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떠남(Runaway)일상/film 2016. 11. 27. 00:26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오랜만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라는 감독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대학교 시절 라는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아마 처음으로 본 작품이 이었다. 처음에는 좀 기괴하고 음울하다고 느꼈는데, , , , 등의 영화를 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예전만큼 수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줄리에타(Julieta)는 그의 스무 번째 작품인데, 그의 작품 가운데에서 을 떠올리게 했다. 즉, 그의 전형적 관심사인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나 보다는 그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들로 회귀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와 을 묶어줄 수 있는 교집합은 "모성"이라는 요소일 것이..
-
새하얀 마음일상/book 2016. 11. 26. 01:07
듣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곧 안다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귀에는 들려오는 소리를 본능적으로 차단하는 눈꺼풀 같은 것이 없으며, 이제 듣게 될 말을 미리 예측하여 조심할 수도 없다. 언제나 너무 늦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듣는 것으로 우리의 새하얀 마음이 더럽혀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창백해지고 두려움에 질리거나 겁에 질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강요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정체될 것이다. 전 세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설임 속에 모두 다 무정형 상태로 부유하기만 하겠지. 사람들은 오직 잠만 자고 싶어 할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하는 후회가 우리를 마비시킬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 동일한 행위들이 저질러지기를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
-
-
마이클 샌델 이후일상/book 2016. 11. 24. 00:26
&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온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위기를 사법권 독립을 위한 전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발탁승진제도와 주관적 판사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강력히 바라는 바입니다.그동안 사법부가 제대로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만큼 공정하게 재판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법관들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마치 법관들이 신이라도 되는 양 법관인사제도를 운용한 데 있다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독재를 경험한 독일 사람들이 그 기본법(헌법)에 판사는 그 의사에 반하여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 정직, 전보 등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아 놓은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법관의 독립 없이는 공의로운 재판은 ..
-
필립 로스가 말하는 노(老), 미추(美醜), 그리고 성(性)일상/book 2016. 11. 21. 00:10
& 그림은 귀신을 물리치는 일과 같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악한 것을 몰아내려 했던 것일까? 그의 가장 오래된 자기기만? 아니면 살려고 태어났지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지식으로서 구원을 얻으려는 시도로 그림에 달려든 것일까? 갑자기 그는 무(無)에 빠져버렸다. 무라는 상태만큼이나 '무'라는 말소리에 빠져 길을 잃고 표류했다. 그러면서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역효과를 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별 볼일 없는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도! 그는 늘 안정에 의해 힘을 얻었다. 그것은 정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정체였다.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
-
-
환영받는 사교클럽일상/music 2016. 11. 20. 03:15
Favorite Song : Chan Chan, Buena Vista Social Club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동명(同名)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서였다. 영화는 미국의 레코딩 프로듀서인 '쿠더'라는 인물이, 1950년대부터 진행된 쿠바혁명이전까지 1930~40년대 쿠바음악의 번성에 중심에 있던 을 재발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은 그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위치해 있던 사교클럽, 그리고 그러한 사교클럽에서 즐겨졌던 쿠바 고유의 재즈음악을 일컫는다. 그러나 쿠바혁명이라는 사회의 격변기에 이들의 음악은 설 자리를 잃었고, 진흙 속의 진주처럼 묻혀 있던 그들의 음악적 가치를 '쿠더'라는 인물이 재발굴할 즈음 클럽의 멤버들은 이미 나이 지긋한 노인이 되..
-
오랜만의 애니메이션일상/film 2016. 11. 20. 01:20
사람들한테 별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한때 내 꿈은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가 중학교일 때. 그리고 한창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특히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가운데 가장 수작으로 꼽고 DVD까지 소장하고 있는 것이 이다. 그 다음 작품으로 나온 것이 이었는데, 전작에 비해 돈을 훨씬 많이 들인 느낌은 드는데 스토리와 울림은 그에 비례하지 않아서 실망감을 느꼈던, 그렇지만 다음 작품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손을 들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하기 이전까지 감독한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내가 느꼈던 '실망감'이 틀린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