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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과 안반데기주제 없는 글/印 2023. 7. 31. 20:31
오늘은 필름카메라보다 디지털카메라에 손이 가는 날이다. 아직 사놓은 필름 여분이 있지만, 오늘은 마음이 지시하는 대로 디지털카메라를 집어들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염두에 두었던 여행을 가보마 하고. 여행이라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엔 반일짜리 당일치기였지만, 서울을 오고가는 일은 긴 여행과 똑같은지라 금전적 부담 때문에 갈지말지 잠시 망설여졌다. 작년 반 년간 프랑스에 체류한 이후로 국외 여행보다 국내 여행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올해 들어서 보름에 한 번 꼴로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하고 있는 터였다. 행선지는 있지만 계획은 없다. 나는 예매 어플을 몇 차례 새로고침한 끝에 진부(오대산)행 열차 티켓을 하나 끊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두고 싶었지만, 피서철 서울역은 어느 가게를 가도 사람으로 미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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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일상/book 2023. 7. 30. 10:39
관대한 사람의 세상은 점점 넓어지지만 인색한 사람의 세상은 갈수록 좁아진다. 잠11:24 허식과 허세의 삶은 공허하지만 소박하고 담백한 삶은 충만하다. 잠13:7 지혜는 아름다운 집을 세우지만 미련함이 와서 그 집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잠14:1 어리석은 몽상가는 망상의 세계에서 살고 지혜로운 현실주의자는 발을 땅에 붙이고 산다. 잠14:18 무엇이 옳은지 아는 것은 마음속 깊은 물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내면에서 그 샘물을 길어 올린다. 잠20:5 지혜가 있어야 집을 짓고 명철이 있어야 집을 튼튼한 기초 위에 세운다. 잠24:3 네 원수가 굶주리고 있는 것을 보면 가서 점심을 사 주고 그가 목말라하면 음료수를 가져다주어라. 그는 네 관대함에 깜짝 놀랄 테고 하나님께서 너를 돌봐 주실 것이다. 잠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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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元曉)주제 없는 글/印 2023. 7. 28. 18:17
비가 갠 하루는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원효대교로 나갔다. 영화 의 주된 무대이기도 한 원효대교는 별로 이용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도보로 연결되는 진입로를 가까스로 발견, 난간이 달린 계단을 따라 원효대교에 올라섰다. 해를 등진 여의도의 마천루는 희뿌옇게 빛을 잃어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되어 있었다. 맞은 편 용산 일대의 풍경만이 햇병아리처럼 노랗게 익어간다. 한강 위로는 비가 그친 하늘을 가로지르는 갈매기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앉을 자리를 찾는다. 일부는 한강 수면 위에 그대로 주저앉고, 개중 일부는 어지럽게 들어선 다리 위 가로등이나 송신선 위에서 자세를 고쳐 앉는다. 마포대교보다 폭이 좁은 다리 위로 크고 작은 차량들이 곁을 주지 않고 분주하게 앞을 달린다. 여의도의 풍경이 멀어지고 용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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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그 적들 I일상/book 2023. 7. 25. 18:32
플라톤의 형상 이론과 국가론은 정치철학에서 어김없이 다뤄지는 주제다. 나 또한 별 다른 의문 없이 흔히 국가에 대한 최초의 고찰로 일컬어지는 플라톤 철학을 기계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칼 포퍼의 은 내게 생소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칼 포퍼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기치 아래, 플라톤의 역사주의적·자연주의적 사유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데서 출발한다. 칼 포퍼에 따르면 플라톤의 철학은 사회과학에서 지나치게 숭앙(崇仰)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칼 포퍼가 볼 때 플라톤의 국가 철학은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결여하고 있다. 플라톤 철학은 역사주의와 탐미주의, 자연주의 등 과학적 사고와 무관한 방법론에 매몰된 나머지, '변화를 불경한 것으로, 정지를 신성한 것으로' 보는 관점을 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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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양극화의 열기주제 있는 글/<Portada> 2023. 7. 21. 19:51
La polarisation, fièvre des sociétés démocratiques Par Anne Chemin Publié le 16 juin 2023 à 08h00, modifié le 17 juin 2023 à 02h21 Le bras de fer sur les retraites a fait surgir le spectre de la polarisation. Née aux Etats-Unis, cette augmentation de la conflictualité idéologique, qui a atteint son apogée sous Donald Trump, a-t-elle gagné la France ? L’Hexagone est moins fracturé mais la log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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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무니타스(Communitas)일상/book 2023. 7. 19. 00:12
는 오늘날 철학적 논의에서 도외시되고 있는 공동체 개념에 대해 사유하는 책으로, 두려움(홉스)-죄(루소)-법(칸트)-무아지경(하이데거)-경험(바타유)의 크게 다섯 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칸트와 하이데거 파트를 굉장히 어렵게 읽었다. 특히 법의 세계로 이어지어는 칸트 파트는 따라가지 못하고 헤매는 바람에 몇 번을 읽고 다시 읽어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이 다섯 꼭지의 논의는 공동체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지만, 상이한 공동체 이론을 따로따로 소개한다기보다는 홉스와 대비되는 바타유의 사유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빛깔의 공동체 철학을 스펙트럼처럼 펼쳐보인다고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으로 대표되는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리바이어던을 구성하는 동력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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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집일상/film 2023. 7. 18. 00:08
1999년도에 개봉한 이 작품은 니콜라스라는 소년이 자신이 속한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집 밖에서 배회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동선이 얼기설기 엮여 있어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덧붙여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파리 시내의 풍경이 비교적 잘 담겨 있고, 이야기와 이야기의 매듭이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 있지만 그런 풋풋한 장면들 덕에 오히려 옛날 영화를 한 편 보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아버지 역을 직접 맡기도 하는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은 원래는 구 소련 연방에 속했던 조지아 태생으로, 1934년생인 원로 감독이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