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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 노는 시간―주4일 근무에 대한 단상주제 있는 글/營 2023. 6. 1. 23:19
La semaine de quatre jours fait son chemin en France, entre bien-être des salariés et attractivité des entreprises Ce rythme de travail, testé dans le privé et le public, semble favoriser les employés qui ne peuvent télétravailler et les grandes entreprises, particulièrement dans l’industrie. A condition que les horaires sur quatre jours restent supportables. "일-삶의 균형과 기업의 매력도 사이에서 주4일제로의 길이 마련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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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일상/book 2023. 5. 29. 10:16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p. 55, 57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p. 128 그리고 네가 말한 그 이야기 말이야. 너무나 소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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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오페라 댄스 컴퍼니주제 있는 글/Théâtre。 2023. 5. 28. 07:37
연초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작품인데 예매를 끝까지 망설이다가 현장 발권으로 보게 된 공연이다.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라 나는 아트센터로 가기 위해 선릉으로 갈 뻔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마곡으로 센터가 통째로 이관되어 있었다. 안도 타다오(安藤 忠雄)가 건축했다는 마곡의 건물은 그 내부도 다채로운 예술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부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었다. 공연은 크게 2부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가 프랑스의 안무가 다미안 잘레(Damien Jalet)의 이 35분 정도 공연되고, 30분 여의 인터미션 이후 두 번째로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샤론 에얄(Charon Eyal)의 의 공연이 45분 가량 상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공연이었던 이 더 인상적이었는데, 카오스적인 비행 패턴을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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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순수한 형태일상/film 2023. 5. 27. 16:56
이 작품은 내가 작년도 프랑스에 있을 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국내에서는 1년이 지나 상영관에 걸렸다. 영화는 크게 세 개의 연결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인 에서 모델들과 런웨이의 후경으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We’re equal)”는 문구와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라는 문구가 번갈아 화려하게 번쩍이며 이야기가 출발한다.Socialism works only in heaven where they don't need it, and in hell where they already have it. 작중 인물들은 공평함, 평등함, 공정함을 수시로 입에 올리는데, 그들이 말하는 평등함은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면서도 묘하게 불편감과 위화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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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세 번째 안동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26. 18:22
이틀 간의 짧은 일정으로 안동을 다녀온 뒤, 그러고도 몇 주 지나 한 번 더 안동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지난 번 일정보다도 더 짧아서, 동해안을 쓱 훑어보는 김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안동을 들렀다. 안동은 이렇게 해서 세 번째 방문인데도 아직 못 가본 곳이 있었다. 바로 월영교였는데, 나는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월영교를 찾았다.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워낙 오래된 유적지들이 많은 안동 안에서는 아주 근래(2000년대)에 조성된 곳이다. 밤이 되면 달빛이 밝아 달골이라고 불렸다는 이 일대의 설화에 영감을 얻어 달빛이 비춘다는 의미의 '월영교'라는 이름이 공모에 부쳐졌고, 안동시민들의 채택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는 글귀가 있다. 아침까지만 해도 희뿌옇던 날씨는 오후가 됨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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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차전놀이여행/2023 봄비 안동 2023. 5. 22. 08:52
하회마을에서 다시 안동으로 돌아온 후에는 옥야국밥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야 국밥을 좋아하지만 일본사람인 히데가 국밥을 좋아할지 알 수 없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하기에 국밥집에 들어갔다. 히데는 식사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남은 반찬을 다 먹어도 되는지 물어가면서 먹을 만큼 게걸스럽게 식사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안동중앙시장을 구경했다. 다만 문제는 그런 기억들을 담았던 필름이 카메라 장착에 문제가 생겨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일 뿐, 휴대폰 사진으로나마 추억이 남아 다행이라는 것일 뿐. 사실 나는 안동 시내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러 갈 생각은 없었고, 당초에는 날씨가 괜찮다면 군위의 한 수목원을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궂은 하늘은 구김살을 펼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히데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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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일상/book 2023. 5. 21. 00:07
이놈의 나라가 정녕 무서웠다. 그들이 치가 떨리게 무서운 건 강력한 독재 때문도 막강한 인민군대 때문도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완변하고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뗄 수가 있느냐 말이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는 만고의 진리에 대해. 시민들이 당면한 굶주림의 공포 앞에 양식 대신 예술을 들이대며 즐기기를 강요하는 그들이 어찌 무섭지 않으랴. 차라리 독을 들이댔던들 그보다는 덜 무서웠을 것 같았다. 그건 적어도 인간임을 인정한 연후의 최악의 대접이었으니까. 살의도 인간끼리의 소통이다. 이건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어쩌자고 우리 식구는 이런 끔찍한 세상에 꼼짝 못하고 묶여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을까. (p. 65~66) 장독대 옆에 서 있는 바짝 마른 나뭇가지에서 꽃망울이 부푸는 것을 보았다. 목련나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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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의 함정주제 있는 글/<Portada> 2023. 5. 20. 18:19
Gagner plus pour donner plus : l’altruisme efficace, philanthropie de l’extrême Par Valentine Faure “더 벌고 더 기부하기: 효율적 이타주의, 그 극단적인 자선주의” 르몽드를 다시 구독하면서 가끔 이런저런 기사들을 끄적이며 읽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르몽드의 칼럼에 해당하는 Enquête라는 코너에는 일일기사만큼 자주 글이 올라오지는 않지만, 특정 주제에 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거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생소한 주제들도 있는데, 이번 칼럼의 경우가 그러하다. 공리주의와 같은 철학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읽는 데 어렵지 않도록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