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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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역사일상/book 2016. 12. 9. 01:11
라틴아메리카의 독립투쟁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미국혁명과 비교하게 만든다. 둘 간에는 분명히 유사점이 있다. 둘 다 급속히 성장하는 식민지 경제의 더 많은 발전을 중상주의 정책을 통해 방해하려는 모국의 지배를 타도하려고 했다. 둘 다 잘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이끌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슬로건과 아이디어를 계몽사상이라는 이념적 창고에서 끌어내고 있었다. 둘 다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모국의 편에 가담해 싸운 내전의 성격을 띠었다. 둘 다 부분적으로는 외국의 지원 덕분에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혁명 사이에는 그에 못지않게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미국혁명과 달리 라틴아메리카 독립투쟁은 통일된 지도부나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통합을 가로막는 엄청난 거리 등의 지리적 장애물 때문만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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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허니(Ugly Honey)일상/film 2016. 12. 7. 16:37
star[star] n. a person who is preeminent in a particular field 최근 읽고 있는 책이 다. 똑같은 신대륙이지만 서로 다른 경로를 걸어간 북미와 남미의 역사를 비교해가며 읽고 있는 중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쩐 일인지 와 함께 올해 초 읽은 가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이 영화가 아메리카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미국사회에서 고착화된 빈곤, 점점 더 깊어가는 빈부의 격차다. 그럼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의 허황됨을 고발한다. 부가 차고 넘치는 사람은 부를 주체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반면,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수렁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앞선 두 권의 책이 동시에 떠올랐던 건, 아마도 전자가 미국이라면 후자는 남아메리카로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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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식 교육법(?!)일상/film 2016. 12. 5. 17:05
영화의 출발은 워싱턴 주의 깊은 숲속이다. 올해 초 미국 북서부를 여행해서 그런지, 국립공원을 들른 적도 없는데 괜히 반가웠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기존관념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자본주의에 대한 질문이다.'벤-레슬리' 부부는 아이들을 이른바 철인왕(Philosopher King)으로 만들기 위해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가족은 외부사회와 철저히 고립된 숲으로 들어간다. 대학입학을 앞둔 장남 '보'부터 아직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도 안 되어 보임직한 '나이'에 이르는 6 남매가 읽는 책도 특이하다. , , 등등. 또한 M 이론, 마르크스주의, 권리장전 등 폭넓은 지식을 깊이 있게 공부한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에서 이런 소재가 다뤄진다는 게 신선했다.)이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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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혹은 기억과 고백일상/film 2016. 12. 2. 17:07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주최하는 포르투갈 영화제에 다녀왔다. 아마 몇 년전에는 포르투갈'어' 영화제라고 해서 마찬가지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주최했었는데, 그때는 이라는 영화를 봤었다. 이번 영화제의 추천작이기도 해서 이 작품을 보기는 했지만, 사실 이 감독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더군다나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니 감독에 대해 적당한 배경지식은 있어야 할 텐데, 잘 모르면서도 무턱대고 봤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임권택' 감독에 비유할 수 있는 포르투갈의 거장인 듯 하다. 비교적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부담없이 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에서 나온 리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매매에 부친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오래된 주택을 구경하러 온 두 부부의 대화를 통해 영화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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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l Glück für ihre Zukunft!일상/film 2016. 12. 2. 01:35
Schwirren jetzt ganz schön viele Begriffe hier rum: Spaß, Glück, Leben. Was findest denn Du lebenswert? Wenn Du schon die großen Themen hier hochbringst? 피식-피식하다 기어이 빵 터지고 만 영화ㅋㅋ 늦은 시간인데도 영화관에 온 사람이 많았는데, 다 같이 똑같은 지점에서 박장대소했다 독일 영화는 오랜만인데,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이 남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다 보니 독일에서나 만들 법한 영화라는 생각까지 미쳤다ㅎㅎ같은 유럽영화라도 아마 프랑스 영화였다면 이런 캐릭터 설정 자체가 어려웠을 것 같다. 프랑스인 딸이었다면 아빠의 장난을 잠자코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고, 프랑스인 아빠였다면 저런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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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일상/book 2016. 12. 1. 17:06
보들레르 :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다른 말로 하자면 :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닌 곳에서라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 좀 더 의미에 맞게 해석한다면 : 어디든 지금 내가 있지 않은 곳이 내가 나 자신인 곳이다. 또는 아주 대담무쌍하게 옮기면 : 어디든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원래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장(章)인 까지 읽고 독서를 중단했다. 요즘 같은 기분에 딱히 읽고 싶은 글이 아니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 는 초현실주의적 기법이, 은 음산한 분위기가 나를 난감하게 했다면,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은 일종의 광기(狂氣)가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다시 을 읽어나갈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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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사(史)일상/book 2016. 11. 30. 00:36
전체적으로 볼 때 스페인은 소규모의 서로 적대적인 혹은 무관심한 여러 공화국들이 하나의 느슨한 연방 형태로 묶여 있다. 몇몇 위대한 시기(중세 칼리프 시대, 레콩키스타 시대, 황금세기)에 이 작은 중심들이 공동의 감정 혹은 이념을 공유함으로써 화합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약효가 떨어지면 그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고,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돌아갔다. 스페인은 독립적인 여러 작은 정치체들로 구성된 나라이다. 그들은 서로 적대적이며, 서로를 괴롭히고 경멸하며, 끊임없이 전쟁을 한다. 각 지방, 각 종교 단체, 각 직업은 다른 지방, 다른 종교 단체, 다른 직업과 분리되어 있고, 자기들끼리 뭉친다. 근대 스페인은 에너지가 없는, 그리고 각각의 특정한 이해가 보편적 이해와 상치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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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일상/book 2016. 11. 28. 00:01
제 3 부 봉공(奉公)예의있는 교제(禮際)"예(禮)는 공손하지 않으면 안되고 의(義)는 결백하지 않으면 안되니, 예와 의가 아울러 온전하고 온화한 태도로 도(道)에 맞아야 군자라고 한다."사대부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자를 벽에 써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정사의 관대한 것과 가혹한 것, 명령과 법령의 득(得)과 실(失)은 서로 이어받고 서로 변통하기도 하여 그 잘못된 점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