 휴.일.출.근=_= 정시퇴근할 틈을 살펴 회사를 나오긴 나왔는데, 또 한 번 복병이 나타났으니...광화문 집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연극 시작시간에는 못 갈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인터미션 때에는 들어가야 할 거 아닌가. 지하철에 내려 택시를 탄 게 화근이 되어...경복궁역에서 안국역에 이르는 구간은 뛰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숨막히는 퇴근길(대학로행)이었다. 결론은!! 연극을 3분의 1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 연극이 끝나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던 걸 보면 되게 좋은 연극이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나는 아쉬움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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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의 부자유함주제 있는 글/<Portada> 2019. 8. 16. 23:28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가 있은 뒤로 일본신문을 몇 부 찾아 다녔다. 그렇게 두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한 부는 한창 백색국가 제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당시의 것이고, 하나는 아이치현(愛知県)에서 진행된 위안부상 전시 논란이 불거진 시점의 것이다. 이 중 두 번째 신문은 서점에 들를 시간이 없어 전화로 직원에게 보관을 부탁한 후 무통장입급으로 결제를 해서 간신히 얻은 것이다. 어떤 신문을 읽을지도 중요한 문제였는데, 우선 산케이(産経)신문이나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신문처럼 경제에 특화된 신문은 배제했고, 좀 더 일반적인 논조를 가진 신문 중에서 보수성향의 요미우리(読売)를 거르고 비교적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아사히(朝日)를 택했다. 아무래도 내 입장에서는 현 시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