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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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여행. 관아골 탐방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7. 11. 13:23
요즈음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는 '도시재생'이라는 주제가 화두고, 어느 지역을 가든 구도심의 옛 활기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 한두 개쯤은 진행되는 것 같다. 충주의 관아골 또한 그런 사업이 진행되는 곳 중 한 곳이다. 조선시대 충주목 관아가 위치했던 이 구도심에는 중앙시장을 비롯해 예전의 번화한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이곳에서 세상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한 카페에 들렀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정물(靜物) 사진을 남겼는데, 필름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해 현상하고나니 많은 양의 필름을 버려야만 했다. 서울에서 충주로 올 때는 버스를 이용했는데,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뒤에는 다시 국원고등학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관아골로 이동을 해왔더랬다. 나름대로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경로를 택했음에도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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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책방과 근대건축물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7. 9. 05:03
카페를 나선 뒤에는 거의 바로 옆에 위치한 마리서사라는 책방을 들렀다. 이등변삼각형 꼴의 박공지붕이 정면으로 트인 책방은 이 일대 여느 가옥들과 마찬가지로 외벽에 일본식 격자 양식을 취하고 있지만, 새파란 지붕으로 인해 시골집의 풍경이 뒤섞인 듯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나는 시집들이 쭉 진열된 책방 한 켠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발견하곤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서가에 다시 내려놓고 밖으로 나섰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였다. 나는 월명동 중심에서 군산항 방면으로 나아가 군산근대사박물관이 있는 곳까지 쭉 나아갔다. 박물관 앞으로 조성된 광장에서는 행사 중인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가로질러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을 차례차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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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본인 가옥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7. 6. 19:40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하자는 생각은 보기 좋게 엇나갔고, 나는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이동하느라 쌓인 여독에 찌들어 늦잠을 잤다. (전날 차량을 반납하고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밤 열한 시가 되어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른 아침 들르려고 했던 동국사를 막상 가보니 대대적인 공사로 인해 경내를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옆에 근대사박물관이 있지만, 나는 신흥동 일본식 주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일제강점기까지 미곡상이자 대지주였던 일본인이 거주하던 공간으로 속칭 적산 가옥이다. 해방 이후로도 마찬가지로 미곡상인 호남제분의 사장 이용구가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옥의 입구를 지나면 자연스레 정원으로 연결되는데, 정원 초입에는 미니어처처럼 축소된 한국식 석탑이 아담하게 놓여 있고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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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대장도(大長島)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6. 25. 20:06
이어서 내가 향한 곳은 대장봉이다. 나는 장자도에 차를 세우고 대장도로 들어갔다. 무녀도를 둘러볼 때부터 하늘에 짙은 구름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석양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런 날씨라면 오히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 카메라는 쨍하는 석양(빛이 과다한 사진)을 찍는 데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장봉은 섬 한가운데 위치한 142m의 바위봉우리로 정상에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장자교를 떠나 대장도에 들어서면서 봉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왼쪽으로는 구불길이라 하여 완만한 경사로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가파를 등산로가 있다. 으레 등산로가 그러하듯이 완만한 길은 체력을 비축하며 걸을 수 있는 대신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가파른 길은 빠르게 정상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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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무녀도(巫女島)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6. 22. 08:47
계절이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한동안 주말이 되면 비가 오는 날이 이어지곤 했다. 한 주는 주말에 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 군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전히 즉흥적인 생각은 아니고 요 근래 가보고 싶은 곳으로 한동안 머릿속에 점찍어둔 곳이었다. 하고 많은 곳 중 군산을 점찍어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바다가 보고 싶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또 그 많은 바닷가 중에 군산을 찾게 된 까닭이라 하면, 한동안 동해는 자주 여행을 했었고 남해를 가자니 너무 멀고 수도권 지역의 바다를 보자니 도시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군산이 여러모로 내가 찾는 여행지에 부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산은 서울로부터의 직선거리로 멀진 않아도 교통편으로 접근하기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나는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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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세 번째 안동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26. 18:22
이틀 간의 짧은 일정으로 안동을 다녀온 뒤, 그러고도 몇 주 지나 한 번 더 안동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지난 번 일정보다도 더 짧아서, 동해안을 쓱 훑어보는 김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안동을 들렀다. 안동은 이렇게 해서 세 번째 방문인데도 아직 못 가본 곳이 있었다. 바로 월영교였는데, 나는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월영교를 찾았다.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워낙 오래된 유적지들이 많은 안동 안에서는 아주 근래(2000년대)에 조성된 곳이다. 밤이 되면 달빛이 밝아 달골이라고 불렸다는 이 일대의 설화에 영감을 얻어 달빛이 비춘다는 의미의 '월영교'라는 이름이 공모에 부쳐졌고, 안동시민들의 채택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는 글귀가 있다. 아침까지만 해도 희뿌옇던 날씨는 오후가 됨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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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차전놀이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22. 08:52
하회마을에서 다시 안동으로 돌아온 후에는 옥야국밥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야 국밥을 좋아하지만 일본사람인 히데가 국밥을 좋아할지 알 수 없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하기에 국밥집에 들어갔다. 히데는 식사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남은 반찬을 다 먹어도 되는지 물어가면서 먹을 만큼 게걸스럽게 식사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안동중앙시장을 구경했다. 다만 문제는 그런 기억들을 담았던 필름이 카메라 장착에 문제가 생겨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일 뿐, 휴대폰 사진으로나마 추억이 남아 다행이라는 것일 뿐. 사실 나는 안동 시내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러 갈 생각은 없었고, 당초에는 날씨가 괜찮다면 군위의 한 수목원을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궂은 하늘은 구김살을 펼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히데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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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하회마을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16. 22:03
비내리는 하회마을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두 번째 하회마을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지난 번 여행에서 들르지 못한 부용대를 들렀다는 것이다. 지난 번 뚜벅이 여행을 할 때에는 호우로 인해 배다리가 유실되어 부용대 쪽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배다리는 없었지만, 그 대신 차가 있었기 때문에 하회마을을 빠져나와 부용대에 자리한 화천서원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회마을에 두 번째로 왔다고 해서 새로이 볼 게 없던 건 아니었다. 일단은 안동시 전체가 비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축제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하회마을에서도 소소한 놀이거리가 제공되고 있었다. 나와 히데는 마을 안에 마련된 공간에서 붓글씨를 써보기도 하고 절구를 찧어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서예를 할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